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는 사람들에게 잔인한 교훈을 일깨워주었다. 각자도생(各自圖生). 위험한 순간에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따르고 차분히 구조의 차례를 기다려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국가와 사회를 믿을 수 없으니 어떻게든 혼자서 살아남아야 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메르스로 닥친 또 다른 사회적 위기는 인간 사회에서 각자도생이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아무리 나 혼자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감염’이라는 상호작용의 소용돌이를 홀로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이상, 최근의 코로나19 유행은 어렵사리 얻은 사회적 교훈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차별과 혐오는 원래 난데없다
감염병의 특징은 두드러진 ‘외부효과’에 있다. 나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다른 이로부터 감염될 수 있고, 심지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다른 이에게 병원체를 옮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감염자보다는 건강한 사람의 숫자가 많다 보니 내가 누군가에게 병원체를 옮긴다는 우려보다는 다른 이들로부터 감염되는 것이 더 큰 걱정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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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웹진 [2020.01]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