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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5월 1일 노동절은 왜 ‘근로자의 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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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10호 ‘건강한 건강수다’>

 

글: 이주연, 그림: 박 요셉

 

5월 1일은 노동절이야. 5월 5일 어린이날은 어린이들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날이고, 노동절은 노동자들이 존중받으며 일하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날이야. 그만큼 많은 어린이와 노동자가 오랜 시간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는 거야. 그리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선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어린이날과 노동절은 생기지 못했을 거고. 그런데 뭐지? 달력에 5월 1일이 노동절이 아니라 ‘근로자의 날’이라고 적혀 있잖아. 어떻게 된 거야?

 

노동과 근로, 두 말 모두 ‘일하는 사람’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어. 하지만 사전을 찾아보면 작지만 중요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어.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을 뜻해.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겨.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는 걸까? 근로라는 말에는 일하는 이유와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이런 허점을 노려서 일하는 사람을 마치 주인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는 노예처럼 마구 부리거나 이용하려고 ‘근로자’라는 말을 만든 거야.

 

반면에 노동은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임’을 의미해.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 능동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고용자와 대등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노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학교 선생님, 환경미화원, 택배 배달원 모두 노동자야. 우리가 좋아하는 연예인도 당연히 노동자고,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1인 크리에이터도 넓은 의미의 노동자야.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부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 그런데 한국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야. 우리 사회가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키려고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던 때 국가가 의도적으로 근로자라는 말을 쓴 거야. 그때부터 노동은 부적절한 용어라는 오해를 받았어.

 

당시 노동자들은 쥐들이 우글거리는 현장에서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도시락을 먹어야 했어. 크고 무거운 물건을 만드는 중공업 현장은 여성 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화장실도 갖추지 않았다고 해. 일거리가 많다고 야간노동을 강요받는 날도 헤아릴 수가 없을 만큼 많았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노력은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해버리던 시절이었어. 많은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고 죽었어. 우리가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부르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야. 국가와 기업은 불평불만 없이 고분고분 부지런히 일할 근로자가 필요했고. 말이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잘 알았던 거지.

 

그런데 왜 2021년 지금도 노동절을 노동절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걸까? 앞으로 매년 5월 1일에는 이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노동’을 힘들고 더러운 일로 오해하는 동무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노동자라는 말이 여전히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야. 우리들의 생각도 이런 사회적 배경에서 만들어지니까. 오늘 이야기를 읽으면서, 노동에 대한 오해가 조금 풀렸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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