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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성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낙인과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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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수수(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작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통해 최근 5년간(2014년-2018년) 청소년 성병 진단 실태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성병으로 진료를 받은 10-19세 청소년이 5만 6,728명에 달하며,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 한다 (국정감사 보도자료 바로가기).

“공부해야 할 시기”라는 사회적 압박 때문에 청소년의 성행동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특히 여성 청소년들은 성차별적 규범으로 인해 더 가혹한 비난과 낙인에 직면한다. 문제는 취약한 사회경제적 환경에 처한 여성 청소년일수록 성폭력, 학대 등으로 인해 성병과 임신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게다가 학교나 가정 밖의 청소년들은 정확한 성지식을 접할 기회가 더 적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른 대처를 하기도 어렵다.

 

작년 4월 국제학술지 <국제간호실천저널>에 실린 국내 연구팀의 논문 “한국 청소년 범죄자들의 성매개 감염병과 관련된 건강 신념과 행동: 집중 민족지학 연구”는 청소년들의 성매개 감염병에 대한 지식과 그에 대한 대처방식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2014년 7월부터 11월까지 국내 도시 세 곳에서 보호관찰관의 감독을 받고 있는 14~18세의 청소년 범죄자 중 성매개감염병에 걸린 이들을 심층 인터뷰하고 관찰했다. 자발적으로 연구 참여 의사를 밝힌 참여자는 총 24명이었고, 남성이 16명, 여성이 8명이었다. 이는 보호관찰소의 청소년 성비를 반영한 것이다.

 

우선,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성병이 비위생적 행동과 문란한 성생활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퍼지는 것이기 때문에, 성매매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과 성적인 접촉을 하지 않는 한 성병에 걸릴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콘돔 등 감염예방을 위한 어떠한 보호 장치도 하지 않은 채 파트너와 성관계를 가졌다. 또한 참여자들은 성 파트너가 단 한 명인 경우 성병 위험이 없다고 믿었다. 감염된 사람과 단 한 번의 성행위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둘째, 연구 참여자들은 성병을 주로 성인들이 걸리는, 치료가 불가능한 치명적인 질병으로 알고 있었다. 청소년이기 때문에 자신이 성병에 걸릴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성병에 대해 대중매체를 통해 정보를 습득했고, 대중매체에서 보여 준 매독 말기 증상이나 AIDS 증상이 일반적인 성병 증상이라고 여겼다. 모든 성병이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적 기능 상실과 기형을 유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대중 매체가 제공하는 정보가 정확하고 믿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대중매체를 통해 얻은 자신의 성병 지식에 대해 매우 확신했다. 또한 성병은 성적인 행동을 나타내기 때문에 청소년 입장에서 “부끄러운 병”으로 여겼고, 비난받을까 두려워했다.

 

셋째,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성병에 대처한 우선적 행동은 ‘무시’였다. 성병 감염을 상상하지 못했고,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증상을 무시했다. 혹은 성병을 다른 질병으로 착각하면서 통증이나 가려움증, 분비물과 같은 고통을 견뎌냈다.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기보다는 참고 견디며 생식기를 깨끗하게 씻는 것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참여자들은 관련 증상들이 마치 자연적으로 가라앉는 감기 증상인 것처럼 생각하고 대체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증상이 지속적이지 않고 며칠간 고통이 느껴졌다 사라졌으며, 그러다 다시 고통이 반복되는 형태였기에 의사를 찾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느꼈지만 피로가 누적되었거나 감기라고 자가 진단했고 증상 완화를 위해 스스로 치료하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여성 참여자는 질 분비물이나 냄새가 증가하면 월경 전 증후군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 위생적으로 증상을 잘 관리할 수 있고, 월경을 시작하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의 증상이 성병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증상을 견디고 혼자 고통을 감내했다. 청소년인데 성병에 걸린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변 어른이나 의료인 같은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면 성 행동을 했다는 것을 꾸짖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들은 차라리 증상을 견뎌내기로 했다. 이들은 병원 가기를 두려워했다. 프라이버시가 보호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또는 비뇨기과 병원을 방문할 때 부모와 함께 의사를 만나야하는 것도 불편하게 생각했다. 혼자 병원을 찾으면 병원의 의료인이 자신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모에게 전화를 할 텐데, 부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 질병 치료를 포기했다고 밝힌 경우도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의 성에 대한 억압적 규범과 차별, 낙인은 이들이 실질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기회를 제한한다. 이는 쉽게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의 감염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적절하게 치료받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진선미 의원의 국정감사 이후 여러 언론들이 청소년의 성건강이 위협받고 있으며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보도를 했다. 구체적 수단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청소년들에게 정확한 성지식이 전파되어야 하며 청소년의 성행동을 차별과 낙인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현실을 부정하며 도덕적 엄숙주의로 눈을 가리고 있는 동안, 오히려 청소년의 성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서지정보

 

Jeong, S., Lee, J., Seo, Y. B., & Cha, C. (2019). Health beliefs and behaviours in relation to sexually transmitted infections among South Korean juvenile offenders: A focused ethnography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nursing practice, 25(2), e12709.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통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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