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이 없는 어린이 돌봄이 가능하려면
서상희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
얼마 전 서울 성북구 입양원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소식을 듣고 놀랐다.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들이 백신우선접종 대상자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놀랐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는 유치원‧어린이집, 초등(1‧2학년) 교사 및 돌봄 인력을 대상으로 6월에 예방접종을 시행한다고 되어 있었고, 7월부터는 초중고 교사가 우선접종 대상에 들어간다는 정부 브리핑도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어린이청소년 관련 분야 돌봄 종사자들은 여기에 해당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동복지시설과 청소년복지시설 종사자는 우선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어린이청소년 집단이 모여 여러 명이 접촉하는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교육부가 신경 쓰고 있는 영역의 종사자만 우선접종대상이 된 것이다. 청소년 쉼터의 경우, 아이들은 좁은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감염에 더 취약하다. 그러나 학교 종사자는 우선접종대상에 포함됐는데, 청소년 쉼터 종사자는 우선접종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각 부처별 어린이청소년 돌봄 정책의 분절성이 여기서도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백신접종 ‘우선순위’ 결정 역시 기존 어린이청소년 돌봄 체계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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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021.06.30. 기사 바로가기)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가 각 분야 전문가의 힘을 빌려 여러 산적한 문제의 대안을 들여다보는 기획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을 마련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었다. 그 사이 1억1300만 명이 넘는 세계인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250만여 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 인구의 최대 3%를 죽음으로 몰아간 1918년 인플루엔자 범유행(스페인 독감) 이후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최대의 피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대규모 피해가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지 않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안착했다. 실물 경제를 대신해 금융 자본 위주의 경제 체제가 중요한 한 축을 잡게 됐다. IMF 사태 이전과 이후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사회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인류사를 나눌 수 있다는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글이 가볍게 와 닿지 않는 까닭이다. AC 1년, 관련 논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국가가 빚을 질 것이냐, 가계가 빚을 질 것이냐는 숙제는 지금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비대한 자영업 비중이 개개인을 대재난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문제도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필수적 진료를 받기 힘든 장애인의 건강 문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도 중요한 숙제가 됐다.
당장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금도 여전히 지구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한 시기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어떻게 극복할지, 코로나19 이후 어떤 노력으로 더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앞으로 매주 한 편의 전문가 글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안을 모색해 본다.