영펠로우 보고서

[2012 영펠로우 연구보고서] 업로드: 시민과학연대를 통한 1990년대 여성노동안전보건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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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펠로우 프로그램 소개 >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영펠로우 프로그램은…

진보적 담론 생산 활동, 대안적이고 사회운동지향적인 연구 활동의 후속세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펠로우십 기간은 1년으로 현재 4기 영펠로우들이 활동 중입니다. 펠로우십 자격은 석사 졸업 후 미취업 상태이거나 박사과정 재학생으로, 전공과 관계없이 건강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는 누구나 지원 가능합니다.

영펠로우는 매월 소정의 연구활동비를 지급받으며, 시민건강증진연구소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과 강좌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펠로우로 활동하는 1년 동안 독립적 과제를 수행하거나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연구 과제에 참여하여 2편 이상의 성과물을 제출해야 합니다.

연구보고서의 저자인 김향수는…

시민건강증진연구소 2012년 영펠로우로 활동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원 협동과정 여성학 전공 박사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영펠로우 기간 동안 이 연구 이외에도 <내가 만드는 건강공약 – 시민참여 정책결정의 가능성과 한계> 연구에도 참여했습니다. 연구 관심사는 젠더와 건강, 에코페미니즘, 여성운동사이며, “아토피 자녀를 둔 여성의 모성경험: 어머니 비난과 젠더정치를 중심으로” 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 시민과학연대를 통한 1990년대 여성노동안전보건운동 – 요약 >

 

1. 연구배경 및 목표

본 연구는 시민과학연대로서 90년대 여성 노동자의 산재 투쟁에 초점을 맞춘다. 본 연구는 여성들의 일터에서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한 역사를 기록한다. 또한, ‘비교적 안전한 일터’라는 편견에 맞서 여성들의 직업건강 문제를 중요한 사회 의제로 만들었던 경험을 통해 향후 여성노동자 건강권 투쟁을 활성화하는데 단초를 제공하고자 한다.

 

2. 이론적 고찰

직업병과 사고성 재해는 산업 사회의 필연적 결과이며 사회적 구성물이다. 하지만, 직업병과 사고성 재해를 논의할 때 주로 노동환경과 작업 방식을 결정하는 사회경제적 요인보다 작업장 유해요인이라는 기술적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된다.

레벤스타인과 우딩(Charles Levenstein & John Wooding, 1999)은 노동 환경은 역사적 이념적 맥락 안에 위치하며, 특정한 제도와 개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노동환경을 “사회의 이념적·사회적·정치적 관계의 축소판”이라 정의한다. 또한, 이들은 작업장 유해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환경을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맥락이 어떻게 직업병과 사고성 재해의 예방, 인지, 발생과 보상을 결정하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직업 건강 문제를 간과하게 만들었다. 여성을 노동자로 생각하지 않거나 여성은 비교적 안전하고 쉬운 일을 한다는 인식은 여성 노동자의 건강과 여성의 작업환경이 주는 건강 영향을 고려하지 않게 만들었다.

건강사회운동(Health Social Movements: 이하 HSMs)은 2000년대부터 브라운 등이 제기한 개념이다. 이들은 HSMs을 의료와 관련된 광범위한 부분에서 집합적으로 정치 권력, 전문가 권위와 개인적 집합적 정체성에 도전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HSMs의 의제는 첫째,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한 접근 혹은 공급, 둘째, 의료/건강 불평등, 셋째, 질병과 질환의 주관적 경험이다. 이들은 HSMs의 유형을 3가지 핵심 의제에 따라 첫째, 건강/의료 접근 운동(Health Access Movements), 둘째, 체화된 건강/의료 운동(Embodied Health Movements), 셋째, 지지층에 기반한 건강/의료 운동(Constituency-based Health Movements)으로 분류한다. 또한, HSMs은 치료, 예방, 연구에 있어 활동가들은 과학자와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협동하기도 하는데, 이를 시민과학연대(Citizen-Science Alliances)라 부른다. HSMs 이론은 보건의료운동, 환경운동 연구 뿐 아니라 전문지식과 사회가 교차되는 사회운동의 분야에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다.

 

3. 역사적 배경/맥락

1987년 6월 항쟁, 7,8월 노동자 대투쟁은 다양한 민중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의 초석을 만들었다. 진보적 보건의료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직업병문제에 전문적인 관심을 갖고 또 그들의 의료요구를 느끼며, 산업재해나 직업병에 대해 전문적으로 상담, 연구, 의료 기관의 필요성을 구체적 프로젝트로 실천하였다. 1986년 구로의원, 1990년 노동과건강연구회, 1990년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이후 산재추방운동연합이 설립되어 지역 노동운동의 산업안전보건운동을 지원했다. 또한 여성운동단체들의 등장과 여성노동운동의 폭발은 이들이 여성노동자 건강권 문제에 연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특히 노동조합 활동의 합법화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생활해 온 여성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조직적 기반을 마련해 주었고, 여성노동자들 당사자들이 자신의 건강 문제를 개인적 잘못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4. 유기용제 중독

생산직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특히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며 발생할 수 있는 직업병 문제는 노동안전보건단체와 여성단체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여성노동자들이 작업장의 유해물질로 인한 건강 문제는 유기용제 중독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1988년 5월 대성전기 노동자 4인은 직업병 인정 기준치를 초과하여 톨루엔 중독으로, 5인은 중독위험으로 판정받았다. 톨루엔 중독 노동자 중 1명만이 구로의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다. 회사는 피해 노동자들에게 치료를 제공하지도 않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하지도 않았다. 이에, 피해 노동자들이 구로의원과 산업안전보건단체들의 지원으로 이 사건을 공론화하자, 노동부는 대책을 내놓았다.

