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헬스 와치

코로나 락다운과 임신·출산…다시 확인된 ‘재생산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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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롬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

 

2020년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27만 5815명으로 출생아는 예년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정부와 언론은 이 숫자를 놓고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한 데에 주목하는 모양이지만, 이 글에서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일상부터 의료 이용까지 모든 게 예전과 같지 않은 가운데 임신과 출산을 겪어내고, 지금은 영아를 돌보고 있을 사람들의 수고스러움에 주목하고 싶다.

 

임신과 출산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경험이겠지만 2020년은 더욱 도전적인 시기였다. 코로나19가 임신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하지만 임산부들은 더 많이 불안하고 불편한 한 해를 보냈을 것이 분명하다. 산전 진찰을 비롯해 갑자기 아프거나 병원에 가고 싶을 때도 한 번 더 고민하고 망설였고, 보건소 등에서 운영하던 출산 전후 교육 프로그램 등은 중단되거나 비대면 강의로 변경되었다. 산부인과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찾아가는 산부인과 사업(의료장비를 실은 버스에 산부인과 의사 등 의료진이 정기적으로 의료취약지를 방문해 외래 진료를 진행하는 사업)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자유롭게 외출하고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된 괴로움은 모두의 것이었지만 인생의 새로운 단계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런 상황은 더욱 난감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어려움이 한국만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유행은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이러스 유행에 대한 불안보다도 경제 침체와 고용 불안정이 임신을 선뜻 택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고, 학교 폐쇄로 인한 가정 내 양육 부담 증가 역시 임신을 계획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2020년에만 약 30만 명이 적게 태어날 것으로 예상되고,1)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유럽에서도 사람들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다.2)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살만하지 못한 상황에 임신을 미루거나 단념하는 합리적 결정은 모든 여성이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성생활과 피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힘든 가정과 나라의 여성들은 락다운(lockdown)과 가족계획사업의 중단으로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하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약 700만 건의 계획하지 않은 임신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대부분 저소득국가의 여성들이 감당하게 될 운명이다.3) 재정난에 시달리는 국가를 대신해 피임과 안전한 임신 중지 서비스를 제공하던 국제원조사업이 중단되고, 안 그래도 부족한 공공의료기관이 코로나19 대응에 동원되면서 모성 사망을 비롯한 임신 관련 사망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난 시기에 증가하는 젠더 기반 폭력이 야기하는 원치 않는 임신과 위험한 임신 중지, 출산과 합병증 증가라는 이미 밝혀진 연쇄 역시, 아직 실증되지 않았을 뿐 예정된 미래에 가깝다.4)

 

이런 가운데 고소득국가와 저소득국가에서 모성건강 격차 역시 벌어지고 있다. 대유행 이후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신생아 사망과 유병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조산(preterm delivery)이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가 대표적이다. 2020년 상반기 미국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28주 이전의 조산이 63% 감소했고, 제왕절개 분만이나 주산기 사망은 증가하지 않았다.5) 네덜란드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한 이후 모든 연령층과 지역에서 조산율이 줄어들었고,6) 아일랜드에서는 저체중으로 태어나는 아이가 줄었다.7)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하거나 업무를 중단하면서 여성들이 직장에서 받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출퇴근을 하며 노출되는 대기오염과 2차흡연, 감염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락다운 시기에 함께 집에 머무르는 가족들로부터 더 많은 돌봄을 받을 수 있었기에 더 건강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북미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되면서 가난한 여성들의 상황이 개선된 것도 중요한 요인일 것으로 꼽힌다. 작년 4월 미국에서 일정 소득 미만(주별로 상이, 연봉 $75,000~$150,000 수준)인 모든 국민에게 1200달러를 지급했고, 캐나다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을 중단한 모든 시민에게 매주 500캐나다달러(한화 40만 원가량)의 기본소득을 최대 24주까지 제공한 것을 생각하면 아주 놀라운 일도 아니다.

