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뉴노멀’을 위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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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흔히 하는 말 그대로, 미래는 그저 온다기보다 만들어가는 것임을 되새긴다. 혼돈이 가득한 2021년 또한 살아내야 할 현재이자 미래이니, 삶의 조건을 잠시도 스스로 유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도 코로나19가 삶을 지배할 것이 분명하다. 백신이 코앞에 왔다고 하나, 팬데믹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의 유행도 겨울까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직접, 간접으로 ‘코로나 체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일반적 예측에 동의한다.

 

지난 한 해 우리는 감염병 유행의 과정과 결과가 보건과 방역이라는 좁은 범위에 갇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확인했다. 2021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어느 것도 일상 전부와 사회의 모든 영역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으니, 코로나19는 그야말로 총체적이고 보편적인 것이라 해야 한다.

 

그래도 2021년은 2020년과는 다른 시공간인바, 사회 전체가 ‘코로나 체제’로부터 ‘포스트 코로나’로 이행하는 전환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시간의 상호관련성도 중요하다. 전환기이되 그 전환기는 오늘 우리가 어떻게 이행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현재와 미래가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특히 세 가지 이행 과제를 주목한다. 출발해서 이동하며 결과에 이르는 그 경로가 결국 미래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첫째, 백신의 배분 문제

 

지난 1~2개월 사이 백신을 둘러싼 여러 논의와 결정이 방역과 과학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금까지는 정권과 정부의 백신 확보 책임을 추궁하는 단계였다면, 이제부터는 배분과 우선순위를 두고 정의와 윤리 문제가 전면에 등장할 것이다.

 

백신은 계기이기도 하다. 접종의 우선순위 문제가 백신 전반은 말할 것도 없고, 공중보건 나아가 온갖 사회적 문제와 과제를 한꺼번에 드러낼 것이다. 벌써 연구개발체계와 투자에 대한 논란이 뜨겁지만(관련 기사 바로가기), 바이오와 혁신을 강조하는 산업정책, 민간 부문의 공적 역할, 보건과 의료의 역할 분담과 연계, 여러 불평등과 차별 문제, 국제관계와 국제협력 등이 줄줄이 끌려 나올 수밖에 없다.

 

원리와 구체성 모두 논란, 경쟁, 투쟁이 불가피한 가운데, 우선은 백신을 배분할 때 특히 요구가 공급을 압도할 초기에 각자도생의 ‘부정의’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해결 방법은 딱 한 가지, 이 또한 기술적이기보다는 사회적이다. 더 높은 우선순위를 주장하는 경쟁이 공동체의 분열과 파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두가 참여하는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지난 주 논평 ‘지금부터 백신 접종 준비를’ 바로가기).

 

둘째, 공중보건 위기 대응체계의 구축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이미 확인한 것처럼, 평시 상태를 벗어나는 위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응체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올 후반기 유행이 끝나는 시기에 가까워질수록 기존 시스템을 평가하고 새로운 체계를 제안하는 힘이 더 커질 것이다.

 

단지 몇 가지 정책이나 제도 개선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기존 권력은 뉴노멀을 말하면서도 끊임없이 구질서를 회복, 온존하려 하겠지만, 다음 위기에도 우리 자신을 지키려면 새로움은 반드시 구조적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병원과 병상 늘리기라는 구체적 목표 또한 구조 변화 속에서 추구되어야 본래 가치를 성취할 수 있다.

 

문제는 ‘뉴노멀’에 대한 관료주의적 동력이 유지되거나 커지는 것과 비교하여 다른 이해당사자나 시민의 동기는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공공보건의료 강화’라는 의제를 얼마나 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전문가와 단체, 시민 또는 시민운동이 얼마나 비슷할까. 보건과 의료는 전문가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힘의 불평등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

 

이런 ‘관계’는 단지 의제를 유지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그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 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와 전문가, 일부 집단의 문제의식과 요구에 치우치면 새로운 체계가 ‘사람 중심’이 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예상되는 힘의 불균형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같이 고민해야 한다.

 

셋째, 불평등 심화와 양극화에 대항하여

 

코로나 체제는 현존하는 불평등을 그대로 드러냈을 뿐 아니라 그 불평등을 더하고 보태는 쪽으로 작동한다. 체제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하나하나의 의사결정 그 어느 것도 불평등과 무관한 것을 찾기 어렵다. 대책이든 결과든 현 체제가 반드시 포스트 코로나 체제와 연결된다는 점도 이미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당면 과제는 명료하다. 불평등을 심화하는 모든 시도에 대항해야 하며, 나아가 불평등을 줄이는 새로운 요구와 실천을 조직해야 한다. 그러자면 늘 묻고 또 물을 것. 어떤 조치가 불평등을 더 키울 가능성은 없는가? 이런 정책이 불평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가? 젠더 ‘주류화’의 개념 그대로 (불)평등을 주류화할 때.

 

누가 중심이 될 것인가? 겉으로는 국가와 경제를 포함해 그 모든 권력이 불평등을 말할 수 있으나, 새로운 구조 개혁을 동반하지 않는 한 그것은 한때를 모면하는 임시방편 이상이기 어렵다.

 

대안이 있어야, 아니 대안을 둘러싼 새로운 힘의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힘과 관계에는 저항하고 대항하는 주체가 관건일 터, 이는 당사자와 고통, 지지와 옹호, 연대와 협력 등이 연관된다. 각자 그리고 ‘우리’가 바로 그 주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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