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요기요’의 플랫폼 노동: 새롭고 오래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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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182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전수경 이모, 그림: 박요셉 삼촌

전수경 이모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세상을 만들려고 일하고 있어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배달시켜 먹어본 적이 있나요? 피자・짜장면 같은 음식을 배달시켜 먹어본 적 있을 거예요.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오토바이에 실려 음식이 날아오지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배달하는 ‘라이더(배달원)’ 친구를 알고 있어요. 한여름에 땀범벅이 되어도 콜라만은 시원하게 배달해야 한다면서 40도가 넘어가는 아스팔트를 달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의 계단을 뛰어 올라갑니다.

 

그 친구에게는 피자・짜장면・떡볶이 배달을 하는 많은 라이더 동료가 있어요. ‘배달의 민족’ ‘요기요’에 음식을 주문하면 식기 전에 집 앞으로 음식을 갖다 주는 라이더들은 아스팔트 길 위가 직장이고, 초인종을 누르면 문을 열어주는 고객 한 명 한 명이 나를 둘러싼 노동의 조건이고 환경입니다. 좀 늦더라도 고맙다고 인사하는 고객도 있지만 음식이 식었거나 잘못 왔다고 화를 내는 고객을 만날 때도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받아서 음식을 배달하는 일을, ‘플랫폼 노동’이라고 해요. 플랫폼은 기차가 모였다가 흩어지는 승강장이에요. 스마트폰이 일종의 승강장이 되어 정보와 주문이 모이고 또 사방으로 흩어지는 거죠. 멋지게 들리지 않나요? 그런데 정해진 일터에서 한 명의 사장에게 급여를 받는 직장 노동자와 다르게, 이들에겐 복잡한 사정이 있어요. 맛집을 검색해서 주문 완료를 누르는 고객도, 음식을 만드는 식당도, 앱으로 들어온 배달 정보를 보고 식당에 가 음식을 받아 배달하는 라이더도, 스스로 사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에요. 분명히 일하고 돈을 받는데, 대체 누가 사장일까요?

 

 

배달 앱이 사장인 걸까요. ‘바로고’ ‘부릉’ 같은 로고를 새긴 오토바이가 골목골목 다니는 것을 보았을 거예요. 이들은 바로고, 부릉의 스마트폰 앱을 깔고 일을 합니다. 라이더들은 월급이 아니라 배달 횟수를 계산해서 그 건수만큼 돈을 받아요. 그래서 더 많이 더 길게 일하게 되죠. 배달 시간을 줄여야 여러 번 배달할 수 있으니, 더 빨리 속도를 내게 되고요. 근데 배달 앱 업체는 사장이 아니래요.

 

그럼 식당이 사장인 걸까요? 예전에는 짜장면집, 피자집에서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고 월급을 줬어요. 그러다가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스마트폰만 있으면 앱을 개발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됐지요. 짜장면집, 피자집 사장님은 직접 고용해서 월급 주고, 휴가도 주고, 퇴직금도 줘야 하는 배달 노동자를 해고하고, 스마트폰 배달 앱을 깔았어요. 그리고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음식을 배달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식당도 사장이 아니래요.

 

결국, 라이더 한 명 한 명이 사장이 되어 버렸어요. 그러니, 라이더가 다치거나 아파도 어디에서도 책임지지 않아요. 대기하고 있는 라이더는 많으니, 다친 사람 말고 다른 사람한테 시키면 그만이죠.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쇼핑하는 세상에서도 결국, 사람이 배달해요. 오토바이에 음식을 싣고 24시간 배달을 하는 사람들이 사장이 된 세상. 사장인데 노동자보다 더 고되고 오래 일하며, 사고가 나면 내 돈으로 치료해야 하는 사장. 이런 ‘무늬만 사장’을 마구 만들어내는 플랫폼 노동 세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배가 고프네요. 피자 한 판 배달시켜 먹으면서 생각해 봐야겠어요.

 


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연구소 회원들로 구성된 필진이 통권 178호부터 다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필자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재 순서대로)

 

김유미(동아대학교 예방의학과)

박진욱(계명대 공중보건학과)

김성이(시민건강연구소)

오로라(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전수경(노동건강연대)

류재인(경희대학교 치의예과)

권세원(중앙자살예방센터)

김대희(인천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

 

1월 ‘건강한 수다’ 필자는 전수경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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