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서리풀 연구통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최저임금, 건강문제다!
[서리풀연구통] 최저임금, 그저 숫자가 아니다
김정우 (시민건강증진연구소 회원)
2017.07.21 14:53:26
바로 지난 주, 2018년 최저임금이 결정되었다. 올해의 6470원보다 16.4% 인상된 시급 7530원이다. 몇 년 동안 계속 한자리 수 인상률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결정을 반겼다. 그리고 “최저임금 1만 원은 단순히 시급 액수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 권리를 상징한다.”(☞관련 기사 : 문 대통령 “최저임금 1만 원은 단순한 시급 아니라 사람답게 살 권리”)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말처럼 최저임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숫자의 적용을 받는 개개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조금 더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최저임금 제도의 영향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 규모는 약 340만 명 정도나 된다고 하니, 이들과 그 가족을 합친다면 그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에는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과 더불어 기대되는 역할이 또 있다. 바로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다. 빈곤은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소득불평등은 손에 잡히지 않는 집단적, 추상적 개념이다. 하지만 소득불평등이 실재하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는 점은 모두들 알고 있다. 소득불평등은 개개인의 삶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오늘 소개할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리베이로 등의 연구는 소득불평등이 사람들의 정신질환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종합하고 있다(☞논문 바로 가기). 사실 그동안 소득불평등과 정신건강의 연관성을 탐구한 논문들은 많이 발표되었다. 일부 논문들은 심각한 소득불평등이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한 반면, 연관성이 없다는 논문들도 있었다. 이렇게 일관되지 않은 결과는 논문들마다 채택한 사례 정의나 분석 방법 등이 달랐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정신건강 문제를 어떠한 방법으로 측정했는지, 소득불평등을 측정한 단위는 국가인지 주(state)인지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기존에 출판된 논문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통계적 기법을 통해 기존 연구들의 이질성을 통제하면서 소득불평등과 정신건강 문제 사이의 관계를 ‘종합’하고자 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학술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약 1만6000편의 관련 논문을 추출하고, 논문의 내용과 질적 평가를 통해 최종 27편의 논문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 중 9편에 대해서는 제시된 결과값들을 이용하여 통계적 종합을 시행했다.
분석 결과, 모든 종류의 정신건강 문제 혹은 우울증을 결과변수로 했을 때, 소득불평등이 심해질수록 이들 정신건강 문제의 빈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연관성의 강도를 나타내는 수치 자체는 매우 작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였다. 전 세계적으로 성인의 연간 정신질환 유병률, 즉 전체 성인 중 지난 1년 동안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은 17.6%에 이르고,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에도 13.4%에 달한다. 소득불평등이 정신질환에 미치는 효과 크기 자체는 매우 작지만, 영향을 받는 인구집단의 규모가 크고 또 전 세계적으로 소득불평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간과할 만한 소견이 아니다.
또한 이 연구는 소득불평등과 정신건강 문제 사이를 연결하는 기전과 경로에 대해서도 탐색했다. 지역의 빈곤 수준이나 인간개발 등 소득불평등과 관련된 물질적 요인들이 정신건강 문제가 연결되어 있었고, 또한 지위 불안이나 사회적 자본 등을 통한 사회심리적 요인도 기전으로 작동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종합 결과를 바탕으로 소득불평등 문제가 공중보건 의제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인구집단의 정신건강과 웰빙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신건강과 웰빙이 증진되면 교육과 취업의 가능성을 높아지고, 이는 더 나은 경제적 조건으로 이어져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선순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이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오늘 소개한 논문이 제시한 것처럼 소득불평등 역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 계층의 소득을 높이고 또 사회 전반적으로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많은 보건학 연구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기대해왔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은 건강 보장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의료보장뿐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한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 서지정보
Wagner Silva Ribeiro, Annette Bauer, Mário César Rezende Andrade, Marianna York-Smith, Pedro Mario Pan, Luca Pingani, Martin Knapp, Evandro Silva Freire Coutinho, Sara Evans-Lacko. (2017). Income inequality and mental illness-related morbidity and resilienc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The Lancet Psychiatry, 4(7), 554–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