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건강연구 (ISSN: 3092-3859)

[비판건강연구 2권3호] 편집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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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건강연구 제2권 3호, 2026.09., pp.6-9

Critical Health Studies

https://doi.org/10.23419/CHES.2026.09.30.06

정백근

(시민건강연구소 소장)

『비판건강연구』 제2권 3호를 발간한다. 이번 호에 실린 글들은 전쟁과 기후위기, 농촌의 폭염, 국가예산, 검찰개혁, 의료기술, 인구와 국민연금에 이르기까지 얼핏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문제들을 다룬다. 그러나 이 글들을 관통하는 질문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는 무엇을 문제라고 부르고, 무엇을 발전이라고 부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비용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또 누가 결정하고 누가 결정의 자리에서 배제되는가가 그것이다.

현실에는 수많은 문제가 존재하지만 모든 문제가 같은 정도로 보이고 말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위험은 국가적 위기로 선언되고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는 반면, 어떤 위험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불운으로 남는다. 어떤 기술은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확산되지만, 어떤 고통은 문제로 인정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떤 사람의 피해는 제도의 보호 대상이 되지만, 어떤 사람은 애초에 제도가 상정한 목록에 들어가지 못한다. 비판은 바로 이러한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묻는 데서 시작한다.

이번 호의 특집은 ‘환경과 건강’을 다룬다. 「호르무즈에 필요한 것은 파병이 아닌 생명이다」는 전쟁을 국가안보와 경제적 손익이라는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생명과 환경의 문제로 다시 바라본다. 전쟁이 파괴하는 것은 사람과 건물만이 아니다. 환경과 생태계의 파괴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건강과 삶에 영향을 미치며, 그 피해는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와 사람들에게 더욱 집중된다. 「농촌의 폭염 대응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의 문제다」는 같은 질문을 농촌의 일상으로 가져온다. 폭염은 자연현상이지만 폭염으로 인한 질병과 죽음은 누가 일을 멈출 수 있는지, 그에 따른 손실을 누가 부담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분배된다. 따라서 기후위기 대응은 기술적 적응을 넘어 위험과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정치의 문제가 된다.

초점에 실린 글들도 서로 다른 영역에서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불안으로 만들어지는 슈퍼 예산」은 정부 예산을 단순한 숫자의 집합이 아니라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다고 판단하는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결과로 읽는다. 산업경쟁력의 위기에는 막대한 투자가 정당화되는 반면, 빈곤과 돌봄, 사회적 약자의 삶에 필요한 지출은 왜 재정 부담의 언어로 설명되는지를 묻는다. 긴축재정이든 확장재정이든 사회저 약자를 위한 예산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사실은 이것이 자원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관계의 문제임을 드러낸다. 이 글이 짚어내는 또 하나의 장면은 국가가 두 가지 불안을 동시에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과 ‘지금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이다. 그러나 복지와 공공인프라는 앞의 불안에 들어가는 법이 없고, 대기업과 산업에 들어가는 자원은 뒤의 불안에 속하는 법이 없다. 「목록에 없는 사람들, 누구를 위한 검찰개혁인가」는 사회적 약자를 몇 가지 범죄 유형으로 정의하는 순간, 목록 밖의 피해가 보이지 않게 되는 문제를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보호대상의 목록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누가 약자를 정의하고 그 정의에서 빠진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묻는 것이다.

「의료기술의 발전은 누구의 고통을 덜어주는가」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의료 발전’이라는 말 자체를 다시 묻는다. 새로운 장비와 더 정교한 수술기법이 등장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발전이다. 그러나 어떤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는가에는 임상적 필요뿐 아니라 병원의 투자와 수익구조, 의료진에 대한 보상체계, 실손보험 가입을 포함한 환자의 경제적 조건이 함께 작동한다. 반면 어떤 고통은 오랫동안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어떤 의료서비스는 낙인과 제도적 장벽 때문에 필요한 사람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의료의 발전은 새로운 기술이 얼마나 많이 도입되었는가뿐 아니라 어떤 고통을 발견하고 필요한 의료를 실제로 보장했는가라는 기준에서도 평가되어야 한다.

기고에 실린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이론과 담론의 차원에서 확장한다. 「비판건강이론 또는 비판건강연구에서 ‘비판’이란 무엇인가(2)」는 지난 호에 이어 비판이 이미 존재하는 정책이나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현실을 이해하는 개념과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어떤 사회적 관계와 권력을 재생산하는지를 묻는 작업임을 보여준다.

이번 호에 실린 글들을 다시 돌아보면 전쟁, 폭염, 예산, 검찰개혁, 의료기술은 서로 다른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들 모두에는 무엇을 사회적 문제로 볼 것인가, 무엇을 발전과 위기로 정의할 것인가, 누구의 생명과 고통을 중요하게 다룰 것인가, 그리고 그 결정에 누가 참여할 것인가라는 공통의 문제가 놓여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들은 또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건강을 비판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건강과 삶을 가능하게 하거나 위협하는 사회적 관계를 함께 살펴보는 일이어야 한다.

『비판건강연구』가 말하는 ‘비판’도 여기에 있다. 비판은 이미 주어진 문제에 더 나은 답을 제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왜 그것이 문제라고 규정되었는지, 다른 문제는 왜 보이지 않는지, 누가 문제를 정의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그 정의로 인해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위험을 감당하는지를 다시 묻는 것이다. 비판은 현실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 현실을 다르게 볼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앞선 호에서 우리는 사람을 중심에 둔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누구의 경험과 지식이 현실을 정의하는지를 물었다. 이번 호에서는 그 질문을 한 걸음 더 확장하고자 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발전과 위기, 안전과 효율, 보호와 선택이라는 말 뒤에는 어떤 사회적 관계가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 관계는 누구의 건강과 삶을 가능하게 하고 누구의 고통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가.

『비판건강연구』는 앞으로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다시 질문하고 이를 공적 논쟁의 자리로 불러내고자 한다. 이미 정해진 답 가운데 더 좋은 답을 고르는 데 그치지 않고, 질문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묻고자 한다. 그 질문을 통해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삶과 고통을 드러내고, 건강을 둘러싼 현실을 다르게 조직할 가능성을 함께 찾고자 한다. 그것이 『비판건강연구』가 계속해서 ‘비판’을 이야기하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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