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 코로나 이후, 공공의료 개혁의 핵심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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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중심에 둬야만 보이는 것들

 

김창엽(시민건강연구소 소장)

 

어제(5월 5일) 정부가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한 가지 결과가 유독 눈에 띄었다. 응답자 가운데 60%가 백신과 접종 정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관련 기사 바로 보기). 정책 당국이나 관련 전문가는 이런 숫자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온갖 언론과 인터넷, 소셜미디어, 단톡방에 과잉이라 할 정도로 정보가 쏟아지는데, 막상 필요한 사람들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단다. 뭔가, 어디선가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따지고 보면 어디 백신뿐이겠는가. 다른 건강정보, 의료 관련 정보의 ‘불충분’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정보라고 하지만 정보에 한정된 문제, 그리고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방역 또는 백신과 관련이 있는 모든 정책과 업무는 보건의료 체계(시스템)는 물론이고 여러 관련 시스템이 맞물려 작동해야 실행되고 결과를 낼 수 있다. 백신 정보 문제를 거꾸로 상상해보자. 모든 국민이 평소 진료를 받고 상담을 하는 각자의 주치의가 있다면, 누가 백신과 접종 정보를 전달하고 ‘통역’하는 주역 노릇을 했을까?

 

국가와 사회가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하는 바탕은 체계(시스템)의 산물이다. 보건과 의료, 나아가 다른 사회적 대응 모두 시스템에 토대를 두고, 그 안에서 실천이 이루어지며, 또한 그 제약을 받는다.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바이러스 검사가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잘 짜이고 작동하는 체계(시스템)가 없으면 최종 산출물로서의 검사는 불가능하다. 여러 사람을 검사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으나 한 사람을 검사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연구를 통해 미리 검사법이 개발되어 있어야 하고, 실용 제품을 생산하고 보급할 수 있어야 하며, 여러 전문 인력, 장소와 시설, 관련 지식,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재원(돈)이 있어야 한다. 이들 요소가 그냥 존재할 뿐 아니라 계획, 연계, 관리, 규제, 지침 등이 함께 ‘체계’를 이루어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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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021.05.06. 기사 바로가기)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가 각 분야 전문가의 힘을 빌려 여러 산적한 문제의 대안을 들여다보는 기획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을 마련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었다. 그 사이 1억1300만 명이 넘는 세계인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250만여 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 인구의 최대 3%를 죽음으로 몰아간 1918년 인플루엔자 범유행(스페인 독감) 이후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최대의 피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대규모 피해가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지 않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안착했다. 실물 경제를 대신해 금융 자본 위주의 경제 체제가 중요한 한 축을 잡게 됐다. IMF 사태 이전과 이후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사회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인류사를 나눌 수 있다는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글이 가볍게 와 닿지 않는 까닭이다. AC 1년, 관련 논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국가가 빚을 질 것이냐, 가계가 빚을 질 것이냐는 숙제는 지금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비대한 자영업 비중이 개개인을 대재난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문제도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필수적 진료를 받기 힘든 장애인의 건강 문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도 중요한 숙제가 됐다.

당장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금도 여전히 지구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한 시기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어떻게 극복할지, 코로나19 이후 어떤 노력으로 더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앞으로 매주 한 편의 전문가 글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안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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