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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사각지대 : 제도적 장벽과 사회적 배제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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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격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정부가 지난 달 2일 국회에 제출한 2017년 예산안에서, 기초 보장, 보건 의료 등 복지 영역 예산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2015년 7월부터 시행한 ‘맞춤형 개별 급여’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 대책”을 표방하였으나, 이번 예산안에서 주거 급여와 긴급 복지 예산은 오히려 삭감되었다. (☞관련 자료 : <참여연대 2017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보고서>) 사각지대 축소를 위해 정작 필요한 복지 ‘확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간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지만, 대부분이 2차 자료에 의존한 양적 연구에 치중되어 있었다. 한편, 빈곤층의 구체적 삶을 주제로 한 기존의 질적 연구들은 주로 기초생활보장이나 차상위층 등 사회보장제도의 틀 안으로 들어온 수급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제도적 기준을 충족시키기 못한 ‘비수급 빈곤층’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해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서강대학교 이정기, 김윤영 연구 팀은 기초생활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12명의 ‘비수급 빈곤층’을 심층 면담하여 ‘당사자’의 관점에서 빈곤의 현상과 그것이 발생하는 인과적 조건과 사회 구조적인 맥락, 그리고 생존 과정을 논리적으로 이론화하였다([그림 1]). (☞관련 자료: 비수급 빈곤층의 생존 과정에 관한 근거 이론)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수급 빈곤층은 ‘결박당한 개인 상황’에 처해 있으나, ‘제도적 장벽’에 의해 공공 부조에서 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참여자들은 돌봄이 필요한 부양 가족과 함께 살고 있거나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일하기 힘든 ‘불가항력적인 상태’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소득이 파악되는 직계 가족(특히 연락이 단절된 자녀)이 있거나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재산을 보유한 이유로, 부양 의무자 기준, 소득 인정액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였다.

둘째, 이러한 ‘결박당한 개인 상황’과 ‘제도적 장벽’이 원인으로 작용하여, 비수급 빈곤층은 경제력 악화로 만성적인 빈곤 상태로 내몰리고 있었다. 빈곤은 사회적 관계를 악화시켰고, 사회적 자본의 취약함은 다시 빈곤의 악순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컸다.

셋째, 비수급 빈곤층이 처한 빈곤의 현상은 개인적 노력의 영역을 넘어, 이들에게 주어진 ‘사회 구조적인 조건’ 속에서 발생했다. 연구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낮은 소득’은 불안정한 근로조건, 불충분한 기초연금, 노인 일자리 사업의 제도적 한계라는 맥락 속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넷째, 연구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빈곤 현상과 사회적 단절은 ‘지역 사회의 도움’ 또는 ‘종교적 위안’을 통해 완화되는 한편, ‘취약한 가족 기반’은 빈곤 현상을 강화시켰다. 기초생활보장 등 공공 부조의 부양 의무자 기준이 가정하는 것과는 달리, 비수급 빈곤층은 가족을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이기 보다는 오히려 경제적, 심리적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다섯째, 비수급 빈곤층이 취하는 행동 전략은 ‘주도적 삶의 지향’과 ‘필사적 생존 전술’이었다. 이들은 부정적인 행동 전략을 취하기보다는 적금을 들거나 봉사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지향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육체적으로 고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던가, 전기, 가스, 수도, 전화 등 필수적인 생활 자원을 쓰지 않음으로써 지출을 줄이는 등 ‘비인간적 상황에 필사적으로 적응’하는 특성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정에서 비수급 빈곤층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사회적으로 더욱 고립된 생활을 지속하는 ‘적응’의 행동을 보였다.

이처럼 당사자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 문제는 더욱 명료하게 드러난다. 논문은 실제로 절대 빈곤의 상황에 있는 비수급 빈곤층이 공적 부조에서 배제됨으로써 경제적, 심리적으로 취약해짐과 동시에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는 ‘사회적 배제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경로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사회적 배제의 악순환’을 유발하고 강화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제도적 장벽’임을 강조하고 싶다. 개인의 불가항력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기계적인 제도, 사회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수급 요건은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대한 정부의 얕은 의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 [그림1] 비수급 빈곤층의 경험 과정에 대한 이론적 모형.

이주연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영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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