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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혈병, 마지막 피해자는 바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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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격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 정 연

 

가난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산재 노동자

 

지난 3월 6일은 고 황유미 씨가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지 꼭 8년이 되던 날이었다. 그녀의 사연은 지난 해 영화 <또 하나의 약속>으로도 만들어져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녀를 비롯한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의 싸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더욱이 지금도 반도체 산업에서 제2의 황유미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디 반도체 산업뿐일까? 2008~2013년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고 사망률은 노동자 10만 명당 평균 8명으로, 터키, 멕시코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3번째로 높았다.

사망을 제외한 산재 사고 재해율은 감소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만연한 산재 은폐의 현실을 고려할 때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은 당분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산업재해의 발생이 노동자와 그 가족 나아가 사회에 떠안기는 사회 경제적 비용을 분석한 보고서가 최근 미국 노동부에서 발간되어 관심을 끈다. 미국 노동부 산하 직업 안전 및 건강 관리청에서 발간한 해당 보고서를 보면, 미국에서는 매년 약 4500명의 노동자가 근무 중 사망하고 있으며 약 300만 건의 심각한 산업재해와 직업 관련 질환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12년 기준 약 1980억 달러로, 치매나 당뇨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맞먹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의 대부분이 산재를 당한 노동자와 그 가족 그리고 조세로 운영되는 다른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주머니에서 충당되고 있다는 것이다.

 


[▲ 산업재해 발생으로 인한 비용 부담. ⓒdol.gov ]

 

이는 산재 보상 급여를 신청해서 받는 노동자들의 비율이 전체 산재 노동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과 관련이 있는데, 현재 미국 산재 보상 급여의 수준은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지 않았다면 받았을 임금의 평균 85% 정도이지만 이러한 급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업 관련 질환의 경우 약 97%가 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 백혈병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 사고성 재해가 아닌 직업 관련 질환의 경우 인과관계 증명이 어렵고 고용 관계가 끝나고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산재로 진단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설사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보상 급여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고용주의 눈치가 보여 산재 보상 대신 세금으로 운영되는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와 같은 의료 보장 제도, 혹은 민간 보험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불완전한 산재 보상 시스템이 저임금 노동자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며 그들을 가난의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경우 더 위험한 작업에 배정되는 경우가 많고, 생계 부양을 위해 무리하게 많은 일을 하면서 사고에 노출되는 확률도 높다.

더욱이 파견 근로와 같은 간접 고용과 임시직 고용의 증가로 말미암아 산재 발생의 확률은 증가하고 있는데, 그에 반해 산재 보상의 길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고용주가 부담해야하는 산재 보험의 보험료를 해당 사업장의 산재 발생 건수를 바탕으로 책정함으로써 고용주들이 작업장 안전에 더욱 투자할 유인을 높이고자 하였다. 그러나 고용주들은 자신들이 직접 산재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임시직들을 고위험 작업에 고용함으로써 이러한 보험료 부담에서 벗어났다.

한편, 인력 사무소 등을 통해 고용되는 대부분의 임시직들은 실직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산재 보상을 신청하지 않아 결국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어느 곳에서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비용은 고스란히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과 납세자들에게로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 역시 미국과 다르지 않다. 고용의 불안정성이 심한 비정규직 및 이주 노동자일수록 산재 보험으로 처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고착화되어가고 있는 저임금 노동(가난)-고위험 업무-산재-가난의 악순환 구조를 끝내려면 불완전한 산재 보상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고 산재 노동자들이 산재 이전의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물론 산재 발생률을 0으로 만들 수 있도록 안전 보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일을 하다가 다치고 건강을 잃게 된 것만으로도 서러운데, 그런 노동자들을 또 한 번 울리고 그들을 가난의 수렁으로 밀어 넣는 사회는 결코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니다.

 

참고 자료

  • Occupational Safety & Health Administration. Adding ineqaulity to injury: the cost of failing to protect workers on the job. United States Department of Labor. 2015.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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