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다시 보건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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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한동안 관심은 메르스 또는 그 비슷한 일에 쏠릴 수밖에 없겠다. 건강이나 보건의료와 관련된 일이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요즘 유행하는 방식으로 말하면 기-승-전-메르스가 될 지경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 정부가 하는 몇 가지 일을 보면 영 어이가 없다. 기-승-전-메르스도 모자랄 판에, 이번 사태의 핵심을 이해하고 있고 성찰과 반성이 있는지 절로 의심스럽다. 거칠고 뜬금없는 모양이 그냥 사건이 아니라 무슨 음모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첫 번째는 공공연하게 의료의 ‘산업화’와 ‘영리화’ 정책을 다시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의 한복판에서 7월 1일 보건복지부가 낸 보도자료는 잠시 눈을 의심케 했다 (바로가기). 메르스든 무엇이든 의료 영리화 정책을 중단 없이 추진한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이 말을 쓰는 이유는 전쟁의 분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의료수출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6월 30일 60여명의 의료·법조·금융 전문가 등으로 자문단을 구성해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그들’은 과연 뭘 하겠다는 것인가? 보도자료에 이렇게 적혀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한국 의료진출이 소규모 의원에서 대형화·전문화되는 추세로 무엇보다 국가별·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통해 초기 리스크를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지금까지의 성과와 실패요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전문가 자문단을 중심으로 한 포럼 운영을 통해 각계 각층의 중지를 모아 현장감이 있고 실효성이 있는 ‘의료수출 5개년 종합계획’을 하반기에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침 이런 때 이런 일을 추진하고 보도자료까지 내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보도자료의 동기는 가능한 한 널리 알려달라는 것이 아닌가). 관료들의 감각 없음과 무신경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메르스든 뭐든 좌고우면하지 않고 각자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수행한다”고 생각하면 더 편하다.

그러나 그렇게 봐 넘기기에는 구조적이다. 의료산업과 의료수출은 박근혜 정부가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성장동력’이자 ‘경제 살리기’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다. 멀리 갈 것도 없으니, 알찬 세일즈 외교라고 자평했던 3월의 중동 순방 길에도 병원과 의료산업의 해외 진출을 대표적 성과로 꼽았다.

대통령이 의료수출의 계획 수립과 위원회 구성, 발표를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부처와 공무원은 마치 그런 지시가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고 움직인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이 시점에서 그렇게 용감할(!) 수 없다. 그런 것이 바로 국정이고 국정의 원리가 아닌가.

 

메르스를 틈탄,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시도가 한 가지 더 있다. 제주도가 국내 외국인 영리병원 1호 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을 보건복지부에 다시 요청한 것. 설립계획서를 제출한 것과 승인을 요청한 것, 그리고 발표를 한 때가 다들 정신이 없는 와중이었다 (관련 기사).

관료주의적 책임을 착실하게 수행하는 것인지, 아니면 말썽 없이 일을 처리하기 위한 ‘전술’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일 역시 보통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다들 메르스에 정신이 팔려 있는데다, 민간과 영리 위주의 의료 시스템이 대란의 원인이라고 목소리가 높아질 때였다.

상대적으로 덜 바빴던 제주도가 눈치 없이 저지른 일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이 일에도 중앙 정부(보건복지부)가 더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실무적인 과정은 그만 두고라도, 영리병원의 허가를 두고 중앙과 지방정부가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차라리 ‘스캔들’이라고 해야 할 작년의 싼얼병원 사태를 기억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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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사례를 가지고 생각해 보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거기에 속한 관료들은 왜 그랬을까. 본래부터 반대 의견이 많았던 데다 때가 때인지라 여론이 더 나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훈련받은 관료적 ‘지혜’로 발표할 시기라도 바꾸려고 하지 않았을까.

관료 개인, 개별 부서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행동과 사태의 중심에 있다.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것은 관료의 직업윤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관료제의 책임과 동기를 압축한 규율이다. 명시적으로 지시가 있든 없든, 관료제의 책임과 동기는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수렴된다. 그 임무가 바로 국정의 구조에 결합된 또 다른 구조라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 이 시기 관료적 구조, 그리고 그것이 특정 방향으로 작동하게 하는 또 다른 구조로서의 임무란 무엇인가. 건강과 의료를 경제성장과 영리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 구조의 핵심이다. 의료관광과 병원수출, 의료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담론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도 남는다. 메르스 대란이라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관광객과 경제성장률, 경기 후퇴가 생명과 안전, 평범한 사람들과 의료인의 건강보호를 주변으로 밀어내고야 마는 바로 그 구조.

어떻게든 메르스 사태가 마무리되면 그 구조는 더욱 분명해질 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장담한다. 사실 되돌아가고 말고 할 것도 없는 것이, (적어도 국정 책임자와 정부 당국은) 메르스 대란을 그런 구조 때문이라고 이해한 적이 없다. 둘을 통합해서 생각할 능력과 의지가 없기도 하지만, 사회경제체제와 이에 결합한 사고의 구조가 그런 이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것 자체가 또 다른 구조다.

 

이제 정부가 규정할 메르스 대란의 성격은 분명하다. 우연한 개별적 사건이자 사고, 그리고 어떤 개인의 무능이자 기술(테크놀로지)의 실패다. 이렇게 이해한다면 정부가 택할 길은 분명하지 않은가. 구조를 통째로 배제한 후에야 몇 사람과 몇몇 부서를 바꾸는 것으로 끝날 일.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방역의 민영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식이면 실용으로도 실패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 문제이자 걱정이다. 이번 일을 사건과 기술로 이해하는 한, 비슷한 대란이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 때 대책이란 메르스에 맞춘 것이 될 것이고, 이는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과 마찬가지다.

 

제2의 메르스 대란은 어찌어찌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다른 외래 감염병의 유입, 옛날 감염병(예를 들어 지금 일부 지역에서 유행하는 백일해)의 부활, 또는 당뇨병과 같은 만성병의 대란은 무슨 수로 막을까. 하나하나 대책이 다르니, 한 곳을 틀어막으면 다른 곳이 튀어 오르는 두더지 잡기 게임이 될 수밖에.

거의 한 달 반을 넘게 메르스를 다루면서도 우리의 <논평>은 애써 구조의 문제보다는 실용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물론, 다른 무엇보다 리더십을 강조함으로써 중요한 한 가지 구조에 집중하긴 했다. 그러나 한국 보건의료의 반(反) 공공적 특성(상업화, 영리화, 산업화)은 뒤로 미뤄 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대안의 단계’로 진입했으므로 더 미루기는 어렵다.

메르스가 천천히 마무리되어 가는 때에 그 어떤 대책에서도 다시 공공성을 말해야 한다. 공공성에 반하는 보건의료의 구조를 그냥 두고는 공공성을 토대로 할 수밖에 없는 집단적 건강문제(전염병이 대표적이다)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공공성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하는 이유다.

 

맨날 기-승-전-공공의료인가, 그래봐야 환원주의적인 안이한 답이 아닌가, (부분적으로 타당한) 이런 비판에 대해서는 가라타니 고진의 다음 말로 답하고자 한다. “틀림없이 그것들은 진부하다. 그러나 실현되지 않은 것은 아직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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