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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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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민 건강과 사회통합 –

 

송경은 (시민건강연구소 영펠로우)

 

바야흐로 글로벌 사회이다. 이 식상한 어구를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전 세계적인 이주라는 인구 구조의 변화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의 인종·민족적 다양성이 급속화되고 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상기하기 위함이다. 도처에서 “세계 속의 한국”, “한국 속의 세계”를 외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동시에 한국 사회는 이 변혁적인 인구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떠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을 제안한 한국은행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이민자 정책에 대한 자세를 가늠해 볼 수 있다(☞관련 보고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이는 이민자에 대한 전인적인 관점 없이, 정부가 노골적으로 이민자를 한국 사회의 소위 ‘3D’ 업종의 인력 부족을 메꾸기 위한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조가 지속된다면 사회적 분절과 갈등이 심화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러한 암울한 미래로 흐르지 않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이민자 인구 증가에 따른 변화를 예상해 보고 준비하자고 주장하면 지나치게 시기상조일까? 오늘 소개할 연구는 최근 국제 학술지 <건강과 사회적 행위>에 출판된 논문으로 미국 사회 내에서 사회 통합의 지표로 이민자들의 건강을 살펴본 논문이다(☞논문 바로가기: 문화적응을 넘어: 건강과 이민자의 사회통합). 연구진은 이주민의 비만과 고혈압 유무라는 건강 지표가 미국에 체류하는 기간의 증가에 따라 인종·민족적 배경이 유사한 선주민과 비교하여 어떠한 변화 양상을 보이는지 분석하였다.

 

연구진은 이민자의 건강을 세 번의 시간 축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는 각각 출신국을 떠나 이민을 한 시점, 이민국에 문화 적응(Acculturation)을 하는 시점,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 흘러 동화(Assimilation)되는 시점이다. 먼저 가장 첫 번째의 시점인 출신국을 떠나 이민국에 도착을 한 시점에서 이민자의 건강은 이민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을 상징한다. 이 시기에 이민자들은 ‘건강한 이주민 효과(Healthy Immigrant Effect)’를 보이며, 인종·민족적 배경이 유사한 선주민 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 인구의 평균보다 우수한 건강 수준을 보였다. 이는 건강 수준에 따라 이민의 가능성이 선별적으로 발생함을 시사한다. 두 번째 시점인 문화 적응의 단계에서는 이민자들은 빠른 속도의 건강 악화를 경험한다. 연구진은 이를 이민자가 이민국의 주류 문화에 편승하기 위한 과정 속에서 음주, 흡연 등 건강 관련 부정적인 행태를 습득하는 동시에 이민자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출신국과 관련한 보호 요인들이 약화되면서 나타나는 문화적응 스트레스(Acculturative Stress)로 설명한다.

 

그렇다면 충분히 시간(이 연구에서는 약 15년 정도의 거주 기간)이 흐른 후 마지막 시점인 동화 단계에서 이주민의 건강은 어떠한 양상을 보일까? 연구진은 바로 이 지점에서 두드러지는 인종·민족적 특징에 따른 이민자 내부의 건강 격차를 발견하였다. 이민 초기와 달리 시간이 지나자 흑인·히스패닉 이주민과 그 외 인종·민족 간의 건강 격차는 급속하게 커졌다. 연구진은 이를 흑인과 히스패닉이 경험하는 차단된 동화(Blocked Assimilation)라고 명명한다. 백인·아시아계 이민자의 건강 상태가 더 좋았다는 것은 흑인·히스패닉계 이민자보다 백인 주류사회에 더 쉽게 통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는 역사적·구조적으로 보다 선명한 사회적 장벽을 경험하는 인종에게 사회 통합은 더 험난한 여정임을, 그리고 누적된 부정적인 구조적 경험의 결과로써 건강이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다.

 

이 연구가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미진한 한국 사회에 전하는 함의는 무엇일까? 모든 이민자들을 아우르는 진정한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어떠한 이민자 집단이 더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는지 살피는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는 인종이 주류 사회와 이민자 사회를 구분 짓는 핵심 요인이었다면, 한국 사회에서는 이민자의 출신 국적이 비슷한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관련 연구: 결혼이주민 자녀의 집단 따돌림 피해와 삶의 만족도: 이민자 어머니의 출신 국가별 이질성 탐색). 1980년대를 시작으로 급격히 증가한 이주민 인구 속에서, 한국 사회는 이민 1세대를 넘어 이민 2세대를 경험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에 견주어 보면, 한국 사회의 이주민 정착 역사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일지 모른다. 앞으로 이주민 사회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외 선례를 통해 예상하면서 최소화할 수 있도록 슬기롭게 준비하고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모두가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기를 바란다.

 

 

*서지 정보

Hagos, R. M., & Hamilton, T. G. (2024). Beyond Acculturation: Health and Immigrants’ Social Integration in the United States. Journal of Health and Social Behavior, 00221465241231829.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는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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