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코로나 대응을 더 과학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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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미국 대통령까지 코로나19 환자가 되었다. 확립된 지식과 과학을 대놓고 불신하던 사람이 확진자가 되고 입원까지 했으니 이 상황에 좀처럼 적응하기 어렵다. 걱정스럽기도 하다. 미국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곳곳이 영향을 받게 되면 이 역사적 사건은 그야말로 현재 진행형임을 실감한다.

 

과학은 처음부터 의제였으며, 코로나19 자체가 허구라느니 특정 국가가 일부러 바이러스를 전파했느니 하는 가짜 뉴스는 아직도 끈질기다. 확진자 수가 적으라고 검사 수를 줄이지 않았느냐는 음모론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무지하거나 악의적인 루머도 적지 않다. 가장 과학적인 사태와 동시에 극단적인 ‘비과학’이 공존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과학의 현재적 의미는 명확하다. 과학적 지식에도 한계와 오류는 불가피하지만, 코로나19 대응은 “현재 구할 수 있는 최선의 지식”을 근거와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미국 대통령의 감염이라는 황당한(?)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사회도 과학적 대응의 필요와 불가피성을 다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코로나19 유행과 이에 대한 대응에는 유례없는 수준으로 과학이 개입했다. 발생 초기부터 대규모 검사와 확진, 확진자에 대한 동선 추적, 치료 등이 과학의 모습으로 등장했고, 이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이어진 것을 모두가 기억한다. 정부가 ‘K-방역’의 성공 요인으로 내세운 ‘3T+1P’에서의 그 세 가지 T(검사, 추적, 치료)는 일반 사람들이 과학과 기술을 경험하고 인식한 통로였다.

 

이런 과학 경험은 맥락적이다. 사실 과학의 범위는 이보다 더 넓지만, 코로나의 과학을 백신이나 치료제, 또는 유전자 분석과 검사 같은 것으로 여기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전문가라 할 때 그 ‘전문’도 보통은 이런 측면, 즉 자연과학, 생물학, 의학적인 것으로 이해한다.

 

오늘 우리는 코로나 대응이 모든 측면에서, 이를 위해서는 또 다른 측면에서 과학적이어야 함을 주장하려 한다. 앞서 말한 좁은 의미의 과학, 주로 자연과학으로 대표되는 과학 수준과 적용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검사와 추적 등 일부 영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 정도로 유행을 관리할 수 있는 데는 이런 과학기술이 크게 이바지한 것도 틀림없다.

 

하지만, 코로나 유행을 억제하고 환자가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예를 들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느 정도나 밀접하게 접촉할 때 위험이 커지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과학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할 수 있다. 국가 방침과 지역의 지침은 마땅히 이런 지식에 근거를 둬야 한다.

 

대중교통이 어느 정도나 감염 가능성을 높이는지, 야구장과 같은 열린 공간에서는 그 위험이 어떻게 되는지, 어떤 환경에서 개인 예방 수단이 효과가 줄어드는지, 어떤 심리와 감정이 작용하는지, 지식과 근거가 필요하다. 일부를 짐작하고 추정할 수 있지만, 그것은 증명되어야 할 ‘의견’이나 ‘직관’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과학적 대응의 토대로 쓰기 어렵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과학적 지식, 사회적 거리 두기를 비롯해 감염을 예방하고 유행을 억제하는 지식이 코로나19 대응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단순 분류로 ‘사회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지식이라 치자. 이 지식은 넓은 의미의 과학을 구성하는 또 한 가지의 축이며, 과학적 방역이라 할 때 그 과학은 반드시 이를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피해와 부작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사회과학적 지식의 범위는 매우 넓다. 미시적으로는 개인행동이나 신념, 심리를 다루어야 하고, 거시적으로는 세계적 범위에서 국제정치와 경제가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감염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잘 알지 못한다. 짐작하건대, 한반도 정세는 말할 것도 없고 코로나19 유행의 억제와 치료 방법까지 파장이 미칠 터, 지금부터라도 과학과 지식을 근거로 한 대응이 필요하다.

 

여기서도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이분법은 곤란하다. 코로나19 대응은 이제 하나의 ‘체제’가 되어, (그런 분류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사회과학 지식의 역할은 자연과학 지식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또한, 미래에 대한 지식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바,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방역 기술에 바로 개입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경제와 일자리의 앞날을 어떻게 예측하는지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사회과학적 지식이 유행 억제와 방역에 다른 한쪽 축이 되어야 하나, 현실에서는 좁은 의미의 방역에 필요한 지식조차 양이 적고 찾기 어렵다. 정보와 지식이 충분한데 우리가 잘 찾지 못한 것은 아니라 판단한다. 그런 지식이 있었으면 진작 정책 결정에 ‘위력’을 드러냈을 터, 지식 자체가 부족하다 볼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체계가 미비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 짐작한다. 지금까지 확진자가 2만 4천 명이 넘고 어느 나라보다 많은 사람의 감염 경로를 추적했으니, 이 정보를 잘 분석하면 훨씬 더 과학적인, 맞춤형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지역,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큰지 알 수 있으면?

 

방역 당국이 일부러 숨기지는 않았을 터, 그런 지식이 부족한 것은 일차적으로 정보체계가 허술한 탓이라 진단한다. 아마도 자세한 정보는 지방 정부와 보건소가 각각 생산하고 보유할 것이나, 국가적으로 이를 모으고 활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국가 수준의 감염병 정보체계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어야 했다.

 

정보체계는 전산화도 아니고 자동화도 아니다. 모두 모양이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으면 통계조차 내기 어려우니, 지금은 자료와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꿰지 않은 구슬 신세로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앞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환자에 대한 병원 데이터와 생활치료센터 자료도 중구난방일 가능성이 크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표준화된 형식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수집되지 않으면 방역 당국도 도리가 없는 것이 정보체계와 과학적 지식의 상관관계가 아닌가. 다른 정보망을 통해 추가로 자료를 얻어야 하면 그 정보체계가 제대로 돌아가는 데는 큰 노력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

 

격이 올라간 질병관리청이 장기적으로 해야 할 중차대한 책임 한 가지가 바로 이 감염병 정보체계를 제대로 구축하는 일이다. 감염병 대응 태세가 발전하는 데는 여럿 중 하나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과제일지도 모른다. 자세하게 설명할 겨를은 없지만, 모든 정보체계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복잡하며 정치적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기 바란다. 방역 당국과 정부뿐 아니라 사회 전 분야를 망라한 ‘국가사업’이 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장기 과제는 또 그것대로 준비하더라도, 당장 해야 할 일도 있다. ‘종이와 연필’만 가지고 ‘손으로라도’ 흩어진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며 정보화하는 데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도 적어도 일 년 이상 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할 것이라 하지 않는가. 시간이 많지 않다. 그 자료와 정보의 토대를 만들어야 지식을 생산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좀 더 과학적인 코로나19 대응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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