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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대학별로 드러난 건강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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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3.12.4 <건강렌즈로 본 사회> (바로가기)

학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학력에 따른 격차, 그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 쉽게 말해 대학 졸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이다. 출신 대학교의 서열에 따라 건강 수준도 달라진다. 최근 김진영 고려대 교수팀이 <한국사회학>에 발표한 논문은 이처럼 ‘슬프지만 현실인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김 교수팀은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 가운데 직업을 가진 만 25살 이상의 성인남녀 5306명을 대상으로 학력과 스스로 느끼는 건강수준의 관계를 분석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학력이 높을수록 건강 상태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이들의 건강 수준이 가장 낮았고, 이어서 고등학교 졸업자, 전문대 졸업자,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순으로 건강 수준이 좋아졌다. 그런데 4년제 대학 졸업자들 사이에서도 지방 사립대보다는 광역시 사립대, 광역시 또는 지방 국공립대, 수도권 대학 순으로 건강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했는지 여부만큼이나 어떤 대학을 졸업했느냐가 중요했던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이런 연구결과는 또 하나의 절망을 추가하고 있다.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다지만, 다 같은 ‘대졸자’는 아닌 셈이다.

부모의 사회적 배경으로부터 유치원, 초ㆍ중ㆍ고교에 이어 대학교는 물론 이제 건강과 수명으로까지 이어지는 운명의 길은 영영 바꿀 수 없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김 교수팀은 사회구조적 측면의 개입이 불평등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교육 수준과 주관적 건강 수준의 관계에서 고용 상의 지위나 일자리 및 경제적 지위의 차이를 같게 보정하면, 학력에 따른 건강 격차는 대부분 사라진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이들과 수도권 4년제 대졸자 사이의 차이는 여전히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최소한 고졸 이상의 학력자들은 만족스러운 일자리나 소득이 보장된다면 학력과 학벌에 따른 건강 차이는 사라질 수 있다.

연구팀은 노동 정책을 통해 ‘학벌’에 따른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건강 격차 역시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학력과 학벌의 차이가 고용이나 일자리 및 경제적 지위에서 차이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건강 불평등을 일으키니, 근로환경과 보수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보장하면 학력이나 학벌 때문에 생기는 건강 격차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서울대 입학생 가운데 서울 출신 학생과 지방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 서울 안에서도 구별로 학생 수가 10배까지 차이를 보였다. 꼭 건강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런 상황 자체는 결코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다. 부모의 지위가 자녀의 학력 성취로 이어지고, 다시 이것이 좋은 직장을 갖게 하고 건강 결과에서의 불평등으로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시급히 차단해야 한다.

권세원 시민건강증진연구소(health.re.kr) 영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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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에 소개된 논문의 서지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김진영․송예리아․백은정(2013) 학력과 주관적 건강의 관계: 노동시장 지위와 경제적 지위를 통한 연결. 한국사회학, 47(2):211-239. (바로가기)

 

2. 관련 연구

 

1) 김진영(2011) 교육집단별 건강 추세에 대한 분석. 한국인구학, 34(1): 99-127.(바로가기)

 

2) 김기헌, 신인철(2011) 생애 초기 교육기회와 불평등: 취학 전 교육 및 보육경험의 사회계층간 격차. 교육사회학연구, 21(4): 29-55 (바로가기)

 

3) 김영철(2012) 대학 진학 격차의 확대와 기회형평성 제고방안. 한국개발연구원.(바로가기)

 

4) 김형용(2013) 지역사회 불평등과 자녀 교육투자 : 근린사회 효과(Neighborhood Effect)를 중심으로. 한국지역사회복지학, 46: 109-133.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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