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설탕세가 충치로 인한 부담을 줄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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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43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 류재인. 동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무서워하는 치과에서 일하는 의사예요. 무시무시하다고요?

그림 : 요오우 삼촌

 

오늘은 고모의 만년 신년 계획인 다이어트랑 깊은 연관이 있는 설탕에 관한 얘기를 해보려 해. 영국에서는 2018년 4월부터 설탕이 들어간 청량음료 기업에 세금(soft drink industry levy, SDIL)을 부과하고 있어. 한국에서는 설탕세로 알려졌지. 이런 세금은 왜 생겼을까? 설탕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학교 수업 시간에도 많이 들어봤을 거야. 설탕이 든 음식 중에서도 음료가 어린이들의 설탕 섭취의 주된 원인이라고 해. 동무들도 알고 있겠지만 설탕은 충치가 생기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비만과 당뇨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위 말하는 ‘공통 위험 요인’이야.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도 여러 가지 면에서 그렇다면, 줄이는 것이 좋잖아? 그래서 그동안 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노력을 했어. 그런데 그런 노력 중 일부는 효과가 보잘것없거나 건강 불평등을 악화시키기도 했어. 설탕은 굉장히 중독성이 강한 맛이라서 웬만한 노력으로는 줄이기가 쉽지 않거든. 단맛은 제품을 더 많이 파는 데 유리하고, 소비자로서도 달고 맛있는 걸 거부하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최근에 나온 제품들에 유독 ‘허니’라는 단어가 들어간 상품이 많은 걸 보면 더욱 실감할 거야. 그러니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지. 지금 당장 줄여 마땅한데 오히려 늘어만 간다니!

 

결국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설탕 섭취가 에너지 섭취의 10% 이하여야 하고, 가능하다면 5%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어. 이걸 계기로 세계 모든 나라에서 설탕 섭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고, 그 노력의 하나가 설탕세야.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어. 설탕 줄이기가 얼마나 힘든데, 세금까지 매기면 어떡하느냐고. 그런데 동무들 혹시 담뱃세라고 들어봤어? 이것도 건강에 백해무익한 담배를 줄이려는 여러 가지 시도 중에 나왔고, 이걸로 금연을 위한 치료비용, 흡연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으로부터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쓰고 있거든. 그러니까 설탕세도 결국 설탕 섭취를 줄이는 데 쓰일 거란 거지. 실제로 영국에서는 건강한 선택이 더 쉬운 선택이 되도록, 건강한 식품을 건강하지 않은 식품보다 더 싸게 팔고 있어. 보통 건강하다는 식품이 대체로 비싸거든. 그러면 선택하기 어려우니까, 세금을 걷어 모인 돈으로 건강한 식품의 가격을 낮추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거지. 그러면 말 그대로 건강한 선택이 더 쉬운 선택이 될 수 있어.

 

설탕세는 과연 어떤 효과를 내고 있을까? 고모가 관심 많은 치과 치료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영국의 한 연구에서 설탕세가 시작되기 전과 후로 나누어, 충치로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 사례를 분석해 봤더니, 10세 이하 그중에서도 0~4세는 이전에 비해 28.6%가 줄었대. 놀랍지? 불과 2년만인데. 이게 지역이나 소득수준과 상관없었다고 하니, 정부에서는 설탕세 도입을 고민할 만하지.

 

나물이 맛있어지는 나이가 되면 인생의 쓴맛을 아는 나이가 된 거라던데, 거꾸로 단맛에 익숙해지면 자연의 단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대. 어떤 실험에서는 불과 일주일 만에 이전에는 달게 느껴졌던 게 그렇지 않게 됐다고 하니, 단맛은 참 중독성이 강해. 동무들 우리 새해 계획으로 단맛보다 좀 더 다양한 입맛에 길드는 건 어떨까? 아주 작은 단맛에도 도파민 터지는 그날까지 말이야. 다들 올해는 건강한 맛에 익숙해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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