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에 의료급여만 부양의무제 폐지 예외? 정부는 공약대로 부양의무제 전면 폐지하라
정부는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면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체만으로는 바람직하지만, 우리는 이를 환영하기만은 어렵다. 정부가 막상 중요한 의료급여에 대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거나 완화하겠다는 내용을 전혀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제 폐지는 현 정부의 공약사항이었다. 자녀와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을 가지고 공공부조의 대상을 제한하는 제도는 국가가 책임져야할 복지를 가족에게 떠넘기는 후진적 사회 안전망 체계이다. 이 부양의무자 제도가 존속했기 때문에 국가가 최소한 맡아야 하는 의료 공공부조(의료급여) 대상이 고작 2.8% 수준에 머물게 된 것이다. 2017년 빈곤층이 우리나라 인구의 17.4%(통계청,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나 되는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의료 영리화로 유명한 미국의 10%-12%와 비교해도 부끄러운 수준으로 너무나 낮다. 이에 그 동안 한국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대다수 빈곤층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아 잔여적 복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정부가 코로나19 시기인 지금에도 의료급여에 있어서는 전혀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현 상태를 방치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매우 심각하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또한 의료복지를 강화, 빈곤층의 예방의료 및 지역사회 재활 등을 제공해 감염병에 취약한 시설화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는 코로나19로부터의 병원보호를 명목으로 검사가 늘어나고 의료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부조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검사만 무료가 된다고 방역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빈곤층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 해도 추가적인 질환에 대한 검사와 처치에 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이를 미룰 수도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치료는 무상 제공하지만 이로 인한 합병증과 후유증 치료는 전적으로 환자에게 떠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비단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빈곤층의 경우 몸이 아파도 참아야 하는 상황은 OECD 최고의 결핵 유병률과 사망률을 낳고 있는 원인중 하나이기도 하다.
정부는 약속대로 부양의무제를 모든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폐지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의료급여는 코로나19 시기 모든 이에 대한 보편적이고 제대로 된 치료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제를 폐지해도 주요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의료부분의 공공부조는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즉각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어야 한다.
2020.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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