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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건강한 건강수다] 쫑쨍이의 친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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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61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_ 김성이. 모든 생명들이 함께 건강하게 사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림_ 오요우 삼촌

 

날씨가 추워지면 동무들은 겨울옷을 입고, 따뜻한 음식을 먹지? 기온이 낮아지면 꽃들도 지고, 풀과 나무도 잎을 떨구어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다고 하잖아. 그럼 새들은 어떨까? 같은 지역에서 오래도록 적응하고 살아가는 텃새 말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먼 거리를 여행한다는 철새들이 있지. 따지고 보면, 철새들도 추운 날씨를 피해 다니는 거야. 내가 최근에서야 자세히 알게 된 ‘쫑쨍이’라는 철새가 있는데, 오늘은 그 새 이야기를 해줄게. 쫑쨍이라는 이름이 너무 귀엽지 않니? 쫑쨍이는 전라도 부안이나 김제 바닷가 마을에서 큰뒷부리도요를 부르는 사투리야. 우리가 참새나 제비를 흔하게 보듯이, 예전에 그쪽 서해안 지역에서는 큰뒷부리도요가 참새만큼이나 흔했다고 해. 그래서 길고 어려운 이름 대신 부르기도 쉽고 정감이 가는 쫑쨍이라고 했대.

 

그런데 쫑쨍이는 텃새가 아니야. 한국이 겨울일 때에는 남반구의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지내다가, 4월쯤 봄이 되면 한국의 서해안 갯벌에 들러서 쉬고 먹이도 먹고 힘을 비축해서 5월에는 시베리아나 알래스카로 가서 번식을 한대. 이 새가 유명해진 건, 엄청나게 긴 비행을 하는 새라는 게 알려져서 그래.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출발해서 잠을 자지 않고 일주일 동안 날아와서 한국의 서해안 갯벌까지 온다는 거야. 무려 1만 3천 킬로미터가 넘는 어마어마한 거리를! 이 새들은 물갈퀴가 없어서 하늘을 날거나 땅 위에 서 있거나, 두 가지밖에 못해. 그러니 몸길이 40센티미터 정도 되는 작은 새가 그 먼 거리를 지도나 나침반 없이 잠도 안 자고 날아온다는 사실을 듣고는 마음이 말할 수 없이 울컥했어. 그래서 한국의 서해안 갯벌은 이 새들이 태평양을 건너다가 기진맥진해졌을 때, 겨우 쉴 수 있는 정말 소중한 곳이었던 거야.

 

그런데 한국에서 갯벌을 메우는 간척사업이 많이 진행되면서, 이 새들이 많이 줄어들었어. 새들에게 누가 ‘한국으로 가면 안 된단다’라는 소식을 전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수천 년 동안 쫑쨍이들의 조상이 해오던 대로 먼 길을 날아서 서해안에 도착했을 때, 쉴 땅이 없어져서 새들이 많이 굶어죽었다고 해. 그 흔하던 새들이 지금은 멸종위기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어.

 

사람들은 한때 갯벌을 메워서 땅을 만들어 곡식도 심고, 공장도 짓고, 집도 짓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사람들만 생각하고 자연을 함부로 파헤치고, 물길을 막았던 게 사람들이 기후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지구를 함께 빌려 쓰는 자연의 수많은 생명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 되었던 거야. 작은 새와 풀이 살지 못하는 곳은 결국 사람도 살 수 없는 땅이라는 걸 지금이라도 깨쳤다면, 이제부터는 우리가 자연의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자고 더 큰 소리로 말해야 될 거야. 우리의 친구 쫑쨍이를 지켜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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