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건강한 건강수다] 숨은 퍼즐을 찾아서!

8회 조회됨

<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59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_ 오로라 이모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에 딴지 놓는 걸 좋아해요. 건강 정책을 연구하고 있어요.

그림_ 오요우 삼촌

 

 

지금의 키, 얼굴 생김새, 운동신경 같은 게 마음에 들지 않아 침울했던 적 있니? 안 그래도 속상한데, 부모님이 “늦게 자니까 그렇지.”라거나 “노력은 해보고 그렇게 말하는 거야?”라고 잔소리하면 짜증나고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잖아. 그럴 때는 “누구는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이게 다 엄마 아빠 때문이잖아.”라며 화를 낸 경험이 있을지도 몰라.

 

이런 말들이 단순히 홧김에 나온 것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사회에 널리 퍼진 생각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어. 우리는 살면서 아동의 문제를 부모의 특성과 연결 짓는 시각을 자주 접하게 되거든. 건강 문제도 그래. 예컨대 아동 비만의 경우, 성인 비만과 달리 특히 부모의 비만이나 식습관 등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아. 물론 유전의 영향과 가정 내 식사 환경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이런 관점이 팽배해질 때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부모의 나쁜 식습관이 아동 비만을 초래한다’와 같은 보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 이런 관점이 확대되면 비만은 가정 내에서 대물림되거나 전파되는 문제이며, 그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커져. 실제로 훨씬 더 복잡한 사회의 영향은 무시한 채, 비만을 개별 부모의 잘못이라는 ‘도덕 문제’로 만들어 버리는 거지.

 

그 결과, 미국에서는 2009년 한 어머니가 당시 14살이었던 그녀의 아들을 고도 비만이 되도록 방치했다며 형사 기소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어. 하지만, 이 여성은 싱글맘으로 생계를 책임지며 늘 두 개 이상의 일을 병행해야 했어. 아이 곁에서 하루 종일 식단을 관리할 수 없는 형편이었지. 유죄판결이 나진 않았지만, 아이는 재판 이후에도 어머니와 분리되어 이모의 보호 아래 지내다가 성인이 되던 만 18살에야 본인의 의사를 존중받아 어머니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

 

아동의 비만이 단순히 부모, 특히 어머니가 좋은 양육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만 볼 수 없어. 좋은 양육을 할 수 있는 ‘조건’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거든. 건강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경제적 능력, 아이가 천천히 식사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 줄 수 있는 시간, 아이가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 같은 것들 말이야.

 

게다가 가정 바깥의 조건도 고려해 봐야겠지? 예컨대 학교에서는 운동장보다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이 훨씬 길잖아. TV나 스마트폰을 켜기만 하면 자극적인 음식 광고가 우리를 유혹하기도 하고 말이지.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건강한 선택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벽들이 너무나 많아.

 

우리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게 다 누구 때문이야!”, “OO가 주범이야”라고 손가락질할 쉬운 답을 찾고 싶어 해. 하지만 조금 더 신중하게 질문을 던져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왜 뉴스나 방송에서는 부모를 나무라고 탓하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거지?”, “부모는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던 걸까?” 하고 말이야.

 

이런 질문들이 문제 상황의 전체 그림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게 도와줄 거야. 단지 몇 조각만으로는 퍼즐의 전체 그림을 단정 짓기 어렵잖아. 더 많은 조각을 찾아 넣어야 진짜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우리는 퍼즐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질문을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어.

 

시민건강연구소 정기 후원을 하기 어려운 분들도 소액 결제로 일시 후원이 가능합니다.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