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파면시킨 우리의 힘이 우리의 미래 –
긴긴 불면의 밤이 끝났다. 윤석열이 내란을 시도한 날로부터 그가 대통령이 아님을 확인하기까지 넉 달이 흘렀다. 뒤척이던 122번의 밤을 지나 드디어 민주주의의 새벽을 만났다. 광장에 모여 함께 분노하고 서로 응원하며 민주주의의 함성을 멈추지 않았던 시민의 힘이 새벽을 불러왔다. 국회 앞에서부터, 남태령, 한강진, 광화문을 거쳐 헌재 앞까지, 또한 지역 곳곳에서 서로 돌보고 연대하며 민주주의의 위엄을 지켜낸 시민의 힘으로 함께 맞는 새벽이다. 꿈꿀 시간을 빼앗긴 우리의 밤은 고단했지만 동트는 새벽의 환희는 우리의 것임을 안다.
윤석열 파면은 민주주의의 마땅한 결론이었다. 헌법에 ‘비상계엄’ 조항이 있다고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고 우긴다면 헌정질서가 어떻게 유지되겠는가. ‘야당의 폭주’가 국회에 군대를 투입할 명분이 된다면, 대통령이 선거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전쟁이 일어나 계엄이 정당화되기를 바란다면 민주주의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은 헌법과 민주주의가 허락하는 유일하게 가능한 결론이었다. 그런데 이다지도 당연한 결론에 이르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만큼 사회가 더욱 어지러워졌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균열이 난 헌정질서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봉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윤석열이 만든 틈을 벌리며 쏟아져나온 극우 세력은 민주주의를 계속하여 위협할 것이다. 최소한의 합리성, 인권의 가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며 탄핵 불복에 나서거나 혐오 선동을 지속할 것이다. 이러한 혼란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에게 있다. 하지만 절차적 시비를 일삼으며 탄핵을 지연시킨 국민의힘,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던 권한대행들, 내란에 동조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정부 각료들, 체포를 방해한 경호처와 구속을 취소한 검찰 등 내란의 시간을 지속시킨 누구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도 파면 결정으로 면피할 수 없다. 밤을 지새운 시민들을 위로하려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다시는 망설이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사법부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구속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일체의 관용도 없을 것임을 약속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더욱 심대하다. 혐오와 폭력을 선동하는 ‘극우’가 발 붙일 수 없도록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다른 생각을 가진 평범한 이웃들로 공존할 수 있는 토양을 다져야 한다. 그러려면 ‘윤석열들’이 파괴한 민주주의를 평등으로 다시 세워야 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의 삶은 더욱 위태로워졌다. 물가는 끝없이 오르는데 일하고도 받지 못하는 체불임금은 늘었다. 소득은 줄고 빚은 늘고 전세금은 사기당했다. 폐업으로 향하는 내리막길, 사방을 에워싸는 혐오가 숨 쉴 틈도 막아왔다. 우리는 알고 있다. 위기는 계엄 이전부터 지속되었으나, 정부여당뿐만 아니라 정치 자체가 우리의 고통을 외면해왔다는 것을. 불평등이 심화되지만 거대 양당은 부자들에게는 감세와 지원을, 가난한 이들에게는 과로와 모욕을 내놓는 데 차이가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위기다.
새로운 민주주의는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이나 선거제도에 대한 신뢰를 넘어선다.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를 향해야 한다. 우리의 삶과 세계에 드리운 위기에 대해 우리의 목소리로 말하고 우리의 대안을 토론하며 우리의 힘으로 변화를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다. 새로운 민주주의는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에서 누구도 나중으로 밀려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과 함께 시작될 것이다. 광장에서 선언은 이미 시작되었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집회를 위한 모두의 약속과 함께, 투명인간처럼 숨겨지고 비시민으로 밀려났던 이들이 용기 내어 말하기 시작했다. 일터와 학교와 곳곳의 일상에서 겪은 차별의 경험들로부터 존엄과 평등의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했다. 알지 못하는 이의 이야기로부터 세상을 알게 되고 함께 세상을 바꾸고 싶어졌다. 세상을 바꿀 힘이 평등으로 가자고 외치는 우리에게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윤석열을 파면시킨 우리의 힘이 윤석열이 파면된 지금 우리의 미래다. 광장의 평등이 세상 구석구석까지 흐르게 하자. 차별금지법 제정은 가장 가까운 미래이자 평등이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성평등과 인권 실현, 민주주의를 확장할 정치 개혁, 안전한 일터와 주거, 재난이 반복되지 않는 세상, 노동이 존엄하고 기후정의 당연한 나라까지… 한걸음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지치게 하지 않는다. 우리가 걸어갈수록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며 길을 넓힐 것이고 평등 세상에 가까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내란성 불면으로 꿈꿀 시간은 부족했지만 우리의 꿈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외친다. 가자! 평등으로.
2025년 4월 4일 민주주의의 새벽에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