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정부·의료계 갈등,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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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근 (시민건강연구소 소장, 경상국립대 의과대학 교수)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의료·필수의료의 공백 해소를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한 이유로 제시하고 있으나 비수도권 필수의료는 이미 붕괴되고 있다. 이제 비수도권은 지역이라는 이름으로 취약성과 소멸을 대표한다. 지역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취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의료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는 지역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건이자 지역의료·필수의료의 조건을 규정하는 중요한 모순이다. 이는 비수도권의 쇠퇴에 기반한 수도권 중심 자본축적 전략의 결과이자 국가권력·경제권력 연합의 산물이다. 전체 인구의 자연 감소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도 수도권 인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이윤 추구 가능성이 높은 수도권과 대도시, 비필수의료로 집중되는 것은 현재의 지역 간 불평등 구조와 자유방임적인 보건의료체계하에서는 어쩌면 자연스럽다. 하지만 현재 수도권에 대한 비수도권의 종속적 관계 및 민간 주도의 이윤 추구적 보건의료체계에서 비롯된 지역의료·필수의료 위축의 원흉은 의사집단이 되어버렸다.

 

그간 의료계가 지역·필수의료 공백으로 인한 시민사회의 고통에 직면하지 않고 의대 정원 확대 계획 등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러나 사회구성원들의 보편적 이익과 공공복리를 위한 권력·자원의 형평적 배분,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 강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주체는 국가권력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수도권 집중을 심화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공공의료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도리어 약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의대 입학 정원 확대와 이에 저항하는 의료계에 대한 강경한 태도로 문제의 근원들을 소거하면서 지역 소멸 위기 극복과 의료개혁의 화신으로 거듭나고 있다.

(경향신문 2024.3.10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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