 

물론 이런 락다운의 역설적인 보호 효과는 부유한 나라에 사는 여성 중에서도 형편이 나은 이들에게 제한된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임산부들이 필요할 때 적시에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조산과 출산 합병증, 사산과 병원 내 사망률이 늘어났다.8) 다른 저소득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소득 국가 내에서 여성 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소위 ‘방역 버블(quarantine bubble)’ 안에서 나오지 않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여성과 그렇지 못한 여성 사이에 격차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Pixabay.com

 

한국에서는 어떨까? 아직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임신과 출산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연초 정부가 임신한 여성이 우선하여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렸던 것이나, 지방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산모 전담병원을 지정했다는 기사도 떠오르지만,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PCR 음성 결과가 없으면 대학병원 진료를 볼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고위험 산모나, 열이 나는 임부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구급차를 타고 한참을 헤매다 결국 사산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처럼 우울한 이야기가 1년 내내 들려왔기 때문이다. 국제적 합의와는 달리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다면 100% 제왕절개를 하고, 기관 단위에서 가족 분만과 모자 동실을 일괄 금지하는 것 역시 누구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것인지를 되묻게 한다. 사회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을 비교적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대유행 시기에 생계유지를 위한 유의미한 지원이 거의 없었다는 점 역시 모성건강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소득 수준이 높을 수록 더 많이 결혼하고, 더 많은 아이를 낳는 한국에서 코로나19 유행으로 모성건강 불평등이 더욱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울한 전망을 보태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다. 결과는 따져 보아야 하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예견된 재생산 불평등을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선택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출산율이 낮아졌다고 해도 하루에 750명이 넘는 아이가 태어나고 있고, 혹시 모를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 아이들의 상황은 부모가 활용 가능한 자원과 거주지역의 의료 자원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여성이 최대한 건강하고 안전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심각한 코로나19 유행이 발생한다고 해도 대처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병원 간 기능을 구분하고 응급의료 후송 체계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심리적 불안과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임산부들의 어려움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9)

 

* 참고문헌

1) Kearney and Levine. (2020.12.17.) “The coming COVID-19 baby bust: update”, Brookings institution.

2) Luppi, F., Arpino, B., & Rosina, A. (2020). The impact of COVID-19 on fertility plans in Italy, Germany, France, Spain, and the United Kingdom. Demographic Research, 43, 1399-1412.

3) UNFPA. (2020.4.28. Press Release) “New UNFPA projections predict calamitous impact on women’s health as COVID-19 pandemic continues”

4) Cousins, S. (2020). COVID-19 has “devastating” effect on women and girls. The Lancet, 396(10247), 301-302.

5) Berghella, V., Burd, J., Anderson, K., Boelig, R., & Roman, A. (2020). Decreased incidence of preterm birth during COVID-19 pandemic. 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 Gynecology MFM.

6) Been, J. V., Ochoa, L. B., Bertens, L. C., Schoenmakers, S., Steegers, E. A., & Reiss, I. K. (2020). Impact of COVID-19 mitigation measures on the incidence of preterm birth: a national quasi-experimental study. The Lancet Public Health, 5(11), e604-e611.

7) Philip, R. K., Purtill, H., Reidy, E., Daly, M., Imcha, M., McGrath, D., … & Dunne, C. P. (2020). Unprecedented reduction in births of very low birthweight (VLBW) and extremely low birthweight (ELBW) infants during the COVID-19 lockdown in Ireland: a ‘natural experiment’allowing analysis of data from the prior two decades. BMJ global health, 5(9), e003075.

8) Kumari, V., Mehta, K., & Choudhary, R. (2020). COVID-19 outbreak and decreased hospitalisation of pregnant women in labour. The Lancet Global Health, 8(9), e1116-e1117.

9) People’s Health Movement. (2000) “The People’s Charter for Health”.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을 맞아 많은 언론이 해외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백신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국가별 ‘순위표’로 이어집니다. 반면 코로나19 이면에 있는 각국의 역사와 제도적 맥락, 유행 대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경제·사회적 역동을 짚는 보도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코로나와 글로벌 헬스 와치’를 통해 격주 수요일, 각국이 처한 건강보장의 위기와 그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모두의 건강 보장(Health for All)’을 위한 대안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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