1990년 오리엔트전자 노동자들은 만성두통, 불면증, 팔다리 경련을 동반한 통증에 시달렸지만, 회사는 이를 묵살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건강검진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구로의원에 내원하였다. 구로의원은 오리엔트전자 노동자들이 전형적인 수은중독 증상을 호소하자, 소변과 혈액을 채취하여 일반검사와 수은검사를 실시하였다. 노동자 4인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수은중독 인정기준을 훨씬 초과하였다. 노동조합은 회사의 미온적 태도를 규탄하며, 작업환경개선과 특수검진 실시 등을 요구하며, 구로의원 등과 함께 대책위원회를 꾸려 적극적으로 대응하였다. 이 사건은 산재요양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급여지급 미루거나 구로의원에 대한 행정지도 등 노동부의 산재 행정처리 과정에서의 문제들을 드러냈다.

1995년 LG전자부품(주) 노동자들은 개별적으로 무월경, 재생불량성빈혈 등을 진단 받고 회사 측에 대책을 요구하였다. 부산 건강사회연구회, 부산여성회, 푸른치과상담실 등이 중심이 되어 8월 29일 “LG전자부품 여성노동자 유기용제 중독사태 해결과 모성보호‧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하였다. 1995년 9월 11일 발표된 노동부 역학조사에 따르면, 솔벤트를 세척제로 사용하는 택트스위치 제조공정 근로자 33명중 23명이 중독피해를 입었다. 남성 근로자 8명중 6명은 정자수가 현저히 감소했고, 여성근로자 중 17명이 생리가 중단되었고, 17명 중 11명은 생리중단과 골수기능장해를 함께 겪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노동부는 작업중지 등의 조치를 내리고, LG전자부품과 유사한 공정에서 다른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전국 화학공정에 대해 일제점검을 실시키로 하였다. 96년 6월까지 시민대책위원회는 회사 측과 노동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활동을 계속하였으며, 환자들은 피해자협의회를 구성하여 계속 대응하였다.

세 사건 모두 여성노동자들이 이상증세를 호소하였다. 하지만 회사는 여성들의 질환과 고통을 ‘여성적 특질’로 여기거나 꾀병을 부리는 노동자로 보며 무시하였다. 여성 노동자들은 어지럼증, 두통, 무월경, 불면증, 팔다리 경련 등의 증상을 개인의 건강 문제로 보는 보건의료전문가들이 아니라, 자신들의 질병 경험을 의학적 용어로 번역할 수 있고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직업 건강의 문제로 바라보는 보건의료전문가들을 찾았다. 이들은 자신의 질환과 직무 관련 연관성을 입증하고 승인받기 위해 노동안전보건운동 단체들 그리고 노동조합과 연대하였다. 이들의 활동은 노동자 건강에 위해를 끼친 사업자의 책임을 묻고, 이후 작업환경 변화 뿐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 변화까지 이끌어 냈다.

 

5. 경견완 장애

구로의원과 노동과건강연구회 등 노동자건강권 단체들은 경견완 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경청하며, 이들의 질병 경험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진단할 수 있는 기준들을 언론을 통해 이야기하였다. 또한, VDT 증후군을 호소하는 환자가 발생한 사업장에 노동조합과 함께 실태조사를 벌이고, 노동자들의 VDT 증후군에 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지속적 교육을 전개하였다. 또한 경견완 증후군 환자 발생시, 해당 노동자의 산재 요양 승인을 지원하고, 노동조합과 연대하여 같은 직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검진과 경견완 장애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였다.

1991년 한국여성민우회와 노동자건강연구회는 서울수출입은행‧외환은행‧조흥은행‧중소기업은행‧한국은행 여행원 551명의 설문으로 사무직 여성노동자의 경견완장애를 조사하였다. 사무직 노동자들 중 여성 노동자들에게 경견완 장애가 집중된 것은 직무의 성별분리와 노동조건에 기인한다. 사무직 여성노동자들은 사무직 노동자들의 직업병을 가장 먼저 호소하였다. 또한 여성들은 여성노동자로서 자신의 건강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였다.

1995년 한국통신공사 콜센터 여성노동자들의 경견완 장애 집단 발병은 경견완 장애를 다시 주요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게 하였다. 경견완 장애는 1994년 직업병으로 포함되었다. 하지만, 한국통신공사 경견완 장애 투쟁은 개별 회사와 행정 문제라기보다, 산재 진단, 처리, 노동자 보상, 작업환경 개선 등 한국 산업안전보건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한국통신공사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민주노총 산하 연맹조직, 노동과건강연구회 등 단체들은 1996년 9월말 ‘단순반복작업에 의한 경견완장애 대책회의’를 만들어 활동하였다. 이들의 목소리는 반복작업에 의한 건강장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6. 결론

1990년대 여성 노동자들은 자신의 직업병을 드러내며, 건강장해의 금전적 보상 뿐 아니라 여성노동자의 건강 문제에 무관심했던 국가와 기업의 행태를 고발하며,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와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들은 여성들의 직업병의 업무 관련성을 부정하고, 여성들을 노동자로 보지 않는 정부, 회사, 의료계의 관행에 저항하며, 진보적 보건의료전문가들과 노동자건강권 단체와 연대하였다.

특히, 여성노동자들의 직업건강문제에 관심을 가진 한국의 진보적 보건의료인들의 활동은 “시민과학연대(Citizen-Science Alliances)”로 규정할 수 있다. 이들은 질환 피해자인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여성의 직업건강 문제에 강한 편견으로 작용한 과학적 규범에 도전하였다. 이들의 활동은 드러나지 않는 여성들의 직업건강 문제를 어떻게 사회의제화하고, 건강사회운동을 펼칠 것인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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