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연구通] 무엇이 노인 사망률을 높이나
이오(시민건강연구소 회원)
개인이 기본적 건강 정보를 얻고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으며, 관련 정보와 서비스를 처리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건강문해력’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이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여러 연구들에서 노년층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건강문해력이 낮고 이것이 노년층의 사망률 증가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밝혀 왔다. 고령자는 신체적 기능이 저하되고 여러 만성질환에 동시에 이환되며 경제적 압박이나, 사회 네트워크의 감소, 사회적 고립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영국의 리즈 대학 스미스 교수팀은 사회적 고립에 대한 중재를 통해 건강문해력이 사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영국의 50세 이상 성인을 8년 동안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를 최근 건강심리학회지에 발표했다(☞바로 가기).
연구팀은 총 7731명을 대상으로 측정한 사회적 고립, 건강문해력, 원인별 사망 자료와 함께 연령, 성별, 직업, 자산, 건강상태, 건강행태, 인지기능 등의 항목을 살펴보았다. 사회적 고립은 결혼 혹은 동거 여부, 자녀, 친척, 친구들과의 접촉, 사회 조직에의 참여 여부로 측정했다. 건강문해력은 의약품에 표기된 정보를 얼마나 이해하는지로 평가했다.
분석 결과 7731명 중 87.6%(6770명)는 건강문해력이 높은 군으로, 12.4%(961명)는 낮은 군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건강문해력이 낮은 군은 대체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나이가 많고 백인이 아니며 학력과 경제적 수준이 낮은 이들의 비중이 높고 만성질환 유병률도 높았다. 또한 연구 참여자 중 17.4%(1243명)는 사회적 고립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 집단에서는 고령자, 남성, 저학력, 경제적 수준이 낮고 직업 지위가 낮은 이들의 비율이 높았다.
추적 기간 동안 건강문해력이 낮은 집단의 총 사망률은 30.3%인 것에 비해 건강문해력이 높은 집단의 사망률은 14.3%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사회적으로 고립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사망률도 각각 23.5%와 13.7%로 비교적 큰 차이를 보였다. 건강문해력과 사회적 고립 사이의 상호작용을 확인한 결과, 사회적 고립이 사망률을 높이는데 기여하지만 건강문해력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건강문해력을 높인다고 해서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사망률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사회적 고립과 건강문해력 두 가지 요인 각각이 고령자의 건강 악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령자들의 건강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사회적 고립을 줄이기 위한 전략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긍정적인 건강 행태의 변화는 친구, 가족, 지인의 영향을 받아 시작되거나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건강문해력도 개인적 학습보다는 이러한 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개선되거나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면에서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기존의 사회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여, 건강자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면 건강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통通’에서 매주 금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