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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건강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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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6일, 국내에서 열린 ‘제 43회 RI Korea 재활대회‘에서 분과별 쟁점토론 중 하나로 ’장애인의 건강권,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의 주제는 말 그대로 장애인의 건강권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동안 장애인의 건강은 사회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진 적이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장애=불건강‘이라는 인식, 즉 장애는 이미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 당연시되어왔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국내에서 장애인의 건강권에 관한 관심과 논의가 이전에 비해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 추이 및 관련요인 연구, 장애인 건강불평등 및 건강상태 영향요인 분석 연구, 장애인의 건강체력 및 운동행동 등 국내에서도 장애인의 건강을 주제로 다룬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국립재활원의 경우, 금년 하반기에 진행될 장애인 실태조사에 장애인의 건강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를 만든 바 있다. 제 3차 국민건강종합계획에서도 장애인의 건강권을 다룬 별도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건강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개념이다 보니 장애인의 건강권 주장하는데 있어서 다소 어려움이 존재한다. 예컨대, WHO가 제안한 ‘국제 기능,장애, 건강 분류기준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 ICF) 개념에서 보면 건강은 온전한 신체기능에서부터 고용 및 교육, 사회정치적 참여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장애인의 건강이라고 하는 것이 장애를 완전히 치료하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건강한 삶”에 중점을 두게 된다면 목표는 보다 분명해 지며, 이에 따른 전략 역시 보다 구체적이 될 수 있다.

 

2013년 12월 17일 열린 '가난한 이들의 깡통행진' 퍼포먼스  (사진 에이블뉴스)

2013년 12월 17일 열린 ‘가난한 이들의 깡통행진’ 퍼포먼스 (사진 에이블뉴스)


따라서 장애인의 건강권을 위한 보다 명확한 목표 설정을 위해 ‘2차 장애예방’ 혹은 ‘2차 조건 예방’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즉, 2차 장애를 만드는 조건을 의미하는 ‘2차 조건’에 대한 예방을 장애인의 건강권 확보의 주요 목표로 삼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2차 조건이라고 하는 것은 1차 장애로 인해 발생한 의료적 문제뿐만 아니라 이미 발생한 건강격차로 인한 취약한 소득 수준, 이에 따른 불건강 환경에 대한 노출의 증가 및 의료자원 접근성의 위축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2차 조건들의 상당 부분이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며, 장애인의 건강권 확보는 바로 이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대학의 Rimmer 연구팀이 지난 2011년 <물리치료>지에서 장애인의 2차 조건 관리 및 예방을 위한 개념적 모델을 제안한 논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장애인들이 다양한 2차 조건에 노출되어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2차 조건을 관리하고 이해하기 위한 개념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모델은 변화 불가능한 선행요인들(인구사회학적 특성, 선행조건들, 장애관련 요인들, 제반 조건들)과 수정 가능한 개인적・환경적 위험요인들을 2차조건의 출발 및 과정으로 본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2차 조건의 결과들을 개인과 사회적 차원으로 구분하여 제시하면서 예방전략과 (사후적)개입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장애인의 건강권에 관한 구체적인 전략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 건강권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구체적인 전략들이 보다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제 3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9개의 취약인구집단군 중 하나로 장애인이 포함되며 그 목표 중 하나로 2차 장애 예방을 설정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Rimmer 연구진이 제안한 2차 장애 예방을 위한 개념적 모델은 이념형이 아닌 매우 실천적인 분석틀로써 주목할만하다. 무엇보다 2차 조건이 발생하거나 진행되고 나면 그와 관련된 결과를 보다명확히 함으로써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해외에서 제시한 개념 모델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국내의 장애인 건강권 관련 논의가 미흡한 상황에서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상황에 맞는 모델을 개발하고 구체적 전략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향후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보여주기식의 구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장애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건강권 전략이 수립되어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영펠로우 이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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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 소개된 문헌의 서지정보

 

Rimmer, J. H., Ming-De Chen, and Kelly Hsieh(2011). A conceptual model for identifying, preventing, and managing secondary conditions in people with disabilities. Physical Therapy. 91: 1728-1739.

 

* 더 읽어 보면 좋은 자료

  • Drum, C. E. et al.(2008). Self-rated health and healthy days: Examining the “disability paradox”. Disability and Health Journal. 1(2): 71-78.
  • Sen, A.(2002). Why health equity? Health Economics. 11(8): 659-666.
  • 이한나(2013). 장애인의 건강불평등 연구-집중지수 분석을 이용한 비장애인과의 비교-. 연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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