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정책위원)
코로나19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기 시작한지 벌써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전 국민이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에 도전중이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줄어들던 감염자가 다시 늘어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는 한참 진행 중이지만, 지난해 가장 먼저 코로나 대폭발을 경험한 대구지역 의료현장에서 경험한 인력문제를 중심으로 짚어보려고 한다.
먼저 필자가 누구인가를 말해야 할 것 같다. 필자는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노동조합 대표을 맡고 있었다. 코로나 전담병원이 된 경북대학교병원 코로나19 대응 비상대책본부 회의에 노조대표로 참가하여 일반병동을 코로나 전담병동 시스템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 함께했다. 30년 노동조합 역사상 노사가 이렇게 긴밀하게 공동대응을 했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지역 10개 코로나 전담병원 노동조합이 공동대책회의를 하고 대구시에 방호물품 문제, 인력문제, 의료 인력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면서 지역 전담병원 현장이 겪고 있는 상황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작년 2월 대구에 코로나19가 터지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병상준비보다 의료인력 준비였다. 특히 의료인력 중에서도 간호사 인력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전 국민적 관심과 호소로 전국에서 지원 간호사들이 달려오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방부 간호대학 졸업식을 한 직후 바로 파견된 간호장교(신규간호사)까지 대구에 왔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코로나 전담병동으로 배치된 간호사들은 인력부족 문제와 정부가 취한 태도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의 담당부서든 병원현장을 몰라도 너무 몰랐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필자는 현장의 인력부족문제로 얼마나 심각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를 이야기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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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021.06.10. 기사 바로가기)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가 각 분야 전문가의 힘을 빌려 여러 산적한 문제의 대안을 들여다보는 기획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을 마련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었다. 그 사이 1억1300만 명이 넘는 세계인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250만여 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 인구의 최대 3%를 죽음으로 몰아간 1918년 인플루엔자 범유행(스페인 독감) 이후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최대의 피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대규모 피해가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지 않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안착했다. 실물 경제를 대신해 금융 자본 위주의 경제 체제가 중요한 한 축을 잡게 됐다. IMF 사태 이전과 이후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사회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인류사를 나눌 수 있다는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글이 가볍게 와 닿지 않는 까닭이다. AC 1년, 관련 논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국가가 빚을 질 것이냐, 가계가 빚을 질 것이냐는 숙제는 지금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비대한 자영업 비중이 개개인을 대재난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문제도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필수적 진료를 받기 힘든 장애인의 건강 문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도 중요한 숙제가 됐다.
당장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금도 여전히 지구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한 시기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어떻게 극복할지, 코로나19 이후 어떤 노력으로 더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앞으로 매주 한 편의 전문가 글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안을 모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