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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소셜미디어 식문화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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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민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올 여름 전국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하여, 12년 만에 가장 많은 사망 및 실종자가 발생하였다. 이와 같은 기상재해는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북미대륙 동부, 일본에서도 홍수가 발생하였고, 남유럽, 북아프리카, 중국 신장 지역은 유례없는 폭염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캐나다에서는 산불로 남한 면적보다도 넓은 규모의 삼림이 사라졌다.

 

우리는 현재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기상이변이 우연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징후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후변화에는 육류 소비가 상당히 크게 기여하고 있다. 육류 생산은 인간이 만드는 전체 온실 가스의 14.5%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수질 오염, 사료 재배 농지로 인한 삼림 파괴 및 생물 다양성 저해 등으로 지구 환경 파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제연합(UN)은 육식을 줄이고 더 많은 식물성 식품을 먹는 것을 기후변화 대응 활동으로 추천하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UN이 추천한 기후변화 대응활동을 잘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TV에서는 연신 행복한 일상의 대표적인 예로 푸짐한 고기 식사를 보여주고, 소셜미디어 피드에도 맛있는 고기 한 끼를 자랑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온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소셜미디어에서 접하는 육식과 채식의 이미지와 언어에 대한 연구다(☞논문 바로가기: 즐거움 vs 정체성 : SNS에서 식물성 식단 게시물보다 더 인기 있는 고기 게시물#푸드토크).

 

우리가 접하는 음식의 이미지와 단어는 실제 음식을 맛볼 때처럼 뇌의 미각과 보상 영역을 활성화하여 음식에 대한 재경험 시뮬레이션을 유발하고, 이는 그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자들은 대표적인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음식 관련 게시물들을 분석하여, 육식, 식물성 식단, 채식 식단과 관련한 사진을 설명하는 데에 어떠한 양식의 언어가 사용되는지를 분석하였다.

 

우선 “#meat”(고기), “#plantbased”(식물성식단), “#vegetarian”(채식)의 해시태그 단어를 포함하는 게시물들로 각각의 그룹을 만들고, 각 그룹에 속한 게시물의 텍스트와 해시태그를 분석하였다. 게시물과 해시태그의 단어는 그 성격에 따라 여섯 가지 영역으로 분류하였다.

 

첫 번째 “소비관련 상황” 영역은 맛에 대한 감각적인 표현, 소비와 관련된 상황 표현(예: 저녁식사, 카페), 식사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예: 맛있는, 편안한) 등이 해당한다. 두 번째 ”소비관련 이외 상황” 영역은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예: 레시피, 로컬, 소), 어떻게 구매하거나 준비되었는지(예: 드라이브스루, 슈퍼마켓, 냉동), 어떤 문화적 맥락인지(예: 이탈리안, 크리스마스)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세 번째 “상황 무관” 영역은, 건강에 관련된 내용, 음식의 성분, 빛깔, 음식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예: 좋음, 나쁨), 식이에 대한 정체성(예: 식도락, 채식커뮤니티), 사회적 규범이나 정치적 운동에 관한 단어(예: 기후, yes2meat) 등을 포함한다.

 

그밖에, 음식이 아닌 소셜미디어 플랫폼(예: 블로그, 팔로워)에 대한 내용은 “소셜미디어”영역으로 분류하였고, 두 개 이상의 영역에서 동일하게 코딩될 수 있는 경우는 “애매함” 영역으로 하였으며, 전치사, 접속사, 관사 등의 단어는 “비단어”영역으로 분류하였다. 이렇게 분류한 후 게시물마다 각 영역에 해당되는 단어들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계산하였다.

 

분석 결과, “#고기” 그룹의 게시물은 “#식물성식단”, “#채식” 그룹의 게시물에 비해 “소비관련 상황” 영역의 해시태그와 “소비관련 이외 상황” 영역의 텍스트를 더 많이 포함하였다. 바꿔 말하면, 고기와 관련된 게시물은 채식이나 식물성 식단과 관련된 게시물에 비해 더 맛있고 매력 있음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식물성식단” 게시물은 “#고기” 게시물보다 “상황 무관” 영역, 특히 그 중에서도 정체성과 관련된 단어의 해시태그와 텍스트를 많이 포함하였다. 연구자들은 “#식물성식단” 게시물이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은, 소수자인 채식주의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채식주의자들과 연결되어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고 현 육식 중심 문화에 맞서는 방향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연구자들은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고기와 관련된 게시물에는 음식으로 인한 즐거움을 표현하는 단어를, 식물성 식품에는 건강과 정체성을 지향하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경향이 소셜미디어 피드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습관적인 플랫폼 사용을 통해 강화되면서 각 사용자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일부 사용자가 식습관을 바꾸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육식의 즐거움을 당장 바로 없애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고기없는 월요일” 운동처럼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은 어떨까.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소셜미디어에 고기 식사 대신 내가 먹은 식물성 식단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올리는 것은 어떨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친구의 채식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보는 것은 어떨까? 누가 아는가. 누군가의 피드에 올라온 맛있는 채식 사진이 그 사람의 한 끼를 바꿔 놓을지.

 

 

*서지정보

 

Davis, T., & Papies, E. K. (2022). Pleasure vs. identity: More eating simulation language in meat posts than plant-based posts on social media# foodtalk. Appetite, 175, 106024.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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