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48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_ 문다슬. 젠더 렌즈를 통해 노동자의 건강을 바라봐요.
그림_ 오요우 삼촌
정부가 의사를 늘리겠다는 정책을 발표했고, 의사들은 여기에 반발하며 진료하지 않겠다고 했어. 졸업하면 의사가 되는 의대생들도 등교를 멈췄어. 큰 병원에서 일하던 의사들이 일을 중단하고 병원에서 나왔어. 이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의료 공백에 대응한다며 지난 2월 정부는 실제로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를 최고 높은 수준인 ‘심각’ 단계로 발령했어.
오늘은 이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생긴 의문을 나눠보려고 해. ‘병원에서 우리의 건강을 돌보는 사람이 과연 의사뿐일까?’하는 질문이야. 당연히 우리는 병원에서 의사도 만나지만 간호사, 간호조무사도 만나고 약사도 만나. 다리나 팔을 다쳐서 병원에 간 동무들은 CT나 엑스레이를 찍어주는 방사선사, 그리고 다시 팔다리를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리치료사도 만나봤을 거야. 치과에 갔다면 치위생사도 만났을 거고. 진료 다 받고 난 뒤 병원비 계산을 처리해 주는 원무과 직원도 만나.
병원에는 우리와 만나지 않더라도 우리 건강을 함께 돌봐주는 사람이 많아. 소변이나, 혈액 등을 검사해서 우리 몸에 중한 건강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검사하는 임상병리사, 응급 시 환자를 적절한 병원으로 이동시키는 응급구조사, 병원 안에서 환자를 병실에서 검사실, 수술실 또는 반대로 이송하는 일을 담당하는 이송 직원도 있어. 입원한 환자의 하루를 함께 하며 밥 먹고, 화장실 가고, 움직일 수 있도록 돌보는 요양보호사와 간병인도 있지. 병원에 방문한 환자의 정보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보건의료정보관리사도 병원에 꼭 필요한 사람이야. 우리가 놓치기 쉽지만, 불편이 없도록 병원의 수많은 의료 장비와 전기를 관리하는 시설관리자, 그리고 감염, 넘어짐 등 여러 위험으로부터 병원 노동자와 환자, 보호자를 보호할 수 있게 청결을 유지하는 청소 노동자도 있어. 이외에도 병원에는 다양한 형태로 일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어. 그런데 병원 노동자 중에 의사만이 중요하고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그러다 보니 의사가 아닌 사람들은 의사가 부당한 말을 해도 여기에 반대하지 못하거나, 의사보다 훨씬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차이도 생겨나.
동무 중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야. 한국에서는 성적이 높아야만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잖아. 어떤 사람은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높은 연봉을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해. 하지만 성적이 높아야 갈 수 있는 대학교만이 ‘좋은’지, 자격증을 가진 소수의 전문가가 됐다고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높은 연봉을 받는 게 당연한지, 생각해 봐야 해. 우리보다 먼저 이런 고민을 한 사람들은 성적에 따라 서열을 세우고, 이 서열에 따라 사회경제적 위치를 갖는 것을 ‘능력주의’라 불렀어. 그리고 집안의 사회경제적 위치가 높을수록 더 높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서 능력주의가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어.
한 사람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서는 의사뿐만이 아니라 앞서 말한 사람 모두가 필요해. 의사가 고유한 의술을 가지고 있듯이, 다른 사람들도 의사가 가지지 않은 고유의 지식과 기술로 사람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돌봐. 의사가 없다고 다른 병원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한다거나, 월급 없이 당분간 일을 쉬라기보다는, 병원의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욱 공정하게 대우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방법을 고민하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