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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시 작업 중지’ 법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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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 연(시민건강연구소 회원)

 

믿을 수 없는 폭염이 지속되었다. 에어컨 냉방이 되는 시원한 사무실에 있으면 애사심이 절로 생긴다는 ‘여름 한정’ 우스갯소리마저 유행했다. 하지만 모든 노동자에게 여름철 일터가 천국인 것은 아니다. 아파트 건설 현장, 보도블럭 공사 현장, 학교 급식실, 농촌 비닐하우스의 노동자들은 35도가 넘는 현장에서 그야말로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땀범벅이 된 채 초인종을 누르는 배달노동자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배달 음식을 건네받은 두 손이 민망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질병관리본부의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따르면, 올 여름(5/20~8/6) 온열질환 사례 총 3438명 중 43%가 일하던 중에 발생했다고 한다(☞관련 사이트 바로 가기).

 

여름철 폭염은 명백한 ‘직업상 위험(occupational hazard)’인 것이다. (발생 장소가 실외 작업장(872명), 실내 작업장(195명), 논/밭(381명), 비닐하우스(30명)인 경우를 ‘일하던 중 발생’한 온열질환으로 집계함.)

 

기후온난화는 기온을 높일 뿐 아니라 폭염 빈도를 증가시키고 폭염에 노출되는 기간도 늘린다. 기후온난화로 인한 여름철 ‘열기(heat)’는 허리케인, 홍수 같은 ‘사건’들보다 더 많은 인명 손실을 가져온다. 예컨대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매년 미국에서 600명 이상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한다는 통계를 발표하기도 했다(☞관련 사이트 바로 가기 : About Extreme Heat). 미국 국립기상청도 여름철 폭염을 중요한 ‘건강위험요인’으로 보면서, 열지수(heat index)를 개발하여 공중보건 개입을 위한 폭염경보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가 폭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 보호에 도움이 될까?

 

오늘 소개할 논문은 매사추세츠 로웰 대학교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 결과로, 미국 국립기상청의 열지수(heat index) 같은 공중보건 감시체계가 폭염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직사광선 노출이나 신체적 피로를 효과적으로 예방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논문 바로 가기 : 경고란 없다 – 폭염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 2014~2016).

 

연구팀은 미국직업안전보건청의 산재사망 조사 기록으로부터 2014~2016년 3년간 발생한 온열질환 사망 노동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 고용 특성, 산재사망 발생 경위 등의 정보를 추출하여 질적 분석을 수행했다. 또한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청(NOAA) 데이터를 이용하여, 노동자 사망 당일 낮 12시 기준 열지수(Health Index)의 위험수준을 폭염특보 기준에 따라 ‘경고(Caution)’, ‘중대경고(Extreme Caution)’, ‘위험(Danger)’, ‘중대위험(Extreme danger)’의 4단계로 분류했다. 특히 온열질환 사망 노동자가 ‘폭염(heat wave)’, 즉 3일 연달아 화씨 90도(32°C) 이상을 기록한 날에 사망한 경우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2014년 6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미국 내에서 총 79명의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의 대부분은 5~9월에 발생했다. 사망 노동자의 37%가 라틴계 성을 가진 이주노동자로 추정되었으며, 40% 이상이 건설업에 종사했다. 이들 대부분은 비숙련노동자였다. 피해 노동자의 대부분은 화씨 85도(29°C) 이상인 날 사망했고, 절반 이상은 3일 이상 연달아 화씨 90도(32°C)를 기록한 날에 사망했다. 사망 노동자의 95%는 ‘경고’ 이상의 폭염 특보가 내려진 날 사망했고, 75%는 ‘중대경고’가 내려진 날 사망했다. (표 1)

 

표1.  온열질환 사망일 낮 12시 추정 폭염 특보

 

연구팀은 노동자들이 폭염 속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현실에 대해 두 가지 제도적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 미국 기상청이 열지수(heat index)를 계산할 때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폭염은 높은 온도와 습도 뿐 아니라 직사광선 노출에 의해서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기상청의 열지수는 기온(가로축)과 습도(세로축)만을 기준으로 하여 사람이 느끼는 더위를 지수화했다 (그림 1).

그림 1. 미국 기상국의 열지수 차트

(출처: https://www.weather.gov/safety/heat-index)

 

폭염 상황에서 강도 높은 야외 육체노동을 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직사광선 노출 때문에 온열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 기상청의 열지수는 폭염 속 지속적 노동,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야외 노동, 작업 특성으로 인한 대사열(metabolic heat) 발생으로 폭염의 영향이 악화되는 효과, 에어컨 가동이 불가능한 실내 노동 환경 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기상청의 폭염특보는 노동자들이 맞닥뜨리는, 가장 위험하지만 일반적인 폭염 위험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법체계 상 고용주는 폭염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가 없다. 미국에서 열기(heat)는 1970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일반의무조항”에 직업상 위험으로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고용주가 폭염에 대비해 노동환경을 모니터링하고 폭염 시 노동자들에게 물과 휴식을 제공하고 업무를 중단시킬 것을 의무화하는 규제는 없다. 정부에서 아무리 폭염특보를 내린다 한들, 사업주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만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일 폭염 기록을 갱신하던 중에 8월 1일에는 111년 만의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냉방’을 ‘국민 기본복지’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에 따라 정부는 7~8월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한 한시적 누진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편에서 맥도널드 라이더(배달 노동자)들은 100원의 폭염수당과 폭염 시 작업 중지권 확대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관련 기사 : 맥도날드 배달노동자, 폭염속 1인 시위 나선 까닭).

 

‘냉방권’과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에 대한 거센 요구가 ‘폭염 시 작업 중지 법제화’에도 옮겨 붙기를 희망한다. (☞관련 기사: [시민정치시평] 폭염 속 노동, 사람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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