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 세계는 지금 ‘백신 아파르트헤이트’, ‘백신 제국주의’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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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 (민중건강운동 동남아시아태평양지역 코디네이터,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과 유럽, 호주 등 서방국가에서 아시아인 대상 혐오범죄와 인종차별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관련 기사 바로 보기). 최근 미국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아시아 여성 대상 총기난사 사건은 국내 거주 한국인들에게도 공포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나도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그러나, 다른 피해자에 대한 공감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주노동자 대상 코로나19 전수검사’라는 엉뚱한 방역정책을 일부 지자체에 의한 돌출적 사건으로만 볼 수 있을까(☞관련 기사 바로 보기).

지난 3월 21일은 유엔(UN)이 정한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었다. 1960년 같은 날 남아프리카 공화국 샤프빌에서 있었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반대 시위를 기념해 제정됐다. 오늘날 인종차별 정책의 대명사가 된 이 단어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백신 아파르트헤이트

 

지난 3월 1일, ‘차별 제로의 날’에 발표한 성명에서 유엔 에이즈(UN AIDS)는 “가장 취약한 이들이 코로나19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도 모자라,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그에 대한 접근마저 심각한 불평등이 존재한다. 많은 이들이 이를 ‘백신 아파르트헤이트’라고 부른다”고 했다. 결코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는 의료진조차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동안, 이스라엘은 ‘세계 첫 인구집단 면역’을 선언하고, 미국 텍사스는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림 1).

사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팬데믹 초기부터 예견되었다. 미국과 영국은 자본력을 동원해 사재기를 시작하면서 전 세계 ‘백신 전쟁’을 주도했다. 처음엔 이들을 비난했던 유럽연합, 캐나다 역시 대열에 합류했다(☞관련 기사 바로 보기). 이러한 행태는 여러 차례 ‘백신 민족주의’라고 비판받았지만, 최근에는 ‘백신 아파르트헤이트’, 그리고 ‘백신 제국주의’라는 호명이 힘을 얻고 있다. 고소득 국가들의 ‘백신 민족주의’가 중·저소득 국가들의 백신 접근성을 저해하는 마당에, 모든 국가의 자국민 우선을 같은 무게로 취급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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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021.03.24. 기사 바로가기)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가 각 분야 전문가의 힘을 빌려 여러 산적한 문제의 대안을 들여다보는 기획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을 마련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었다. 그 사이 1억1300만 명이 넘는 세계인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250만여 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 인구의 최대 3%를 죽음으로 몰아간 1918년 인플루엔자 범유행(스페인 독감) 이후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최대의 피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대규모 피해가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지 않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안착했다. 실물 경제를 대신해 금융 자본 위주의 경제 체제가 중요한 한 축을 잡게 됐다. IMF 사태 이전과 이후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사회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인류사를 나눌 수 있다는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글이 가볍게 와 닿지 않는 까닭이다. AC 1년, 관련 논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국가가 빚을 질 것이냐, 가계가 빚을 질 것이냐는 숙제는 지금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비대한 자영업 비중이 개개인을 대재난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문제도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필수적 진료를 받기 힘든 장애인의 건강 문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도 중요한 숙제가 됐다.

당장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금도 여전히 지구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한 시기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어떻게 극복할지, 코로나19 이후 어떤 노력으로 더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앞으로 매주 한 편의 전문가 글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안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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