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한국의 코로나19 유행과 대응에 대한 한국 민중건강운동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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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9일

 

한국의 코로나19 유행 대응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현 시점에서 이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다소 성급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코로나19 유행을 겪게 될 해외의 시민 사회와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성명서를 공유하고자 한다. 특히 한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마주한 주요 장벽과 한국 시민 사회가 정책과 시스템의 사각 지대를 위해 쏟고 있는 노력이 각국 시민 사회의 코로나19 대응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장벽 1: 극우 세력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는 일부 보수 야당, 대한의사협회(KMA), 보수 성향의 뉴스 미디어 등이 포함된 극우 세력의 정치적 공격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일부 보수 진영은 정부의 정책과 방역 조치를 근거 없이 비난하고 있다. 그들은 불필요하게 문제를 정치화하여 정부의 합리적이고 시의적절한 의사결정을 방해했다. 그들은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를 고수하였으며, 여러 전문가가 중국인 입국 금지는 불필요하고 특별 입국 조치가 잘 수행되고 있다는 것을 계속 설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중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를 주장했다. 야당은 비상사태 대처를 위해 필요한 추가 예산을 논의하는 국회 임시 위원회의 구성까지 방해하였으며, 그 이유 중 하나는 임시 위원회의 이름에 ‘우한 폐렴’이 빠졌다는 것이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심지어 11개 학계 전문가가 모여 구성된 국가 자문위원회를 비난하였으며, 이 자문위원회의 여러 구성원이 좌파이며 은밀하게 정부 정책을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주장은 터무니없었지만, 자문위원회는 개별 과학자들을 정치적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해산되었다.[1],[2]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마스크 배급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심각한 공급 부족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민이 재사용 없이 일회용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은 혼란스러워 하며 정부를 불신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정부는 더욱 성급한 결정을 내리게 되고 대중의 요구에 휘둘리는 정책을 채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며,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벽 2: 시장 지향의 민간병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의료체계가 코로나19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민간병원과 진단 키트 산업에 대한 공적 통제는 시스템이 계속 작동할 수 있게 한다.

한국의 공공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병상 수는 전국 병상 수의 10% 정도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3] 지역사회 일차 의료기관에서 상급종합병원까지의 잘 조직된 의료전달체계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병상을 확보하여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었고, 특히 종교 행사와 관련한 폭발적인 환자 증가로 전체 의료체계가 마비된 대구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2015년 메르스(MERS-CoV) 유행의 중심이었던 삼성서울병원[4]을 비롯하여 소위 ‘빅5’로 불리는 서울의 대형 병원들은 종합병원 급에 지불되는 국민건강보험 급여의 총 35.5%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5] 국가지정격리병상인 서울대병원을 제외하면 놀랍도록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오랜, 그러나 한 번도 달성된 적 없는 주장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현재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비공식적 공공-민간 네트워크를 통해 민간병원이 일부 공적 통제가 가능한 범위에 들어왔고, 충분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 특히 진단 키트 생산과 공급에 대해서는 공적 통제가 더욱 잘 작동하고 있다.[6] 정부(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도움이 없었다면 현재와 같이 진단 키트가 개발․생산되어, 양질의 광범위한 선별 검사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7] 호평을 받고 있는 한국의 진단 체계는 자유방임주의의 혁신 자본주의와 규제 완화의 결과가 아니라 긴밀한 공공-민간 협력의 조율과 혁신 기술을 공공화한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적정 가격 책정과 안정적 공급 같은 공공의 이익을 요구해야 하며, 혁신을 명목으로 고삐 풀린 규제 완화가 아니라 공중보건 위기 대응에서 민간 영역에 대한 공적 통제를 요구해야 한다.

 

장벽 3: 오랜 구조적 불평등/불형평은 통제 조치를 마비시킨다.

한국의 코로나19 사례 중 약 80 %가 집단 감염과 관련이 있으며,[8] 다수의 집단 사례를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구조적 불평등/불형평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만성 정신 질환자 폐쇄병동,[9] 수용자 대부분이 병상에 있는 노인 요양 시설, 중증 장애인 생활 시설[10]들은 코로나19 유행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이용자들의 건강 상태가 기본적으로 좋지 못하다는 점과 열악한 시설 환경이 지목되고 있다.

