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민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우리는 이미 코로나 판데믹 초기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위기를 예견하였고, 경제 위기 후 진행될 긴축정책에 대해 우려를 한 바 있다(☞관련기사: 코로나 경제 위기, 긴축재정은 불평등을 심화한다). 예상보다 긴 코로나 시대를 거친 이후의 현실은, 예상보다 더 나쁘다. 판데믹의 여파 이외에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기후변화의 가속화, 최근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현 상황에서 경제 발전에 희망적인 요소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우려했던 것처럼, 경제 위기에 대한 방안으로 사회정책 전반에 걸쳐 긴축정책이 도입되고 있다.
긴축정책은 왜 하는 것인가? 부족한 정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구성원들이 잘 살게 하고자 함이다. 그런데 긴축정책을 함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다면, 과연 이를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늘 소개하는 논문의 결과는 긴축정책의 시행에 대해 이러한 의문을 제기한다(☞논문 바로가기: 긴축의 부담을 짊어지기: 영국에서 남성과 여성의 사망률 변화 비교 분석)
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사회보장과 필수 서비스에서 수십 억 파운드 예산을 삭감하는 긴축정책을 도입했다. 연구진은 1981년부터 2019년까지 연령표준화사망률을 계산하였다. 연령표준화사망률은 노인이 많은 지역은 사망률이 더 높게 나오기 때문에 지역과 시기의 인구 연령대 구조의 영향을 감안하여 사망률을 계산한 것을 말한다. 특히 2012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간에 대해서는 이전 30년간의 추세를 바탕으로 수학적으로 예상 사망률을 계산하여, 예상사망률과 실제 관찰된 사망률의 차이인 초과사망률을 계산하였다.
과학 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하여 1981년 이래 연령표준화사망률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그런데 2011~2013년부터는 이 감소 추세가 분명하게 완화되는 현상을 보였다. 놀라운 점은 소득이 가장 적은 1분위 지역에서는 심지어 연령표준화사망률이 이 시기를 기점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 경향은 잉글랜드보다 스코틀랜드에서, 전체 연령보다는 65세 미만의 비노인 연령대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저소득(1분위) 지역에서는 2010~2012년에 비해 2017~2019년에 스코틀랜드 여성은 1.7%, 잉글랜드 여성은 2.7% 각각 사망률이 더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 참고). 비노인 연령대만 놓고 보았을 때에는 스코틀랜드의 최저소득(1분위) 지역에서 남성은 6.0%, 여성은 6.7% 각각 사망률이 증가하였다.
2012~2019년 실제 관찰된 사망자 수와 1981~2011년까지 추세를 바탕으로 예측한 사망자 수를 비교한 결과, 8년의 기간 동안 영국 전역에서 약 335,000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계산되었다. 이 중 3분의 1이상은 65세 미만이었으며, 연구진의 예상과는 달리, 초과사망의 대다수는 남성으로 확인되었다. 사망자 수의 예측은 많은 불확실성이 따르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가 필요할 수는 있겠으나,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쓰인 예상 사망자 수가 1981년의 자료를 기반을 만들어진 것으로 보수적인 추정치였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 연구의 원래 목적은 정부의 긴축정책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해로울 것이라는 가설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한부모 가정, 독신 연금 수급자 등 사회보장 수급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며, 여성의 소득이 남성보다 낮고, 돌봄 책임도 여성이 더 많이 감당하기 때문에, 정부 긴축정책의 영향도 여성에서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비록 이 연구 결과에서 긴축정책이 성별에 따라 미치는 영향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분명 긴축정책은 더 빈곤한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 더 큰 악영향을 미쳤으며, 이에 해당되는 사람에게는 시대를 역행하는 사망률 증가까지 나타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구 전체로 보았을 때도, 수십만의 초과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가 비단 영국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정부는 모든 구성원들이 잘 “살게 하고자” 하는 정책을 만든다. 그런데 그 정책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면 무슨 소용일까. “경제 위기에는 긴축정책이 처방”이라는 논리에서 벗어나,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서지 정보
Walsh, D., Dundas, R., McCartney, G., Gibson, M., & Seaman, R. (2022). Bearing the burden of austerity: how do changing mortality rates in the UK compare between men and women?. J Epidemiol Community Health, 76(12), 1027~1033.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는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