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시민건강실록>을 발간합니다
시민건강연구소는 2015년부터 매년 <시민건강실록>을 통해 지난 1년간 발생했던 주요 사건과 이슈를 돌아보고 새해를 전망해 오고 있습니다. 2023년에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참 다사다난한 해였습니다. 국내외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졌지만, 우리는 인권과 사람중심 관점에서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일상의 안녕과 삶의 존엄성을 빼앗고 위협했던 사건과 이슈에 주목하였습니다.
우선 2023년은 끝이 보이지 않았던 코로나 팬데믹이 마침내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은 해였습니다. 전대미문의 공중보건재난을 경험했음에도 우리 사회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포스트 팬데믹 시기를 맞아 오히려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정부는 팬데믹의 교훈을 외면한 채 보건의료 산업화, 영리화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 보건의료체계 붕괴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과 같은 문제적 현상으로 대두되면서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철지난 신자유주의 이념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와 재정 긴축, 민영화, 규제완화 등 친기업적 정책들을 노골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 등 노동자를 억압하는 데 열중했습니다. 또 이주민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 신장에 역행하는 정책들도 허다했습니다. 사회적 재난인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했지만, ‘선구제-후회수’ 조치를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정권의 반인권적이고 반공공적인 퇴행적 국정운영에 맞서 시민사회 단체들은 서로 연대하며 꿋꿋이 비판과 저항 운동을 이어온 한 해였습니다.
또한 2023년은 전쟁과 폭력의 해였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선제 도발을 빌미 삼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집단 학살하며 이들을 축출하려는 야욕을 한껏 드러내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국제 시민사회가 더욱 힘을 합쳐 이스라엘과 이를 비호하는 강대국들을 규탄하고 압박해야 할 때입니다. 이밖에, 빠르게 진행 중인 기후위기는 대규모 폭우나 가뭄 등의 이상기후 현상으로 드러나며 전 세계 곳곳에 큰 피해를 끼쳤습니다. 하지만 국제 사회는 자국중심주의와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포기하지 못한 채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퇴출을 합의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올해도 이러한 주요 이슈를 살펴보는 일에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동참해주셨습니다. 바쁜 활동 와중에 기꺼이 연대해주신 공공운수노조, 노동건강연대, 빈곤사회연대, 이주와인권연구소, 플랫폼C 활동가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가 함께 편찬한 <2023 시민건강실록>이 그저 암울한 시대상을 개탄하는 용도로 그치지 않길 바랍니다. 실록을 읽으면서 각 분야의 이슈별 평가와 전망, 그리고 운동의 목표와 제안이 서로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를 통해 서로의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연대의 폭이 넓어지는 가운데 모두가 평등하게 건강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시민사회의 힘이 강화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차 례 >
1. 지역 보건의료·건강불평등: 깊어지는 착취 속 ‘주민’의 자리 찾기
2. 인권 없는 외국인력 도입: 법무부식 이민정책
3. 중대재해처벌법, 산재보험이 위험하다
4. 사회적 재난이 된 전세사기・깡통전세
5. 기후위기는 상수인가?
6. 전쟁과 폭력
7. 공공성 붕괴・위협하는 윤석열 정부의 ‘위장된 민영화’
8. 젠더와 건강 마주하기
9. 필수의료 정책의 목적과 효과
10. 바이오·디지털 헬스케어 산업화를 통한 보건의료 영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