오랜 노동시장 자유화 정책으로 만들어진 이중 노동시장 구조는 효과적인 예방 조치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가장 큰 집단 감염은 콜 센터에서 발생했는데, 이곳의 노동자들은 적절한 환기 시스템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없는 밀집 환경에서 일했을 뿐 아니라, 해고가 두려워 유급 휴가를 요구할 수도 없었다.[11] 많은 사람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집에 머물게 되면서 콜 센터나 배달 서비스 같은 일부 업계에서는 업무량이 늘어나고 있다. 한 배달원은 새벽부터 자정까지 급증한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다 과로사로 사망했다.[12] 휴교가 길어질수록 대체 교사와 돌봄 교사들은 집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이는 정규 교사가 유급 휴가를 받고 집에 머무는 것과 대조적이다.[13] 저임금의 불안정 노동자들에 대한 기존의 불평등과 차별은 공중 보건 위기와 관련된 상황을 악화시킨다.

 

한국 정부의 개방성과 투명성전략의 명암

지난 3월 1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BBC 인터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강 장관의 말처럼 개방성과 투명성 그리고 확실한 정보 공개를 앞세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14]

개방적이고 투명한 대응을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다. 2015년 메르스(MERS-CoV) 유행 초기 우파 정부가 채택했던 비밀주의 전략은 유행을 시의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15]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선출된 현재의 자유주의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개방적이고 투명한 코로나19 대응은 정부 정당성의 척도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철저한 추적 조사와 정보 공개는 2015년 메르스(MERS-CoV) 유행 당시 통과된 이른바 ‘메르스법’ 덕분에 가능해졌다.[16] 최근 정부와 국회는 ‘코로나19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는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진단 검사와 격리 그리고 치료를 강제할 수 있고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 이를 통해 현재의 공격적인 대규모 선별 검사가 가능해졌다.[17] ‘개방성과 투명성’ 전략은 원칙상 바람직한 것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18] 실제로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며 오명을 뒤집어썼고, 환자들이 방문했던 식당들은 더 이상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문을 닫아야만 했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19]는 코로나19 환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특정 주소나 직장, 방문 장소 등을 공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20]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이러한 내용이 반영된 개정 지침을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며, 개인의 인권보호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시민 사회의 역할

많은 NGO와 시민사회단체는 장애인,[21] 노숙인,[22] 이주민[23]과 같은 취약계층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정부의 조치를 요구했다. 또한 노동조합은 각 지역의 상황 보고서를 수집하고, 유급휴가나 코로나19 감염 예방 조치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충을 조사했다.[24],[25] 3월 19일, 전국의 40여 개 NGO와 시민사회단체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공공병원 확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유급휴가와 고용 안정, 마스크 등 의료자원에 대한 공적 통제, 지역사회 기반의 돌봄 체계 조직 등의 내용을 포함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는 언론이 선정주의와 인종차별주의에 사로잡혀 특정 집단을 매도하는 보도 방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26]

정부는 현재까지 비교적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등록 이주민들도 강제 추방의 위험 없이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법무부의 공식 발표가 있었고, 서울시는 코로나19로 돌봄이 중단된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해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28] 정부는 전례 없는 노력과 신속한 대응을 보이고 있지만, 사회보장체계에 대한 오랜 저투자에서 기인한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는 없다. 많은 NGO와 자발적인 지역 사회 단체들은 현재 지방 정부와 협력하여 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유행이 한국에 강력한 사회보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촉진하기를 기대한다.

 

판데믹 대응을 위한 참여 거버넌스의 필요

코로나19 판데믹과 같이 전례 없는 공중보건위기상황에서 모든 체계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기를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도 허점이 많이 있다.

하지만 함께 노력하면 이 상황에 더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허점은 정부와 시민 사회의 ‘건강한’ 협력관계를 통해 보완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사회 권력은 정부의 조치를 보다 공평하고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의 시민 사회는 2015년 메르스(MERS-CoV) 유행 때 그랬던 것처럼[29] 인권과 사회 정의에 기초하여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우리는 ‘참여 거버넌스’가 민주주의를 수호할 뿐 아니라 판데믹 대응에도 효과적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계속 연대하며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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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Hankyoreh 21, March 13, 2020,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48375.html

[2] The SisaIN, March 17, 2020,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519

[3] OECD Statistics https://stats.oecd.org/index.aspx?queryid=30183

[4] Ki, 2015 MERS outbreak in Korea: hospital-to-hospital transmission, Epidemiol Health. 2015; 37: e2015033.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533026/

