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일단, 거품을 걷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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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거품을 걷어내고!

김명희(건강형평성연구센터)

요즘 ‘대세’인 양 여기저기서 언급되는 u-health의 정체를 알아보자며,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민운동본부 활동가들과 저희 연구소 식구들 몇몇이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선생님께 강의를 청해들었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건 수많은 갈래들 중 하나의 기술이자 수단에 불과할 뿐, 경제성장의 동력이라든가 만성질환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해줄 그 어떤 해결책도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중간 매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한들, 목표와 전략이 분명하지 않고 이를 제대로 활용할 원칙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저 비싼 (때로는 위험하기까지 한) 장신구 하나 늘리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안전성과 효과성, 이에 덧붙여 비용-효과성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거품처럼 일어나는 ‘유행’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비단 보건의료 영역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스마트폰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각 기업들마다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한다고 난리고, 어떤 대학은 학생과 교직원 전원에게 그 비싼 스마트폰을 지급해주기도 한답니다. 이것이 가져올 업무나 학습에서의 효과성, 혹은 노동 강도와 노동 감시 심화, 개인․조직 차원의 비용-효과들을 얼마나 제대로 평가하고 이런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이런 거품의 백미는 각 대학의 영어 강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어랑 아무런 상관도 없는 학과목을, 수업의 심도(深度)를 해쳐가면서, 더구나 교수와 학생 모두 괴로워하면서 영어로 강의하는 한국적 상황을 ‘거품’ 말고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러다이트’들도 아니고 ‘쇄국주의자’도 아닙니다. 다만 근거 없는 유행에 휩쓸려, 주객이 전도되고 수단이 목표를 좌우하는 기괴한 상황은 막아야겠다는 소박한 합리주의자일 뿐입니다. 발전된 기술을 이용하여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기술의 진보에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u-health나 ht (health technology, 보건기술) 같은 생소한 용어들이 ‘첨단기술 = 만능해결사’라는 그릇된 아우라 속에서 목표에 이르는 그저 한 가지의 수단을 넘어서는 현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시민들의 건강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 어떻게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지, 거품을 걷어내고 차분하게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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