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지난 11월 28일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만나 ‘광주와 이스라엘 간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강기정 시장은 “이스라엘에서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전시를 마련해줘 감사”하다며 “문화를 매개로 양국의 다양한 교류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전쟁범죄 혐의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광주-이스라엘 간의 교류·협력 방안을 논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더구나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 세력에 저항한 무고한 광주 시민들이 무참히 학살당한 역사가 있는 광주에서, 학살의 가해자인 이스라엘과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과연 ‘광주 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기정 광주 시장은 이스라엘과의 교류·협력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팔레스타인 시민사회는 지난 2004년부터 이스라엘 학술·문화 보이콧 캠페인(PACBI)을 진행하며, 팔레스타인 식민 체제 유지에 공모하는 문화예술 행사와 작품에 대한 보이콧을 촉구해 왔다. 이스라엘은 ‘브랜드 이스라엘’이라는 정책을 통해 문화예술을 활용하여 이스라엘의 정상 국가화를 조장하고, 팔레스타인 점령과 학살을 은폐해 왔기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에서 진행된 이스라엘 국가관은 팔레스타인 식민 체제를 은폐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정책과 합치되는 행사였다. 올해 진행된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는 이스라엘 홀론 시의 디지털아트센터(CDA)가 참여하여 이스라엘 국가관(CDA 홀론 파빌리온)을 주최했는데, 이스라엘 국가관의 후원사였던 미팔 하파이스(Mifal HaPais), 다니엘 하워드 재단(Daniel Howard Foundation), 아트포트 텔 아비브(ArtPort Tel Aviv)는 이스라엘의 국제적 이미지를 미화하는 ‘브랜드 이스라엘’ 캠페인에 동조하는 기업과 재단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또 다른 후원사였던 스트라타시스(Stratasys)는 현재 이스라엘 점령군에 무기 부품 공급 혐의를 받고 있는 곳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이후 가자지구를 향해 무차별적인 폭격을 이어가며 4만 5천 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했다. 주거지, 대피소, 학교, 병원 가릴 것 없이 폭격을 퍼붓고, 식량, 물, 의약품, 연료, 전기 등을 차단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절멸시키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교류 협력을 논의하는 것이 적절한가.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5월, SNS를 통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고하게 죽어가는 민간인들을 이야기하며 “80년 5월 광주”를 언급했다. “광주가 고립되고, 진실이 봉쇄되었을 때, 광주와 함께해 준 5.18을 알리려 목숨을 건 광주 밖 청년”, “참상을 전한 푸른 눈의 목격자” “덕분에 광주는 끝내 고립에서 벗어나 이길 수 있었” 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뿐 아니라 가자지구의 참상을 알리려고 한 언론인들을 표적 살해하고 있다. 가족들까지 찾아내 협박하고 몰살시키며 ‘목격자 없는 전쟁’을 만들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의 주한 이스라엘 대사 면담과 협력 방안 논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과 집단학살을 묵인하고 동조하는 행위이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강기정 광주 시장을 규탄하며, 이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광주-이스라엘 간의 교류 협력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4.12.12.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