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시사IN:주간코로나19] ‘확진’도 무섭지만 ‘낙인’은 더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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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처음이고 또 급박해서 논의되고 합의되지 않은 질문들이 산적해 있다. 방역이라는 명분 아래 우리가 알게 된 수많은 감염자들의 성별, 나이, 주거지, 직업, 동선, 그 외의 숱한 정보가 정말 우리의 건강과 안전에 대체 불가능한 효력을 발휘했을까? 십분 그렇다 치더라도, 그 명분 아래 개인의 여러 권리들이 지금처럼 제한되는 일이 적당하고 타당한가? 방역은 과연 코로나19 시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 선, 절대 가치인가? 방역과 인권은 양립 불가능한 것일까? 남을 비난하고 싶을 때 멈추는 마음은 무엇 때문이어야 할까? 방역에 도움이 되니까? 그게 선하니까? 그 이상의 다른 언어가 혹시 필요하지는 않을까?

 

잠시 벌어지다 말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꼭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 질문들을 ‘주간 코로나19’ 아홉 번째 대담에서 풀어놓았다.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서보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와 이 질문들을 함께 나눴다. 김승섭 교수는 해고노동자,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가 겪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학문의 언어로 세상에 발화시켜온 사회역학자다. 서보경 교수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의료인류학 관점으로 바라보고 공부해온 활동가 겸 연구자다. 3월부터 매주 〈시사IN〉 지면을 빛내온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과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도 자리에 함께했다. 5월18일 저녁 〈시사IN〉 편집국에 모여 3시간 동안 코로나19와 차별, 낙인, 자유, 건강,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9주간 달려온 ‘주간 코로나19’ 마지막 대담이다.

 

지난 한 주를 어떻게 보냈나?

 

임승관:오늘 대담 주제인 ‘차별’과 연관된 고민을 품고 지냈다. 이태원 집단감염과 관련해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대책본부와 경기도의 협의 자리도 있었다. 만나고 보니 서로의 목적이 같았다. 위험에 노출된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자는 것이었다. 인권침해 사례들이 발생할 수 있을 텐데, 그럴 때 비난하거나 방어하려는 태도를 내려놓고 연결 통로를 만들고 사례를 빨리 공유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김명희:지난주 한국건강형평성학회의 학술대회 ‘혐오와 차별의 유행, 감염병의 정치학’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학계에 발을 들인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나도 온라인 학술대회가 처음이고, 20대 대학생도 처음이다. 코로나19는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같은 처음’을 겪게 한 세계 최초의 사건인 것 같다. 1918년 스페인 독감도 세계적으로 유행했지만 당시 독립운동하던 조선 사람들은 팬데믹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도 전 인류가 경험했다고 하지만 어떤 산골에서는 모를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모두 같은 재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은 전 세계 규모 최초의 기간 효과(period effect)를 보여주는 사건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연구자로 살아온 김승섭, 서보경 교수 두 분은 코로나19 이후 무엇을 보고 겪고 생각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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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제663호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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