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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에게는 코로나19 방역만큼 ‘밥’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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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수수(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아동·청소년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는 날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학교 급식으로 영양을 보충하고 끼니를 대체해왔던 아동·청소년들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한 두려움에 배고픔까지 더해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보호자의 실직이나 휴직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그 숫자는 작년에 비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2019년 급식지원 아동은 약 33만 여명이었으나(바로가기), 경기도의회 박세원의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이미 약 30만 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급식지원 아동수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관련기사 : 코로나19 장기화로 도내 결식아동 증가도교육청 관심 필요). 실제 끼니를 제때 챙겨 먹을 수 없음에도, 정부와 민간단체의 급식지원조차 누락된 경우를 포함하면 결식 아동·청소년의 숫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영양가 있는 식사를 적절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은 코로나19 방역 못지않게 아동·청소년의 건강에 중요하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논문이 최근 국제의학학술지 란셋에 게재되었다(논문 바로가기: 1985년부터 2019년까지 200개 국가와 영토에서의 학령기 아동·청소년의 키와 체질량지수의 궤적). 지금까지 학령기 아동•청소년의 건강과 영양 상태를 전 세계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는 거의 없다. 이 연구를 위해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공중보건대학교 로드리게즈 마르티네즈(Rodriguez Martinez) 교수팀은 200개 국가(지역)에서 6,500만 명의 청소년의 키와 몸무게를 측정했던 2,181개의 인구기반 연구자료를 이용했다. 그리고 심장대사위험요인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베이지안 계층 모델을 적용하여 1985년부터 2019년까지 5~19세의 학령기 아동·청소년의 평균 키와 체질량지수(BMI)에서의 연령과 시간에 따른 변화를 추적했다.

 

먼저 2019년에 19세 청소년의 평균 키를 비교한 결과, 19세 청소년의 평균 키가 가장 큰 국가(남자 아동·청소년은 네덜란드, 몬테네그로, 에스토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여자 아동·청소년은 네덜란드, 몬테네그로, 덴마크, 아이슬란드)와 가장 작은 국가(남자 아동·청소년은 동티모르, 라오스, 솔로몬 제도, 파푸아 뉴기니, 여자 아동·청소년은 과테말라, 방글라데시, 네팔, 동티모르) 간에는 키가 최대 20cm 이상 차이가 났다. 즉, 키가 가장 큰 국가와 가장 작은 국가의 여자 아동·청소년들 간에는 8년만큼의 성장 차이가 났고, 남자 아동·청소년은 6년만큼의 성장 차이가 났다. 이를테면, 방글라데시 19세 여자 청소년의 키는 네덜란드의 11세 여자 청소년의 평균적인 키와 같고, 라오스의 19세 남자 청소년의 키는 네덜란드의 13세 남자 청소년의 평균적인 키와 같다는 것이다.

 

또한 평균 BMI가 가장 높은 국가(태평양 섬 국가, 쿠웨이트, 바레인, 바하마, 칠레, 미국, 뉴질랜드는 남녀 아동·청소년 모두, 남아프리카에서는 여자 아동·청소년만)와 평균 BMI가 가장 낮은 국가(인도, 방글라데시, 동티모르, 에티오피아는 남녀 아동·청소년 모두, 일본과 루마니아는 여자 아동·청소년만) 간의 차이는 약 9-10(kg/m )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키 순위에서 영국은 지난 35년 동안 19세 남자 청소년이 1985년 28위(176.3cm)에서 2019년 39위(178.2cm)로, 19세 여자 청소년이 42위(162.7cm)에서 49위(163.9cm)로 떨어졌다.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굶는 아이들이 없을 것 같은 선진국인 영국에서 보수당 정권이 추진한 긴축재정정책의 영향으로 취약계층 돌봄지원 예산삭감과 맞물린 기간의 결과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연구팀은 또한 많은 국가에서 5세 아동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의한 건강 범주 안에 들어가는 키와 몸무게를 가지고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어린이들이 5세를 지나면서 건강한 성장 잠재력에 비해 키가 너무 적게 증가하거나 체중이 너무 많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그 이유는 키와 몸무게 증가는 아동의 식단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학령기에 균형잡힌 건강한 영양섭취를 할 수 없는 생활환경이 작은 키와 비만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해석했다.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 소식지 인터뷰에서, 연구팀의 마지드 에자티(Majid Ezzati) 교수는 일부 국가의 어린이는 건강하게 다섯 살까지 성장하지만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성장이 뒤쳐지는 것은 미취학 아동과 학령기 아동·청소년 간의 영양 개선에 대한 투자 불균형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학교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많은 가난한 가정이 자녀에게 적절한 영양을 공급할 수 없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바로가기). 또한 로드리게즈 마르티네즈 교수는 이 연구의 결과는 영양가 있는 식품의 가용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정책에 동기를 부여한다며, 이러한 정책에는 저소득층 가족을 위한 영양이 풍부한 식료품에 대한 식품바우처와 특히 감염병 유행 기간 동안 위협을 받고 있는 무료로 제공되는 건강한 학교 급식 프로그램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양질의 음식 부족이 아동·청소년의 성장 지연과 비만 증가로 이어져 평생 동안 이들의 건강과 웰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그동안 공적 급식제공자 역할을 했던 학교 등이 문을 닫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단순히 급식카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양질의 균형잡힌 건강한 식단으로 구성된 따뜻한 밥 한 끼를 시혜가 아닌 우리 아동·청소년들의 권리로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학교 밖 또는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도 역시 마찬가지다. 방역만큼 아동·청소년에게는 ‘밥’도 중요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들에게 ‘밥’은 건강을 넘어 권리이며 생존의 문제라는 자명한 사실을 환기해야 한다.

 

* 서지정보

Rodriguez-Martinez, A., Zhou, B., Sophiea, M. K., Bentham, J., et al.(2020). Height and body-mass index trajectories of school-aged children and adolescents from 1985 to 2019 in 200 countries and territories: a pooled analysis of 2181 population-based studies with 65 million participants. The Lancet, 396(10261), 1511-1524.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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