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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주도’ 초광역특구법, 결정은 누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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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8개 지역시민단체로 구성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사전절차와 검토 과정에 관한 세부 자료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관련기사). 그 상태에서 10월 20일 박상혁의원 대표발의로 ‘지방주도 성장을 위한 초광역권 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초광역특구법)이 전격 발의되었다. 법안에는 고소득 연구직의 주 52시간 예외 특례뿐 아니라, 건축, 토지이용, 농어촌정비, 산업입지, 교통, 교육, 의료, 주택공급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별 법률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완화하는 특례가 폭넓게 담겨있다. ‘지방주도’를 앞세우며 특례를 망라하는 초광역특구법에서 ‘지방’은 어떤 권한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말 지방이 주도하는가

 

이재명 정부는 5극3특 국토재편전략(2025년 9월), 3개 광역 행정통합특별법(2026년 2월), ‘지역주도 필수의료 완결체계'(7월), ‘지방주도 성장 국토대전환'(8월)에 이어 이번 법안까지 지방주도, 지역주도라는 말을 앞세운다. 이 말은 두 가지 효과를 낸다. 하나는 중앙집권과 수도권 집중, 지역불평등을 문제로 인식해 온 사람들에게 정부가 자신들의 문제의식을 수용하고 해결에 나섰다는 안도감을 준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특별회계’와 ‘초광역특별계정’ 같은 재원 발표가 중앙정부가 지역의 자율을 적극 지원하는 모양새를 만든다는 것이다. 앞서 논평에서 말했던 전형적 상징정치다(바로가기).

 

그러나 구조는 말과 다르다. 국토대전환 추진전략과 초광역특구법은 지방주도를 내세우지만, 산업과 지원 패키지, 승인과 평가의 기준은 중앙정부가 정하고 지방정부는 계획을 세워 신청하고 집행한다.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이 설계에서 결정하는 주체로 등장하지 않는다. 추진전략은 ‘지방주도-중앙지원’을 말하지만, 성장엔진은 산업통상부가 지방정부의 수요를 받아 협의한 뒤 선정했고, 특별보조금과 세제 공제, 전력·용수 공급, 지방우대지수, 초광역계정도 모두 중앙정부가 마련한다. 지방을 중앙이 그린 기능적 유기체로 만든다는 구상은 선명하다.

 

법안의 추진체계도 같다. 특구 지정은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만, 지정·평가·해제는 모두 산업통상부장관이 한다. ‘지방주도’는 법안 제목과 목적 조항에만 나온다. 경총 7월 조사에서 기업이 메가특구 총괄기관으로 꼽은 곳은 민관협의기구(35.3%), 중앙정부(30.8%) 순이었고 광역지방자치단체(14.5%)는 가장 낮았다(보도자료). 지방주도를 내세운다 해도, 기업조차 지방정부에 총괄을 맡길 생각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방주도라고 볼 근거도 있다. 특구지정 신청이나, 현장에서 일부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사업중지를 명하는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있다. 또한 포괄보조 확대나 초광역계정의 신설도 재량 재원이 된다면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신청과 현장 집행이 아니라, 계획을 심사하고 지원 규모를 정하는 쪽이 누구인지에 따라 지방주도의 실체는 달라진다. 또 최근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에서 드러났듯이, 광역지방정부에 지원하는 포괄보조 예산이 기존의 교부세와 균형발전특별회계를 옮겨 담는 것인지 순증인지 분명하지 않은 한 재량 재원이 되기 어렵다.

 

집행을 잘 할수록 지역주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역설

 

‘메뉴판’은 최근 정부 정책 설명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지역필수의료 메뉴판, 통합돌봄 서비스 메뉴판이 그렇다. 중앙정부가 사업과 예산을 식당 메뉴판처럼 늘어놓고 지방이 선택하고 조합하게 한다. 초광역특구법도 제안이유에서 스스로 ‘메뉴판식 규제특례’라고 쓰고, 기업수요 맞춤형 규제유예 등 최고 수준의 규제특례를 제공한다고 했다.

 

특례는 개발 관련 법률에 그치지 않고 주민의 삶과 환경에 직접 닿아 있다. 가령 재생에너지특별선도단지에 관한 규정에서는 실시계획 승인 한 번으로 습지보호지역 행위 승인, 대기·물환경·소음진동 배출시설 허가, 토석·골재채취 허가, 공유수면 점용·매립면허를 받은 것으로 본다. 환경영향평가는 면제하지 않지만 협의 기한을 정하고 조사를 연2회 이하로 할 수 있게 한다.

