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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청년의 정신건강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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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경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청년세대의 정신건강 악화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 부의 양극화, 경제구조의 이중화 등의 불평등이 청년세대로 집중되면서, 실업과 빈곤 같은 경제적 어려움이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벼랑 끝 한국 청년일없고 빚 늘고 우울증 시달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가속화되었는데, 2020년 상반기 동안 20대 우울증 환자(7만4058명)는 30대(6만 2917명), 40대(6만 8000명)에 비해 각각 17.7%, 8.9% 많게 나타났다(☞관련기사 바로가기: “20대 우울증 환자 4년 새 두 배 증가코로나 심리방역도 고민해야). 재난적 상황은 가장 취약한 집단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에도 불평등하게 영향을 미쳤을까? 더 취약한 집단이 존재할까? 최근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실증 연구를 진행했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10월 영국 피어스 연구팀이 국제의학학술지 <란셋 정신의학회지 The Lancet Psychiatry>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코로나19 전-후로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의 변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건강에서의 불평등을 확인했다(☞논문 바로가기: 코로나19 팬데믹 전후의 정신건강).

 

연구팀은 ‘COVID-19 웹조사’와 ‘영국 가구 종단연구(UKHLS)’를 분석자료로 이용했다. ‘영국 가구 종단연구’는 2009년부터 40,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다양한 세대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건강, 직업, 교육, 소득 등을 조사하고 있는 패널 자료이다 (☞바로가기: 사회 이해하기 영국 가구 종단연구). 또한 ‘COVID-19 웹조사’는 복지에 대한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파악하고자 봉쇄조치가 내려진지 한 달이 지난 2020년 4월 23일부터 30일까지 실시되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전-후 개인의 정신건강의 변화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2014-2019년의 ‘영국 가구 종단연구’에 참여했던 53,314명과 코로나19 이전 영국 가구 종단연구에 참여했던 16세 이상의 사람 중에서 ‘COVID-19 웹조사’에 응답한 17,452명을 분석대상으로 포함하였다. 정신적 고통을 측정하기 위하여 지난 2주 동안 수면, 집중력, 의사결정 장애, 심리적 부담 등을 묻는 12문항을 이용하였고, 각 항목당 0-3점 범위에서 총 36점으로 하여 평균을 산출했다. 또한, 임상적인 정신건강은 12문항의 총점을 12점으로 재구성하여 4점 이상인 경우로 측정했다. 동시에 성별, 연령, 가구소득, 거주지역, 인종, 고용형태, 혼인상태 등을 분석에 고려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COVID-19 웹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의 평균 점수는 12.6점이었으며, 참여자의 27.3%는 임상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성별로는 여성의 정신적 고통이 13.6점으로 남성(11.5점)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연령대별로는 청년(약 14점)이 나이 든 사람들보다 점수가 높았다. 또한, 임상적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청년의 비율은 35% 정도로 인구집단의 평균보다 대략 8% 포인트 높았다. 특히 청년 여성은 최대 44%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 외에도 고소득집단보다 저소득집단인 경우, 취업자보다 실업자 또는 비경제활동자인 경우 정신 건강이 더 나빴다. 둘째, 시간의 경과에 따른 정신적 고통의 추이를 살펴보면, 최근 몇 년간 정신건강이 지속해서 나빠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정신건강과 비교해볼 때 2020년에 정신건강의 악화는 매우 두드러졌다. 셋째,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면, 특히 청년과 여성에서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 전후의 비교를 통하여, 코로나19가 특정집단 즉 청년과 여성 집단의 정신건강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렇게 정신건강이 악화된 원인으로 영국 정부의 봉쇄(lockdown)조치에 따른 경제적 여파(예: 정리 해고)를 지목했다. 이는 기존의 사회집단간 정신건강의 불평등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고착화될 수 있으며, 코로나19 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에 청년과 여성의 정신건강 향상을 위한 근본적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코로나 블루’에 빠진 청년들을 돕기 위해 심리지원서비스, 우울증 상담 및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년층이 겪는 코로나 우울은 단순히 보건의료 영역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들이 처한 위기와 고통은 이미 고착화되어 있던 젠더불평등, 학력주의, 능력주의와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고 코로나를 통해 증폭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들의 정신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아야 하고, 감염병 위기에 더 약한 고리가 되는 근원들을 찾고 그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어야 한다.

 

*서지정보

  • Pierce, M., Hope, H., Ford, T., Hatch, S., Hotopf, M., John, A., … & Abel, K. M. (2020). Mental health before and during the COVID-19 pandemic: a longitudinal probability sample survey of the UK population. The Lancet Psychiatry, 7(10), 883-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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