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참여, 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838회 조회됨

<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183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오로라 이모, 그림: 박요셉 삼촌

오로라 이모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딴지 놓는 걸 좋아하는 새내기 연구원이에요.

 


 

‘참여’가 뭐라고 생각해? 수업시간에 손을 번쩍 들어 발표하는 것? 학교 축제에서 공연하는 것? 좋아하는 동영상에 댓글을 다는 것? 인간의 활동이라면 뭐든 참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참여의 범위는 넓어. 그렇지만 모든 행동이 다 참여라면 굳이 그 말을 만들 필요가 없었을 거야. 어떤 행동을 참여라 말하기 위해서는 그 행동에 참여의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해.

 

1992년, 하트(Hart)라는 학자는 참여를 이렇게 정의했어.

“내 삶과 내가 살아가는 지역사회에 영향을 주는 나의 의견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

참여의 가치를 자신의 삶과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거라고 본 거야. 이런 경험해 본 적 있을까?

음, 내 삶에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의견을 낸 적은 있겠지만, 지역사회에 관한 거는 흔치 않을 거 같아. 지역사회는 가정·학교·회사·동네 등 사람들이 생활하는 터를 말해. 지역사회 참여란 반·학교·동네 대표를 뽑는 선거에 투표하기, 정책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서명, 토론·시위 활동을 하는 것 등이 있을 테고. 그런데 이거 다 어른들의 일인 거 같다고?

 

지역사회 참여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꼭 할 수 있어야 해. 왜냐하면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은 내 삶에 영향을 미치니까. 예를 들면 이번 달 학교 식단, 새 학기·학교에서 왕따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 등하굣길 교통사고 위험, 동네에서 담배 냄새 걱정 없이 갈 수 있는 곳 등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생각하기 싫은 어렵고 복잡한 문제는 나 말고 다른 사람이 결정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러다가는 원하지 않은 결과를 감당해야 할지도 몰라. 사람들의 참여가 높아지면 지역의 문제를 얘기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해지고, 모두가 살기 좋은 건강한 곳이 될 수 있을 거야.

 

 

어떻게 참여해야 할까? 2017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9천여 명의 청소년을 조사했어. 그 결과 ‘청소년도 사회문제나 정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라는 문항에 무려 88%가 그렇다고 대답했대. 대다수 청소년이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데 막상 ‘아동·청소년 참여기구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건 2%였어. 참여기구는 의견을 모아 활동과 정책을 제시하고, 실제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한 거야. 대표적으로 청소년운영위원회·청소년참여위원회·청소년특별회의 등이 있어.

 

어떤 동네에서는 청소년이 정당을 만들고, 자신들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는 ‘청소년 의회’나 지역사회에 필 요한 예산을 직접 제안하고 구성하는 ‘청소년 예산제’를 시작하기도 했어. 하지만 참여하는 사람이 적어서, 대부분은 잘 모를 거야. 모든 청소년이 쉽고 일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제도를 만들고 널리 알리는 노력도 해야 할 것 같아.

 

그래도 여전히 귀찮거나 부담스러워서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동무들 있니? 솔직히 이모도 두렵거든. 머릿속에 수만 가지 생각이 떠다니는데, 왠지 남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야 할 거 같아서, 한 마디 꺼내는게 한 글자 적는 게 어렵게만 느껴져.

 

하트는 갓난아이도 울음으로 사회 참여를 시작한다고 했어. 아기는 뭔가 불편하거나 필요할 때 울음을 터트리잖아. 그렇게 자기의 뜻을 전해서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고자 한다는 거야.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했던 일이 참여라니! 이거 그렇게 어렵고 부담스러운 건 아닌가 봐. 내 삶을 위해, 내가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생각을 나누고 싶니? 새해에는 동무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고 싶어.

 


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연구소 회원들로 구성된 필진이 통권 178호부터 다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필자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재 순서대로)

 

김유미(동아대학교 예방의학과)

박진욱(계명대 공중보건학과)

김성이(시민건강연구소)

전수경(노동건강연대)

오로라(시민건강연구소 회원)

류재인(경희대학교 치의예과)

권세원(중앙자살예방센터)

김대희(인천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

 

2월 ‘건강한 수다’ 필자는 오로라 회원입니다.

 

시민건강연구소 정기 후원을 하기 어려운 분들도 소액 결제로 일시 후원이 가능합니다.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