 

이 구조에서는 보호기준이 후퇴하거나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줄어들더라도 특구 지정을 신청하는 순간 패키지를 받아들인 셈이다. 설비투자를 하려는 기업이 특구계획을 제안하면 신청권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수용해야 한다. 지방정부에게 유치경쟁에서 나오는 무리한 사업에 대한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규제특례, 조세감면, 신속 인허가라는 중앙정부의 설계가 지방정부를 과도한 경쟁에 내몬다.

 

법안에는 위험방지조치와 책임보험, 심각한 위해가 발생했을 때 지정 해제를 할 수 있는 보호장치도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현장에서 사업 중지를 명할 수 있을 뿐, 특례를 정지하거나 취소하는 권한은 산업통상부장관에게 있다. 유치에 성공할수록 더 많은 특례가 쓰이고, 특례가 쓰인 만큼 주민을 보호할 기준은 낮아진다. 지방은 중앙정부의 계획을 잘 집행할수록 지역주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역설에 놓인다.

 

지방은 누구인가

 

지방은 초광역권이나 5극 3특처럼 비수도권을 뭉뚱그린 말로 쓰이거나, ‘중앙·지방정부, 국회, 지방의회, 시민사회 5축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9월 민주당 당정협의회)처럼 구색을 맞추는 수사에 그친다. 하지만 조문에서는 다르게 읽힌다. 규제특례를 신청하는 것은 기업을 포함한 특구기관과 광역자치단체다. 5축에 들어 있던 지방의회와 시민사회는 법안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기초지자체와 주민의 자리도 법안에 없다. 직접적인 환경피해와 안전의 문제가 발생하는 단위임에도 기초지자체는 현장에서 허가하거나 지정사실을 통보받는 역할을 맡는다. 특구로 지정되지 못한 지역은 법이 약속하는 지원 바깥에 남는다. 주민은 공청회에서 의견을 ‘듣는’ 대상으로 나오지만, 기업의 제안은 앞서 본 대로 ‘수용해야’ 한다. 이처럼 주민과 기업의 권한은 불균형하다.

 

기업들이 메가특구 성공을 위한 과제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노동·안전·환경 등 핵심 규제의 면제와 유예(42.9%)였다(경총 보도자료).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메가특구가 기업과 지역 현장 수요를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발의 당일 환영 입장문을 낸 것은 경제6단체였다. 박상혁의원 법안에는 노동시간 특례를 두는 등 기업이 요구한 규제완화가 담겼으니, 법안이 반영한 ‘지역 현장’은 곧 기업의 현장이었다.

 

10월 9일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 방문은 이 구조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최 회장은 전력과 용수 공급이 늦어지더라도 공장 건설을 먼저 착공하겠다고 했고, 이 자리에서 민형배 전남광주시장은 부지·전력·용수와 정주여건을 확실히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12일 산업통상부 장관, 14일 국방부 장관, 15일 국토교통부 장관이 잇달아 군공항 부지를 찾았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업의 투자 일정에 맞춰 산단 부지를 ‘유례없는 속도로’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발언까지 했다(관련기사). 기업에게 약속하기 전에 지방정부가 시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했다는 보도는 찾을 수 없다. 지방정부가 주민의 입장이 아니라 기업의 일정을 보장하는 쪽에 서 있는 것이다.

 

지역이 누구여야 하는가

 

지역은 지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광역지방정부도, 중앙정부가 구획한 특구에 입주할 기업도 아니다. 지방이 주도하는 발전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요구가 포함되어야 한다.

 

첫째, 특구지정 과정에 기초지자체와 지방의회, 주민, 시민사회가 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공청회에서 의견을 듣는데 그치지 않고, 주민의 동의와 이의가 특구계획에 반영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둘째, 규제 특례가 노동·환경·안전 기준의 하한을 낮추는 경쟁이 되지 않도록 지방정부나 주민에게 특례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권한이 마련되어야 한다. 주민의 삶과 환경에 직결된 허가가 기업의 일정에 맞춰 한꺼번에 처리되고, 허가와 지정 해제가 기업 요구에 따라 일방적으로 판단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특구 지정과 평가, 해제의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가 책임도 져야 한다. 권한은 중앙에 있고, 배상책임은 특례를 받은 자에게 있는 구조에서, 특구가 실패했을 때의 책임이 지방정부의 역량 부족으로만 돌아가서는 안 된다. 넷째, 지방주도’성장’만을 강조할 때 비지정 지역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 여전히 남는 지역간 격차를 줄이려면 중앙정부는 어떤 책무를 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지방주도라는 말이 제 의미를 가지려면, 중앙정부에 대해서는 지방정부의 협상력을, 지방정부와 기업에 대해서는 주민의 통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권한이 이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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