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시사IN:주간코로나19] 대구의 코로나19 상처와 경험, 연대의 기억으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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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를 상징하는 혐오와 배제, 연대와 휴머니즘 한가운데에 대구가 있었다. 수도권 병원 문 앞에 ‘대구 경북 출신·방문자 출입금지’ 문구가 붙었다. 서울 자녀 집에 왔다가 확진된 대구 출신 감염자 뉴스에는 수천 개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손절”이니 “투표의 결과”니, 여러 지역감정과 정치적 쟁투의 말이 코로나19에 얻어맞은 대구와 대한민국 사람들의 마음에 또 한번 깊은 상처를 냈다.

동시에 사람들은 대구를 사랑했다. 텔레비전 속 캄캄한 풍경을 보고 눈물짓고 편지를 쓰고 선물을 포장해 대구로 보냈다. 많은 의료인이 대구행 기차를 타고 가 병원 안팎에서 숱한 날밤을 보냈다. 그들을 보고 감동받아 타지 시민들이 손을 보태고 그 손길에 또 감동받아 대구 사람들이 보답하기를 반복했다. 이 이해하기 힘든 애증의 용광로는 대체 무엇일까. 이것이 끓고 난 다음 대구와 대한민국에는 무엇이 남게 될까.

‘주간 코로나19’의 주제로 ‘대구’는 꼭 한 번은 다뤄야 했다. 고정 멤버인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예방의학 전문의),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감염내과 전문의·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과 더불어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그 역할을 맡았다.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기획국장이기도 한 김 교수는 본업인 이비인후과 진료를 이어가면서 대구동산병원과 달서구 선별진료소 등에서 코로나19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김 교수는 3월25일 네 건의 수술을 마치고 서울행 저녁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 한 칸에 두 명이 앉은 텅텅 빈 기차였다. 밤 11시 대구행 막차가 출발하기 30분 전까지 〈시사IN〉 편집국 회의실에서 핸드크림에서 메디시티까지, 마들렌 쿠키와 최대집 사이 종횡무진 넓고 깊은 대화가 오갔다.

지난 한 주 어떻게 보냈나?

김명희:시골에 가서 콩과 감자를 심었다. 아는 분에게 밭을 얻어 농사 기술을 익히려고 했는데 2주를 미루다가 지난 주말에 갔다. 시골에 사람도 안 다니니 마스크도 안 써도 되고 날씨도 봄날이고 너무 좋더라. 지금 미국에서는 총이 엄청 팔리고 있다고 한다. 혹시라도 식량난이나, 자기 걸 지켜야 한다는 불안 때문에. 미국 사람들은 총을 사재기하지만 나는 한 줄기 감자와 콩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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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제655호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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