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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안녕을 위해서 어떤 노동정책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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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다슬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인생 중 ‘신체적ㆍ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를 의미하는 청년기에는 여러 ‘이행’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를 떠나 독립하고, 학교를 떠나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게 되는 그런 일들 말이다. 이런 청년기의 특성은 새로운 시작의 설렘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취약성으로 작동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한국 청년들은 고용한파 상황에서 새로운 시작을 경험할 기회 자체가 차단되면서 궁핍한 빈곤과 사회적 관계의 위기를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다. 이것은 때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사 바로가기).

 

특히 학교에서 직장으로 이행하는 기간이 길어졌고, 이 지난한 과정에서 의무교육을 마친 뒤에도 진학도 취직도 하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즉,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니트족 청년들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기사 바로가기). 이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어서 지난 1월 국제학술지 <청년연구>에는 코로나19가 특히 청년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여 유럽의 니트족 청년들의 주관적 웰빙을 살펴 본 논문이 실렸다(논문 바로가기 : 비교 관점에서 바라 본 청년 니트족의 삶의 질: 어른으로 이행기 동안의 주관적 웰빙).

 

연구에서는 15세부터 34세까지를 청년으로 정의하고, 이들 가운데 니트족과 일하는 청년의 주관적 웰빙 수준을 비교했다. 더 나아가 청년 노동시장 유형에 따른 니트족의 웰빙 수준, 니트족과 일하는 청년 사이 웰빙 수준의 차이를 비교 분석하였다. 어떤 노동시장제도에서 니트족의 삶의 질이 가장 높고, 불평등 정도가 낮은지 살펴보는 작업은 이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파악하고 제안하는데 도움이 된다.

 

연구는 청년 노동시장을 다음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①보편주의 노동시장, ②자유주의 노동시장, ③고용중심 노동시장, ④부분적 보호주의 노동시장, ⑤후기 공산주의 노동시장. 첫 번째 보편주의 노동시장은 청년의 노동시장 이행정책의 핵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교육 및 훈련을 강조하며, 유연안정성정책같은 활성화 정책과 보다 포괄적인 사회정책을 가진다.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의 북유럽 국가가 이 유형에 속한다. 두 번째 자유주의 노동시장은 영국, 아일랜드 등이 속하며 국가의 책임 보다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근로복지제도가 있다. 세 번째 고용중심 노동시장 유형의 특징은 학교가 직업 및 계층과 연계해 특성화 되어 있다는 점이다. 복지국가 유형으로 치면 보수주의 국가인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이 해당된다. 네 번째 부분적 보호주의 노동시장은 상대적으로 정규직 비율이 낮고, 이중노동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의 경우 노동시장 진입 초기에 가족 또는 비공식 부문 노동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으며, 청년을 위한 직업 훈련 등이 발달되지 못했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지중해 국가들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후기 공산주의 노동시장은 헝가리, 체코, 폴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로 구성된다. 이 유형의 특징은 선택지가 제한적이기는 했으나 비교적 안정적이고 안전했던 청년들의 노동시장으로의 이행이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 이후 ‘비표준화, 불확실성, 위험’하게 변한 점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연구는 첫 번째 보편주의 노동시장 국가에서 니트족의 웰빙 수준이 가장 높으며, 니트족과 일하는 청년 간 웰빙 수준의 차이가 가장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2000년부터 2018년까지 격년으로 진행된 1차부터 8차까지의 유럽사회조사(European Social Survey) 데이터를 활용하여 이 가설을 검정하였다. 연구에서는 니트족에 진학도 취직도 하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이들은 물론 실업자와 무급돌봄노동자를 추가로 포함했다. 일하는 청년 집단에는 고용상태에 있는 청년과 풀타임으로 학교에 다니는 청년을 포함했다. 웰빙은 삶의 만족도가 높고, 행복할수록 높은 점수를 가지도록 측정하였다.

 

분석 결과는 연구진의 가설을 부분적으로 지지했다. 모든 유형의 노동시장에서 니트족의 웰빙 수준은 일하는 청년들의 웰빙 수준에 비해 낮았다. 한편, 니트족 여부(실업, 진학도 취직도 하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음)가 웰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이 가운데 무급돌봄노동자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또한 청년 노동시장 유형에 따른 니트족의 웰빙을 비교한 결과, 보편주의적 노동시장 유형에서 니트족의 웰빙 수준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국가 내에서 니트족과 일하는 청년 집단 간의 웰빙 점수를 비교했을 때에는 보편주의 국가에 사는 니트족들의 웰빙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난 것은 흔히 노동시장의 대안이라 여겨졌던 유연안정성정책 및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잘못된 설계와 활용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즉, 노동안정성의 강조보다는 결국 ‘이윤’ 중심의 유연성을 확대한 결과라는 것이다. 예컨대 유연안정성 정책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성공적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덴마크의 경우, 1990년대 들어 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직업훈련 등)에 참여하기 위해 참여 조건을 강화했으며, 해당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한도 4년에서 2년으로 줄였다. 뿐만 아니라 혜택의 수준도 낮아졌다. 그 결과 불평등이 증가했고, 이 연구 결과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으로 또 다시 유연안정성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논의들이 덴마크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에 맞춰 노동시장을 조정할 수 있도록 ‘유연화’를 보다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유연안정성을 이야기할 때에는 그 이름이 가진 의미를 최대한 담아낼 필요가 있다. 즉,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함께 위험에 처한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어떤 보호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어떻게 이들의 안전을 확보할 것인지 함께 다루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소개한 연구와 같이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 집단의 경우, 여성 집단과 함께 유연화정책의 주 대상이 되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게 되거나, 진입하더라도 불안정 노동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 삶의 안녕을 위해서는 괜찮은 일자리 마련과 함께 이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안정화’ 정책에 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 서지정보

Janine Jongbloed & Jean-François Giret (2021). Quality of life of NEET youth in comparative perspective: subjective well-being during the transition to adulthood. Journal of Youth Studies. https://doi.org/10.1080/13676261.2020.1869196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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