[5] The Young Doctors, May 27 2019,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8705

[6] The Hit News, March 16 2020, http://www.hi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675

[7] The SisaIN, February 14 2020,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277

[8] The Korea Herald, March 14 2020, 8 in 10 coronavirus cases in S. Korea linked to cluster infections http://www.koreaherald.com/view.php?ud=20200314000077

[9] The Washington Post, March 1 2020, How a South Korean psychiatric ward became a ‘medical disaster’ when coronavirus hit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asia_pacific/how-a-south-korean-psychiatric-ward-became-a-medical-disaster-when-coronavirus-hit/2020/02/29/fe8f6e40-5897-11ea-8efd-0f904bdd8057_story.html?fbclid=IwAR1JUUYndQisgqmM0i5M7i5AzOFGmo-aRxoHx0zdSpKr43bIWZS-8CuEFMg#comments-wrapper

[10] VOA, February 26 2020, Coronavirus Outbreak Inside 2 S. Korean Medical Facilities Highlights Vulnerability of Disabled Patients https://www.voanews.com/science-health/coronavirus-outbreak/coronavirus-outbreak-inside-2-s-korean-medical-facilities

[11] Yonhap News Agency, March 10 2020, Seoul call center emerges as city’s biggest infection cluster, numbers feared to rise https://en.yna.co.kr/view/AEN20200310002154315

[12] Korea Joongang Daily, March 17 2020, Union blames Coupang for delivery worker’s death http://koreajoongangdaily.joins.com/news/article/article.aspx?aid=3075014

[13] The Redian, March 17 2020, http://www.redian.org/archive/141581

[14] Ministry of Foreign Affairs, March 15 2020, Andrew Marr interviews Foreign Minister Kang Kyung-wha http://www.mofa.go.kr/eng/brd/m_5674/view.do?seq=320056&srchFr=&srchTo=&srchWord=&srchTp=&multi_itm_seq=0&itm_seq_1=0&itm_seq_2=0&company_cd=&company_nm=&page=1&titleNm=

[15] Minjeong Kang et al., 2018, From concerned citizens to activists: a case study of 2015 South Korean MERS outbreak and the role of dialogic government communication and citizens’ emotions on public activism, Journal of Public Relations Research, 30:5-6, 202-229, DOI: 10.1080/1062726X.2018.1536980

[16] The Korea Times, July 9 2015, Install epidemics system https://www.koreatimes.co.kr/www/opinion/2019/11/137_182505.html

[17] Korea.net (Overseas Korea Centers), March 4 2020, Cabinet passes laws to fight COVID-19 outbreak http://www.korea.net/NewsFocus/policies/view?articleId=182884

[18] Korean Federation Medical Activist Groups for Health Rights (KFHR), February 25 2020, http://kfhr.org/?p=129581

[19] National Human Rights Commission of Korea, March 9 2020, https://www.humanrights.go.kr/site/program/board/basicboard/view?boardtypeid=24&boardid=7605121&menuid=001004002001

[20] The Hankyoreh, Mar 16 2020, Government decides not to disclose personal information about novel coronavirus patients http://english.hani.co.kr/arti/english_edition/e_national/932783.html

[21] The Be Minor, March 18 2020, https://beminor.com/detail.php?number=14476&thread=04r03

[22] CSOs network, March 9 2020, http://www.konkang21.or.kr/bbs/board.php?bo_table=sotong_statement&wr_id=200

[23] Workers’ Solidarity, March 9 2020, https://wspaper.org/article/23620

[24] Korean Public Service and Transport Workers’ Union (KPTU), February 28 2020, KPTU Healthcare Workers Solidarity Division Statement on COVID-19 https://www.kptu.net/english/detail.aspx?mid=&page=1&idx=27605&bid=KPTU_PDSENG

[25] Korean Public Service and Transport Workers’ Union (KPTU), March 16 2020, COVID-19 and South Korean Workers, KCTU Demands https://www.kptu.net/english/detail.aspx?mid=&page=1&idx=27604&bid=KPTU_PDSENG

[26] CSOs network, March 19 2020, http://health.re.kr/?p=6357

[27] Yonhap News Agency, March 5 2020, https://www.yna.co.kr/view/AKR20200305142400064

[28]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March 16 2020, http://mediahub.seoul.go.kr/archives/1273495

[29] People’s Health Institute (PHI), 2016, http://health.re.kr/?p=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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