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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마을의 코로나19 완치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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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민(시민건강연구소 회원)

 

도시에 혼자 사는 젊은이에게 코로나 감염이 두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젊고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증상조차 없는 경우가 많고, 중증 질환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금, 그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는 질병 자체에 대한 공포보다, 그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사회적인 불이익과 낙인에 대한 공포가 더 크기 때문인지 모른다.

 

확진자라는 낙인에 대한 공포는 ‘옆집 숟가락 갯수까지 다 안다’는, 이웃이 사촌보다 가깝다는 시골마을에서는 더 심할 것이다. 국제학술지 <일반내과학 저널>에 실린 첸 교수팀의 연구는 코로나19에 확진된다면 이웃들은 확진자들을 어떻게 대할지, 확진 이후에도 예전과 같은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관하여 중국의 시골 마을에서 진행한 인터뷰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논문 바로가기 :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환자들에 대한 중국 농촌지역 주민들의 인식과 견해: 서술적 질적 연구).

 

연구대상으로 삼은 곳은 중국 산동성의 지보시에 있는 인구가 4,000명인 작은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서는 10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였고, 이 중 1명은 사망하였다. 워낙 작은 마을인데다 서로 가깝게 지내기 때문에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되었는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2020년 2월-4월에 15명의 마을 주민에게 1:1 전화 심층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완치자에 관한 개인적인 인식, 완치자들이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어려움, 본인과 완치자 사이 관계의 변화, 완치자들이 공공장소에 가는 것에 관한 견해, 완치자들을 도울 의향이 있는지 등을 질문하였다.

 

15명의 마을 주민 중에서 2명은 코로나19 완치자들이 질병의 어려움을 이겨냈으므로, 용감하고 강하다고 생각했다. 몇몇 주민들은 완치자들은 다만 운이 없었던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주민들은 완치자들이 여전히 바이러스를 옮기고 다닌다고 생각하였으며, 그들과 닿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또한 마을 주민들은 완치자들이 삶의 활동 반경이 제약되고, 주변의 비난·루머·차별 등으로 인해 무거운 정신적인 부담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완치자들이 실업이나 재취업에서의 어려움도 겪게 될 것으로 보았는데, 그것은 완치자들뿐만 아니라 그들과 접촉했던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거나, 일자리를 구할 때 그 마을에 거주하는 것조차 숨겼어야 했던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무엇보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코로나 완치자들과의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자주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고 거리를 둘 것이라고 답했다. 완치자들이 공공장소에 가는 것에 대해서도 대부분 불편한 감정을 나타냈다. 코로나19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그들이 공공장소에 나타난다면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할 것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 완치자들을 도울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서, 2명의 응답자는 그들이 차별을 겪지 않도록 다른 이웃들을 설득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겨내도록 돕겠다고 답했다. 그러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완치자들을 돕지 않겠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는 정부의 격리 정책을 따르지 않은 완치자들 스스로의 잘못이므로 그에 관한 책임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인터뷰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대유행이 시작될 무렵에 시행되었고, 새로 등장한 감염병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을 시기였기 때문에 현재의 인식과는 다를 수 있다. 당시에는 이 질병이 공기 접촉으로 옮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고, 질병의 치명률이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시기였으니,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컸을 것이다.

 

인터뷰에서 나타난 감염병 환자와 완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시선이 코로나19에서 새로웠던 것은 아니다. 논문의 저자들이 언급한 것처럼 AIDS 환자들에 대한 낙인을 비롯하여, SARS, MERS등 신종감염병이 나타날 때마다, 환자와 완치자, 그들의 접촉자들은 이 마을의 완치자들이 겪었던 것과 비슷한 비난과 차별, 루머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그 차별은 생계로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많은 신종감염병 완치자들은 완치가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직장으로 되돌아 갈 수 없었다.

 

연구자들은 완치자들이 마을 안에서 다시금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마을 주민에게 미디어 등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고용 차별을 정부차원에서 방지하도록 노력하는 등의 다분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논문을 마무리 짓는다.

 

종종 신문기사를 보며 생각해본다. 마을잔치에서 집단 감염된 노인들은 첫 확진자로 지목되었던 주민과 이전처럼 잘 지내고 있을까? 김장모임에서 감염된 주부들은, 내년에도 연례행사로 즐겁게 김장 모임을 할 수 있을까? 시골 마을의 개인교습 강사였던 확진자는 완치 후에도 다시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있을까? 그들이 다시 마을 안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어떤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논문의 결론에 덧붙여, 코로나19를 포함하여 모든 감염병 환자들과 완치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질병으로 인한 차별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계속 반복되어 왔던 것처럼, 신종 감염병이 등장할 때마다 차별의 피해자들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 서지정보

 

Chen D, Song F, Cui N, Tang L, Zhang H, Shao J, Qiu R, Wang D, Wang X, Ye Z. The Perceptions and Views of Rural Residents Towards COVID-19 Recovered Patients in China: A Descriptive Qualitative Study. Int J Gen Med. 2021;14:709-720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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