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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그 대가는 누가 치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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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근(시민건강연구소 회원)

 

12월 24일부터 1월 3일까지 전국적으로 ‘5인 이상 집합금지’ 라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유동 인구를 줄여 바이러스의 전파 가능성을 줄이는 방역 정책으로, 산발적인 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현재 유효한 해결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모두가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코로나19는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19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며, 그 즉각적인 영향으로 삶에 타격을 입는 정도도 더 크다. 그렇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런 불평등까지 고려하는 정책 수단일까? 과연 사회적 거리두기의 대가는 누가 치르고 있을까? 오늘은 코로나19 유행 중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논문 몇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예상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문제없이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주로 고소득자이다. 시아오 황 연구팀은 의학과 보건과학분야 온라인 아카이브인 <메드아카이브>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사람들의 움직임을 기록한 애플, 구글, 트위터 등 4개사의 이동성(mobility) 자료를 분석하여 코로나19 판데믹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치재’와 같은 특징이 있다고 주장했다(☞논문 바로가기: 이동성에 대한 복합 자료원의 특성과 그 자료원들이 코로나19 판데믹 동안 미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사치재적 속성을 드러내는 방법).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 이후 각 주별로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카운티(county)의 이동성은 하위 20%에 해당하는 카운티보다 더 많이 감소했는데, 이는 소득이 낮은 사람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대로 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일터로 나가야만 노동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실업을 의미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몬게이 연구팀은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워킹페이퍼에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계측한 미국의 지역별 이동성 자료를 분석한 글을 실었다 (☞논문 바로가기: 어떤 노동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부담을 감당하는가?).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전에는 직업 유형에 따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재택근무자의 수가 유행 이후 차이가 나타났다. 더 나아가 재택근무가 어렵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업무수행에 영향을 받는 직군의 노동자가 학력과 소득이 낮고, 소득에 비해 유동 자산이 적으며, 임차인인 경우가 많고, 해고당할 위험이 높음을 밝혔다.

 

또한 저명한 경제학저널인 <유럽경제리뷰> 10월호에 소개된 팔로미노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임금 감소 또한 불평등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유럽을 대상으로 봉쇄조치가 시행되었을 때 재택근무가 가능한 정도와 필수 영역에 속하는 정도가 노동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고 가정하고, 노동자들이 가상의 봉쇄조치 시행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월 급여를 추정했다(☞논문 바로가기: 유럽에서 봉쇄 및 사회적 거리두기의 임금 불평등과 빈곤 효과). 이를 바탕으로 가상의 봉쇄조치 기간 동안 기준선 이하 빈곤층의 수입 변화, 빈곤층 수의 변화, 불평등 지수의 변화를 국가별로 추산하여 비교하였다. 2개월의 봉쇄조치를 시행했다고 가정할 때 가장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중위소득 60% 이하의 유럽 빈곤층의 평균 수입은 10% 감소하며, 빈곤한 사람의 비율은 4.9% 포인트 늘어나고, 임금 불평등은 모든 국가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덧붙여, 연구자들은 봉쇄조치가 시행되었을 때 동유럽과 남유럽이 북유럽과 중유럽보다 빈곤과 불평등이 더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이유는 동유럽과 남유럽의 산업 구조가 상대적으로 불평등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수행할 수 있는 직종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부담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짊어질 가능성이 높다. 파레 연구팀은 유럽의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가장 강력한 봉쇄조치를 시행한 국가 중 하나인 스페인에서 봉쇄 도중 시행한 설문조사결과를 분석했다(☞논문 바로가기: 코로나19 봉쇄조치가 스페인의 유급 및 무급노동의 젠더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가 유급 노동과 무급 노동을 막론하고 젠더 불평등을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봉쇄기간 동안 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없고 “필수적이지 않으며” “감염 위험이 높은”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저학력 노동자들에게 심한 타격을 입혔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실직했으나, 여성 중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들은 고용이 더 많이 유지되었다. 상대적으로 여성 종사자의 비율이 높은 서비스직과 소매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고, 행정·금융·부동산·보건의료 업계는 영향을 가장 적게 받았다. 가사노동 시간을 비교했더니, 휴교령에 따라 육아를 포함한 가사노동 시간이 전반적으로 크게 증가했으나 남녀간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비율은 대체로 바뀌지 않았다. 이는 봉쇄 조치로 인한 초과 부담이 이미 가사노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여성에게 지워진 것을 보여준다.

 

살펴본 연구들은 저소득·저학력 노동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대가를 더 많이 치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그 원칙을 준수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와 취약노동자들을 생계와 노동에서 지속적으로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임금노동과 돌봄노동에서 젠더불평등이 심화시키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관련자료 바로가기: 코로나19는 세상을 바꾼 게 아니라 세상을 드러냈다, 코로나19 노동생활 세계 영향과 포스트 코로나 과제 모색, 코로나19가 여성 노동에 미친 영향).

 

그렇다면 더 나은 방역 정책은 없을까? 질병의 확산을 억제하는 동시에 사람들이 처한 불평등과 고통을 염두에 두는 정책, 불평등과 고통을 해소하는데 기여하며 적어도 이를 더욱 악화하는데 일조하지 않는 방역 정책, 정책의 대가를 공평하게 분담하는 방역 정책을 우리는 ‘좋은 방역 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방역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누가 병들고 죽는지가 중요한 것처럼,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행으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누구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누가 대가를 치르는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방역 정책이 사람들의 움직임 총량을 억제하도록 강제할 때, 그 이동성이 누구에게 허용되고 묵인되는지 살펴봄으로써 이 정책이 지향하는 바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금 한국에서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람들이 처한 불평등과 고통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당연히 감염병 종식은 중요한 목표지만, ‘좋은 방역 정책’은 집 밖으로 나와야만 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장하고,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소외시키지 않는 방역을 지향해야 한다.

 

*서지사항

 

-Farré, L., Fawaz, Y., González, L., & Graves, J. (2020). How the covid-19 lockdown affected gender inequality in paid and unpaid work in spain. IZA Discussion Paper No. 13434, Available at SSRN: https://ssrn.com/abstract=3643198

 

-Mongey, S., Pilossoph, L., & Weinberg, A. (2020). Which workers bear the burden of social distancing policies? (No. w27085).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Palomino, J. C., Rodriguez, J. G., & Sebastian, R. (2020). Wage inequality and poverty effects of lockdown and social distancing in Europe. https://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3615615

 

-Huang, X., Li, Z., Jiang, Y., Ye, X., Deng, C., Zhang, J., & Li, X. (2020). The characteristics of multi-source mobility datasets and how they reveal the luxury nature of social distancing in the U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medRxiv. doi: https://doi.org/10.1101/2020.07.31.20143016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통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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