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주지원자는 가족 구성원으로 매우 높은 비중(76.9%)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장애인 가구의 소득은 전국 평균의 71% 수준이고, 절반 가까운 가구(45.5%)의 연소득이 3,000만원 미만이었다. 또 장애인 가구의 소비 지출 중 의료비 비중이 11.3%(전국 가구 7.0%)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장애인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 뿐 아니라 돌봄 부담에 따른 사회활동의 제약과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장애인 자녀의 주돌봄자의 건강과 안녕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때마침 경상남도에서는 저소득 장애인 부모의 종합검진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 202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3년마다 이루어지는 장애인 실태조사를 비롯한 여러 조사와 연구 성과들, 그리고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이 사업이 시작되었다. 총 28개 항목과 80여 종 항목의 건강검진을 수행하는데, 건강검진비용 중 18만원은 도에서, 2만원은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은 해당 의료기관에서 지원한다. 그러나 2023년 사업 수행 결과는 매우 저조했다. 사업 대상자가 되는 “기초의료급여수급자 중 정도가 심한 장애인을 둔 자녀 부모, 조부모”가 경남에 2,785명이 있다고 조사되었고, 사업 대상자 중 목표를 300명으로 설정했지만, 작년에 지정된 6개 병원에서 수행한 건강검진은 20건이 채 되지 않았다.
사업년도 중간에 시작된 사업이라 홍보 부족의 문제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직접 ‘신청’을 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장애인 가족 당사자가 “신분증, 자녀의 장애인증명서 또는 복지카드(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 확인), 수급자증명서(기초의료급여 확인), 주민등록등본 또는 가족관계증명서(가족 확인용)”와 같은 서류를 직접 준비해야 했다. 또 의료기관에서는 건강보험자격시스템 조회(기초의료급여)를 통해, 장애인 가족 당사자가 기준에 맞는 대상자인지 확인해야 했다.
증명서류를 제대로 잘 챙겨오지 못한 대상자와 실시간으로 기준을 확인하기 어려운 병원 여건 등이 겹쳐져 검진을 마친 뒤에 대상자가 아님이 밝혀진 경우도 있었다. 조건을 제대로 모른 채 건강검진을 하러 온 장애인 가족이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민원과 업무에 대한 부담으로 다음해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단 수행기관도 생겼다. 결국, 수행기관은 도 담당부서에 대상자 선별을 도 혹은 제3의 기관에서 수행하거나, 저소득 증명에 대한 기준을 폐지하여 서류작업을 간소화하고 사업수행을 모니터링해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사업수행자의 어려움을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검진을 받으러 왔다가 자격증명의 문제로 아쉽게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는 장애인 가족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러한 사례를 보더라도 한국의 장애인 가족 지원 정책은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오늘 연구통에서는 장애인 가족 지원 방안을 연구한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보고서의 주요 결론을 살펴보고자 한다(☞연구보고서 바로가기: 장애인 가족 지원 방안 연구: 대안 확대와 접근성 제고를 중심으로).
이 연구에서는 주요 선진 국가들이 어떠한 장애인 가족 지원 제도들을 운영하고 있는지 분석하였다. 또한 Q방법론을 활용하여 장애인 가족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돌봄부담 유형을 파악하였다. 이를 토대로 개인 맥락에서 경험하는 돌봄부담을 고려하여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 지원의 방향을 모색하였다.
연구의 결론으로 연구진은 장애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과 더불어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원에 대한 지원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족의 돌봄에 대한 경제적 보상과 돌봄시간 보장에서 장애를 고려한 제도 개선,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돌봄 시설과 서비스의 확대, 장애인 가족을 돌보는 가족원에 대한 지원을 권리로 인정해주는 체계 도입,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필요한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고 필요한 사례관리를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전달체계 구축을 제안하였다.
앞서 언급한 경상남도의 ‘저소득 장애인부모 건강검진비 지원사업’ 사례 뿐 아니라, 장애인 가족을 위해 여러 지역에서 대체 돌봄인력 파견, 여행 및 캠프 프로그램 운영, 가족 여행비 지원, 교육·상담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이 오늘 소개한 연구보고서의 제안에 따라 이용자 중심 방식으로 전환되고, 주기적 모니터링을 통해 개선되면서, 양적·질적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 서지 정보
이면경, 오다은, 김성희, 김용진, 이동석, 심석순, 이현민. (2021). 장애인 가족 지원 방안 연구: 대안 확대와 접근성 제고를 중심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는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