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연구통

전자담배 유해성,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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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범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 필자 주

10월 13일에 발행된 서리풀연구통 원고에서 독자에게 오해를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내용 일부를 정정합니다. 본문 중 식약처-필립모리스 간 분쟁이 일어난 상품은 가열담배 (궐련형 전자담배)이며, 미국한림원의 연구결과는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를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전자담배 (e-cigarette) 는 니코틴 등이 포함된 ‘액상 물질’을 가열하여 에어로졸 형태로 만들고 이를 흡입하는 반면, 아이코스 등의 가열담배 (heated tobacco product, HTP)는 실제 ‘담배’를 가열하여 (불을 붙이는 담배의 경우 섭씨 600도 정도에서 연소되고, 가연담배의 경우 섭씨 350도 내외로 가열) 니코틴을 흡입하게 됩니다. 국내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라고 불리면서 마치 전자담배의 일종인 것처럼 오해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가열담배는 전자담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가열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담뱃잎 자체에 유해 성분, 특히 발암인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열담배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담배 사용’이 건강에 해롭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WHO 자료 바로가기).


 

최근 다국적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보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관련기사 “전자담배에 타르 더 많다고? 필립모리스, 식약처 상대 소송”). 자사의 궐련형 전자담배 (이하, 가열담배) 제품이 유해하다는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를 반박하던 중, 식약처의 유해성 분석에 쓰인 방법론과 원 자료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것이다.

식약처의 자체 분석 결과에 의하면, 가열담배는 일반 담배에 비해 타르 함유량이 높으며, 일반 담배에 있는 발암물질도 검출되기 때문에 유해성이 적다고 말할 수 없다. 필립모리스는 가열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유해물질의 수치가 낮고, 타르 자체는 WHO에서 규정한 유해물질이 아니며 자신들이 개발한 측정방법에 따르면 수치가 현저히 낮게 나온다고 반박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왕 흡연을 하는 사람은 일반 담배보다 가열담배를 이용하는 것이 건강에 더 낫다는 것이 필립모리스의 주장이다.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울까?

최근 몇 년 동안 가열담배 사용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역사가 짧은지라 독성물질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가열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자담배(액상형 전자담배) 논의를 참고해보자. 올해 초 미국 과학공학의학한림원은 전자 담배의 건강 영향에 대한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 “전자담배의 건강영향”). 보고서는 전자 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독성 물질의 함유량이나 인체 노출량이 적다고 볼 수 있으나, 인체 유해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며,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성인이 일반 담배를 끊는데 전자 담배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청소년의 경우 오히려 전자 담배 사용 시 장기적으로 일반 담배 흡연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다. 즉,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전자담배가 안전한 것만은 아닌 셈이다.

 

그러나 담배회사는 새로운 상품으로써 전자담배와 가열담배의 옹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식약처가 가열담배의 유해성 분석 결과를 내놓은 이후 많은 언론에서 관련 기사를 내보냈는데, 일부 기사들의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아이코스 제조사 “식약처 분석 결과 잘못됐다” 정면 반박” (중앙일보, 2018. 6. 6.)

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성분 분석이 이상한 이유” (허핑턴포스트코리아, 2018. 6. 7.)

식약처 발표에 전자담배 업계 반발…”유해성 논란 오히려 증폭”” (조선비즈, 2018. 6. 7.)

식약처, 궐련형 전자담배 ‘타르 측정방식’ 오류 논란” (전자신문, 2018. 6. 12.)

 

이 기사들은 식약처의 가열담배 타르 측정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필립모리스 측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면서, 식약처가 유해성을 과장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초래한다는 식의 논지를 펴고 있다.

 

이러한 담배회사의 여론전은 상당히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리얼미터의 흡연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도자료 바로가기), 식약처의 발표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10명 중 7명 수준이었다. 이 여론조사 내용 또한 독일, 영국, 일본 등 외국과 식약처의 발표 내용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실상 담배 회사의 반박 프레임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전자담배에 대한 그동안의 홍보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응답자의 압도적 다수는 궐련형 전자담배, 즉 가열담배가 건강에 덜 유해할 뿐 아니라 층간 다툼 방지, 화재예방 등에서도 효과가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담배회사의 여론전과 홍보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많은 학술지들이 연구결과를 발표할 때 연구자가 담배회사의 연구비나 자문료 등을 받았는지 금전적 관계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율적 권고일 뿐 사실대로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담배회사가 정재계나 언론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도 상당 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 국내에서는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는 법안이 국회 법사위원회에 속한 국회의원 한 명의 방해로 무산된 적이 있다 (관련기사 “담뱃갑 경고 그림 무산, 법사위 월권 논란에 김진태 ‘헌법체계 부합여부도 심사대상’”), 이 국회의원은 자신이 담배회사의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했으나, 이를 증명하거나 반박할 방법 또한 없다.

호주의 경우 로비스트가 법에 의거해서 등록한 후 의회에서 합법적으로 로비 활동을 벌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정보는 대중에게 공개된다. 그러나 최근 필립모리스가 정식 로비스트를 고용하지 않고 자사 임직원이 직접 로비 활동을 펼침으로써 정보 공개를 회피한 채 은밀한 로비를 벌여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관련기사: “호주 대중에게 감춰진 필립모리스의 전자담배 로비”). 이는 니코틴을 독성물질로 규정하여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공중보건 법안을 철회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공중보건에서는 과학적 근거들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 인간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전 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요인은 커녕 이미 규명된 위험조차도 규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담배의 유해성은 이미 50~60여년 전에 입증되었지만, 본격적으로 담배가 규제되기까지는 이후 20~3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담배회사가 끈질기고 집요하게, 그러면서도 은밀하게 담배의 해악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이다. 새로운 유형의 담배, 가열담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재의 논란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통通’에서 매주 금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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