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

한국 보건의료부문의 근로시간 형태와 그 영향

2,797회 조회됨

2013년에 시민건강증진연구소가 진행했던 연구의 결과 보고서를 공개합니다.

 

이 연구는 국제노동기구 (ILO)의 발주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ILO가 2015년에 발표한 워킹페이퍼  [The organization of working time and its effects in the health services sector: a comparative analysis of Brazil, South Africa and the Republic of Korea](Conditions of Work and Employment Series No.56) (바로가기)의 기초 자료입니다.

연구 진행과 원고 작성은 ILO의 프로토콜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원고의 내용과 주장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국내 연구진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ILO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저희가 연구를 통해서 깨달은 것은, 보건의료 분야에 바람직하지 못한 근로시간 형태가 만연해 있으며, 이러한 근로환경이 보건의료 노동자의 건강과 사회적 삶은 물론, 환자의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티(=overtime) 수당이 너무 많이 쌓이다 보니까 한 달에 거의 40시간 막 이렇게 하는 날도 되게 많았어요.” (빅5 병원, 평간호사)

 

 

“저희 팀장님이 하시는 얘기가 간호사한테 일찍 나오라고 하지 말아라. 그렇게 인제 얘기하게 못하게 해라 라고 하는데, 그게 얘기를 안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가 나오고 있거든요. 부담되니까. 빨리 준비를 잘 하고 시작을 해야 되니까.” (대학병원 수간호사)

 

 

“(연차를) 안 썼다가 수당을 월급으로 주는데, 그걸 가져다가 저희가 연월차를 쓸 만큼 인원이 돌아가는 게 아니거든요. 연월차를 그냥 다 나중에 받는 걸로 하고 그냥 스케줄이 돌아가는데” (공공병원 수간호사).

 

 

“저희 3년차 때 내과 선생님이 결핵성 림프절염이셨는데 전신마취 수술을 했어요…그런데도 병가를 안 주더라고요. 그렇게 (목에 밴드 붙이고) 회진을 도신 거예요” (전공의)

 

 

“응급실 같은 경우는 엠아이, 디케이에이 오면 다 봐야 되고. 누구 하나 미룰 수가 없는데 새벽 2시에 정신도 멍해지고 이미 그전에 올린 환자 차트 정리도 다 못한 그런 마음 상태에서 보다 보면 속이 타죠. 그렇게 당직을 선 날은 한 달씩 수명이 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요.” (전공의)

 

 

“이번에도 2월 달에 결혼할 동기가 있는데 2월 달 같은 경우는 4년차가 빠지고 3년차가 백을 봐야 되는 그런 시점이라 굉장히 로딩이 높은 시기에 동기 2명이 결혼을 해요. 나가버리면 나머지가 그 로딩을 다 떠맡아야 되니까 같은 동기인데도 축복을 해줘야 되는데, 은근히 돌려서 3월에 하면 안 되겠느냐..” (전공의)

 

 

“한 달의 수명을 깎아 먹는 것 같은 당직을 서면 그 다음날 일을 하다 보면 판단이 느려져요. 판단이 늦고 좀 멍하니까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는 것을 내가 느끼고 뭔가 내 동작이 느리다는 것을 본인이 느껴요. 잠깐씩 자거든요. 30분 1시간씩, 잘 때 콜이 오면 콜을 못 받기도 하고 콜을 받아도 당장 급한 게 아니면 사실 빨리 해주면 환자는 좋겠지만 미뤄두는 경우도 있어요.” (전공의)

 

 

청소원들은 짧은 시간 일하니까 진짜 계속 일 하잖아요. 근데 간병인들은 자다가 놀다가 한다고, 그거 약하다고 아주 우습게 보는 거에요. 24시간 노동시간을 잠 못 자고 자다 깨다가 한 번 해보시라고요.” (간병 노동자)

 

 

제 위에 선생님들한테 제가 막내로 일할 때 선생님 저 요즘 계속 성격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나이트하면 원래 그렇게 된다고.” (야간 전담 의료기사)

 

 

“병원 측에서 퇴원을 빨리 해라 다른 환자를 받기 위해서 … 그래서 환자가 더 많이 늘었어요. 옛날에는 저녁에 퇴원 안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밤) 12시, 1시에도 퇴원을 해요.” (청소노동자)

 

 

“너무 다 피곤해요, 너무 바빠요. 그래서 간호사들 다 항상 ‘잠시만요’ 일단 그렇게 해놓고 처리하고 이렇게 하는 거고, 의사들은 어디 짱 박혀서 잘 안 나타나고 항상 졸린 눈이고…  ‘수련의’들 하면은 청진기, 가운 이런 거 생각 안 나요. 항상 졸린 눈, 그게 항상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 그러니까 불안할 수밖에 없는 거죠.” (환자단체)

 

이 연구는 국내 보건의료 부문의 장시간노동과 교대근무 실태를 스케치하는, 탐색적 성격의 연구라 할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대한 토론과 본격적인 후속 연구들을 기대합니다.

시민건강연구소 정기 후원을 하기 어려운 분들도 소액 결제로 일시 후원이 가능합니다.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