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반박 성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는 ICT 노숙인 복지 소프트웨어 즉각 폐기하라!
지난 9월 24일, 홈리스행동을 비롯한 23개 사회단체는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산물, ICT 노숙인 복지 소프트웨어 활용 즉각 중단하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올해 상반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주최, 서울시 후원으로 진행된 ‘제12회 SW개발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노숙인 생활개선 및 복지향상을 위한’ 소프트웨어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함이다. 성명은 해당 소프트웨어들이 상당 부분 홈리스에 대한 낙인에 기초하고 활용 시 홈리스의 정보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큼으로 노숙인 복지 영역에서 즉각 퇴출시킬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성명 발표 후 과기정통부와 서울시에 해당 성명을 민원 접수하여 그들의 입장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해당 공모전을 주최했던 과기정통부와 후원했던 서울특별시는 해당 민원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하, 산업진흥원)으로 이송하였고 10월 11일, 산업진흥원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답변하였다.
책임 회피에 급급한 답변
해당 답신은 내용 검토에 앞서 답변 주체 측면에서부터 적절하지 않다. 해당 공모전의 주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해당 공모전의 최종 심급 책임자다. 답변한 산업진흥원은 「정보통신산업진흥법」 상 “정보통신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설립된 과기정통부 주무 ‘기타 공공기관’으로 해당 공모전을 공동 주관한 5개 기관의 일원일 뿐이다. 사회복지적 측면, 정보인권 측면 등 성명이 제기한 문제가 다층적이라면 주최, 후원, 주관기관들이 역할을 분담하여 답변해야 했으나 이들은 산업진흥원으로 공을 넘겼다. 산업진흥원 역시 마찬가지로 해당 공모전의 사업을 총괄한 ‘ICT콤플렉스’에 답변 책임을 전가했다. 10월 11일, 산업진흥원의 국민신문고를 통한 답변은 10월 4일, ICT콤플렉스 측이 홈리스행동 등의 단체에 보낸 ‘수도권ICT콤플렉스 의견’ 중 ‘주요답변(요약)’ 부분을 제외한 본문을 그대로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공모전 선정 소프트웨어들에 대한 문제 제기에 과기정통부, 서울시, 공공기관 등 책임 주체는 모두 회피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내용 반박1. 사실관계 측면
우선, 수도권ICT콤플렉스는 ‘수도권ICT콤플렉스 의견’에서 “주요답변(요약)”을 통해 “성명서가 발표된 9월 24일까지 시범적용 관련 활동은 전혀 없었음”이라 하였다. 그러나 2024년 9월 2일, ICT콤플렉스 사업총괄 담당자가 홈리스행동에 보낸 메일은 “2개 개발물은 위 3개 센터에 시범적용을 진행하고 있으며”라고 적시하였다. 이 담당자는 10월 4일, 홈리스행동 등에 ‘수도권ICT콤플렉스 의견’을 발송한 이와 동일인으로 이와 같은 해명은 자신의 설명을 부정하는 자가당착일 뿐이다. 또한, “1개 센터(다시서기) 10월 3일 계약 예정”이라 하였으나, 해당 시설은 성명이 제기한 문제들이 해소되기까지 계약 체결을 유예하기로 하였다.
내용 반박2. 정보인권 침해 측면
ICT콤플렉스와 산업진흥원은 시범적용 계약을 체결한 2개 시설(비전트레이닝센터, 24시게스트하우스)의 참여 희망 입소인들에게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 동의 서명을 받았고, 관련 사항에 대해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거쳤으므로 정보인권 침해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보 주체의 동의는 정보 주체의 자유로운 결정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위 시범 적용 2개 시설은 모두 입소생활시설로 입소인들은 생계와 주거, 의료, 고용, 자활·재활 지원 등 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을 해당 시설에 의탁해야 한다. 시범 적용 시설과 입소인은 이와 같은 서비스의 공급자와 이용자로서 비대칭적 권력관계에 있음이 고려되어야 하며, ‘동의’라는 형식 요건 이전에 적용하고자 하는 소프트웨어의 인권 침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내용 반박3. 구체 프로그램 측면
ICT콤플렉스와 산업진흥원은 입소생활인의 외출·외박 관리 등을 위한 <들꽃가드닝>, 거리 홈리스 아웃리치 상담내역 관리 등을 위한 <R U OK?>에 대한 추가 설명을 통해 정보인권 침해 소지를 불식하려 한다.
첫째, <들꽃가드닝>은 기존 아날로그식 외출·외박 관리가 디지털화되는 것으로 시설 실무자뿐 아니라 이용자(입소생활인)의 편의 또한 증대되며, ‘실시간 위치 추적’ 기능은 긴급상황 시 이용자의 버튼 클릭으로 작동되는 방식이므로 감시 및 통제와는 거리가 멀다 한다. 또한 해당 기능은 “정신건강 노숙인의 특성상 위기상황(음주사고, 교통사고 등)이 수시로 발생”함으로 필요성이 크다 한다. 외출·외박 관리의 디지털화는 대인 서비스를 키오스크가 대체하는 것과 같은 편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키오스크와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에 대한 디지털 격차와 그에 따른 소외 문제가 유발될 수밖에 없다. ‘실시간 위치 추적’ 기능은 인권 침해적 발상과 별개로 응급상황 대처에 효용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출·외박 입소인에 대한 의료, 안전 등 응급상황 발생 시 가장 먼저 작동해야 할 것은 화재, 구조/구급, 치안 서비스이며 이들은 모두 요청에 따라 개인위치정보를 제공받도록 운용되고 있다. 응급상황 시 상황 개입 능력도 없는 시설 측에 위치정보를 제공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것은 이용자에게 효율은커녕 불필요한 지연과 혼돈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비용이나 요금 연체 등의 사유로 통신수단이 없는 이들을 위한 휴대폰 공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위기개입에 더 효율적일 것이다.
둘째, <R U OK?>는 수집하고자 하는 위치정보가 “노숙인의 위치정보가 아니라 ‘노숙인을 만난 활동가의 위치정보’”라고 하나 이는 궤변이다. 거리 홈리스 ‘아웃리치(Outreach)’는 통상적인 내담자(來談者)에 대한 상담이 아닌, 홈리스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진행하는 상담이다. 따라서 아웃리치에 필요한 위치정보는 거리 홈리스의 소재이며, 바로 그 필요로 <R U OK?>는 거리 홈리스의 위치정보를 기록, 관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거리 홈리스 중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을 시 임의 식별정보로 생성하도록 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예시로 “왼쪽 다리에 큰 상처가 있고, 키가 160 후반 정도, 약 60대 정도의 남자분 등의 인상착의”를 들었다. 즉, 동의하지 않더라도 모든 거리 홈리스들은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 데이터화 돼 등록, 관리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는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이며, 모든 개인정보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통하여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정보주체인 가리 홈리스는 정보의 수집, 관리, 폐기의 그 어떤 단계에서도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처럼 ICT콤플렉스와 산업진흥원의 답변은 해명은커녕 사실관계의 오류, 비대칭적 권력관계에 대한 몰각, 디지털 격차와 효용성 문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등의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각 소프트웨어의 기능상 문제 차원이 아닌 해당 공모전을 추진한 과기정통부, 산업진흥원, 서울특별시 등이 공유하는 정보인권에 대한 낮은 인식에 기원한다. 다시 한번 요구한다. 차별과 침해의 소프트웨어를 공모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는 사죄하고, 해당 소프트웨어들을 노숙인 복지 영역에서 즉각 퇴출시키기 바란다.
2024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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