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건강한 건강수다] 방송작가와 스타일리스트를 만나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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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39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 전수경 이모는 일하는 사람,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림 : 요오우 삼촌

 

하나의 TV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는 PD와 카메라 촬영, 조명, 방송작가,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의상을 챙기는 스타일리스트 등 수많은 사람이 필요해요. 잘 알고 있다고요? 맞아요. 이 분야는 저보다 친구들이 더 잘 알 수도 있겠어요.

 

저는 요즘 TV 프로그램을 위해 일하는 방송작가, 스타일리스트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았어요. 방송국은 워낙 큰 곳이니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잘 짜인 순서에 따라 일이 나누어져 있고, 월급도 많이 받을 거로 생각했어요. 배우·가수·진행자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요. 하나는 맞아요. 연예인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이들과 함께 멋진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일은 보람이 있어요. 밤을 새워 가며 자막 원고를 써서 프로그램이 완성되고 방송이 나가면 고생했던 기억은 다 날아가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대요. 그런데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체계적으로 정해진 과정에 따라 할 수 있는 ‘표준적인 업무’보다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라고 해요. 출연하기로 한 사람이 갑자기 약속을 취소하기도 하고, 기상 상황이 안 좋아 야외촬영을 못 할 수도 있고, 전하기로 한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할 시간도 필요하죠. 방송이 나가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출연할 사람들, 찍어야 할 대상을 정하고 대본을 쓰는 방송작가는 늘 시간에 쫓겨요. 원고를 쓰고 자막을 달아야 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니 언제나 프로그램의 마지막 과정에서 잠잘 시간을 줄여가며 원고를 쓰거나 밤을 새운다고 해요.

 

 

제가 가장 놀란 것은 방송작가들이 방송국의 직원이 아니라는 거였어요. 방송국이 고용하고 월급을 주는 작가들은 아주 적고, 대부분이 ‘프리랜서’래요. 프리랜서는 시간을 자유롭게 쓰면서 여유 있게 일할 것 같지만, 방송작가들은 불규칙한 노동시간에, 긴 시간을 일하고 있어요. 4대 사회보험 같은, 노동자 보호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휴가를 쓰기도 어렵죠.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의 옷을 챙기는 스타일리스트도 만나 보았어요. 스타일리스트는 단순히 옷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의 분위기, 배역에 맞춰 배우에게 가장 적절한 옷차림과 액세서리 같은 외형의 스타일을 만들어 줍니다. 이들도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장면마다 배역마다 배우가 입은 옷이 다 다르잖아요? 드라마 촬영을 위해서는 보이는 의상의 몇 배를 준비해서 미리 입어보고, 촬영 현장에 가져간대요. 옷은 무겁잖아요? 스타일리스트는 수십 벌의 옷을 빌려오고, 촬영 현장에 옮기고, 촬영이 끝나면 의상을 돌려주는 일을 하니까, 수개월 동안 드라마 촬영을 하고 나면 어깨도 손목도 병이 난다고 해요.

 

제가 만난 스타일리스트는 옷을 들고 옮기는 일을 반복하다가 허리를 다쳤어요. 바닷가에서 촬영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몇 시간씩 차를 타고 다니면서 옷을 준비하던 어느 날 허리에서 ‘뚝’ 소리가 나면서 비명을 질렀대요. 허리 수술을 해야 하는데 프리랜서라서 개인 돈으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스타일리스트도 일하다 다치면 노동자처럼 산재보험으로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안타까웠어요.

 

우리가 보는 방송, 드라마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땀과 손길이 필요해요. 그런데 방송작가, 스타일리스트들은 프리랜서라고 부르면서 노동자로 보호하지 않는 일이 잦아요.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 같은 큰 기업이 책임을 다하는지 시청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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