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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근로시간 변화까지 고려한 인력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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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간 미국 의사 근로시간의 변화가 의사 인력 정책에 주는 함의 –

 

느린 발걸음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의사 부족 현상에 대한 논의는 주로 의사 인력의 수, 분포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실제로 한국은 다른 서구 고소득국과 비교하여 인구 당 의사 수가 적고, 지역별 의사의 분포가 고르지 못하다(☞기사 바로가기: 의사 부족 해결 위해 10년 간 의대 정원 두 배로 늘려야). 지금까지 지역의 의료 수요 대비 의사 공급이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는지에 대한 거시적인 요인에 대해서 많은 논의와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의사 인력의 주당 근로시간 등과 같은 미시적인 요인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적었다.

 

오늘 소개하려는 논문은 20년 간 미국 의사 근로시간 변화를 통해 의료 인력의 실질 공급량을 추적한 연구이다(☞논문 바로가기: 2001-2021년 의사 근무 시간 변화와 업무 능력 및 일-생활 균형에 대한 영향). 이 연구는 미국 인구조사국에서 월별로 6만 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상시인구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 CPS)의 20년 간(2001-2021)의 조사 자료를 토대로 하였다. 인구조사지에 직업을 의사라고 답한 가구원이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성별, 연령군, 대도시권 거주 여부 등을 기준으로 구분하여 각 집단에서의 근로시간을 분석하였다.

 

미국 내에서 활동 중인 의사 인력의 절대적 규모는 지난 20년 간 711,483명에서 945,320명으로 32.9% 증가하였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65세 이상의 고령 의사 인력의 비중은 5.5%에서 12.2%로 늘어났으며, 상대적으로 젊은 35~44세 의사 인력의 비중은 감소(30.1%→25.7%)하였다. 여성 의료 인력 비율의 증가(29.2%→38.4%)가 눈에 띄며, 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의사 비율이 대폭 감소(14.2%→9.5%)하였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2001년부터 2021년까지 20년 간 미국 인구가 16.6% 증가한 것에 비하여 의사 인력이 두 배 가량(32.9%) 증가했으니 의료 인력 부족 사태가 다소 해결된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인구 십만 명당 의사 인력의 총 근로시간으로 의사 인력의 실질 공급량을 구했을 때 젊은 의사 인력의 근로시간 감소와 고령 의사 비율의 증가 등으로 인해 의사 인력의 절대 수 증가의 효과가 상쇄되었다고 지적한다. 의사 인력의 절대적 규모뿐만 아니라 근로시간까지 고려하면 의사 인력의 실질 공급량은 인구 십만 명당 13,006시간에서 13,920시간으로 7.0% 남짓 증가했을 따름이다.

 

실제로 미국 의사 인력의 주당 근로시간은 20년 간 주당 52.6시간에서 48.6시간으로 7.6% 감소하였다. 하위 집단 별로 근로시간 변화를 분석해보면 남성에서는 8.1% 감소(54.1시간→49.7시간)한 반면 여성에서는 4.1% 감소(48.8시간→46.8시간)하였다. 연령별로 보면 55~64세 연령에서는 주당 근로시간에 큰 변화가 없고(48.6시간→48.3시간), 65세 이상에서는 소폭 증가하였지만(38.5시간→39.8시간), 대부분의 주당 근로시간 감소 폭은 35~44세(52.3시간→47.9시간), 45~54세(52.0시간→46.9시간)에서 확인되었다. 즉, 고령의 의사의 비중 증가와 젊은 의사들의 근로 시간 감소가 겹치면서 절대 공급량의 증가만큼 실질 공급량이 늘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 연구는 더디게 증가한 의사 인력의 실질 공급량을 진료지원인력(Physical Assistant, PA)과 전문간호사(Nurse Practitioners, NP) 등 비의사 전문진료인력이 상당 부문 보충하였음을 보여준다. 지난 20년 동안 PA의 인력 규모는 86% 증가하였으며, 2011년부터 통계에 잡히는 NP의 인력 규모는 10년 간 무려 110.5% 증가하였다. 의사와 비의사 전문인력을 합한 의료 인력의 실질 공급량은 2011년에서 2021년 사이에 21.4%나 증가하여 인구 증가폭을 상회하였다.

 

한국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2020년 기준)에 따르면 활동하고 있는 의사 인력의 규모는 115,185명, 평균연령은 47.9세이고, 요양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 수는 99,492명으로 지난 10년 간 37.5% 증가하였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2020 전국의사조사’에 따르면 현재 진료 업무에 임하고 있는 한국 의사의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48.1시간으로 미국과 큰 차이가 없다. 단순 산술적인 비교를 했을 때 미국의 인구는 한국에 비하여 6.6배 많고, 의사 인력의 수는 8.2배 많다. 양국 의사 인력의 주당 근로시간에 큰 차이가 없고, 한국과 달리 비의사 전문진료인력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의 실질 공급량은 미국이 한국을 상회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해 공급 측면에서 한국 의사 인력 정책을 고민할 때 절대적 규모 이외에 고령화에 따른 근로시간 감소, 비의사 전문진료인력의 활성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이끌어낼 수 있다. 물론 각 나라마다 의료 인력의 업무 강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인구 10만 명당 인력의 실질 공급량만으로는 정확히 공급측 요인을 분석할 수는 없다. 또한 의사 인력의 실질 공급량이 대도시 지역에만 집중된다면 아무리 공급자가 늘어나더라도 의료 수요와 공급 간 지역 격차가 악화될 수도 있다. 특히 한국적 상황에서는 미용, 성형, 도수치료 영역 등 상당히 상품화가 진행된 영역에 의사 인력이 얼마나 유출되고 있는지도 파악이 필요하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지역 간 의료 접근성 격차, ‘필수의료’라고 여겨지는 영역에서 활동하는 인력의 부족 등에 대하여 보다 미시적인 토대 위에서 의사 인력 정책이 논의된다면 좀더 풍부한 논의와 실천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양적인 것과 질적인 면, 더 나아가 경제적·정치적 측면 모두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서지정보

 

Goldman, A. L., & Barnett, M. L. (2023). Changes in Physician Work Hours and Implications for Workforce Capacity and Work-Life Balance, 2001-2021. JAMA Internal Medicine, 183(2), 106~114.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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